1999년 사립대학 기성회비가 수업료 명목으로 통합된 이후 16년 만에 국·공립대학에서도 기성회비가 사라졌다. 지난 3월 3월 국회에서 통과 된 ‘국립대학의 회계 설치 및 재정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하 국립대학 회계 법안)’ 때문이다. 이 법의 통과로 국·공립대학에서 이전까지 학생들로부터 기성회비 명목으로 걷어왔던 돈을 수업료 명목으로 계속해서 걷을 수 있게 되었다. 50년 가까이 법적 근거가 없었던 돈에 대한 근거가 만들어지면서 이젠 합법적으로 같은 양의 돈을 걷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당연하게 비싼 사립대학 등록금


우리나라 사립대학 등록금은 700만 원을 가볍게 넘어선다. 일 년치 등록금이 700만 원을 넘고 있는데 비싸지 않다고 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학생들은 사립대학이기 때문에 그 비싼 등록금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납부하는 것은 아닐까. 과연 내가 낸 등록금이 온전하고 합당하게 나에게 돌아오는 것일까. 그리고 사립대학은 학생들로부터 700만 원이 넘는 돈을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도 되는 것일까. 


반값등록금 운동이 한창이던 2011년 ‘나는 꼼수다’의 김어준 총수는 사립학교를 가리켜 “지금 (사립대학들이) 주장하는 자율은 돈 벌 자율을 주장하고 있다”라고 말을 한 적도 있다. 과연 그는 무슨 근거로 사립대학들이 돈 벌 자율을 주장하고 있다고 말한 것일까. 그리고 학생들의 등록금 대부분은 어디로 흘러들어가는 것일까.


Ⓒ무한도전


재단이 대학을 위해 해야 할 일들


ㄱ 재단(혹은 법인)이 ㄴ 대학을 세웠다(혹은 인수했다고 가정해도 좋다). ㄱ 재단은 ㄴ 대학 학생들이 원활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하고, ㄴ 대학의 운영 경비(이를 ‘법인 전입금’이라 한다)를 부담해야 한다. 이는 법으로도 명시되어 있다. 


학교를 설립하려는 자는 시설·설립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설립 기준을 갖추어야 한다.

-고등교육법 4조

학교법인은 그 설치·경영하는 사립학교에 필요한 시설·설비와 당해 학교의 경영에 필요한 재산을 갖추어야 한다

-고등교육법 5조


ㄱ 재단이 ㄴ 대학의 재정적인 지원을 해주기 위해서는 매년 수익용기본재산이 확보가 되어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생긴 소득의 100분의 80 이상에 해당하는 가액을 대학운영에 필요한 경비로 충당해야 한다. 이 또한 법으로 명시된 내용이다.


하지만 실제로 ㄱ 재단이 ㄴ 대학에 지원해주는 비율은 매우 미미하다. 이는 ㄱ 재단이 ㄴ 대학에 대한 재정적인 책임을 제대로 지고 있지 않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재단이 학교를 지원해줄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일까. 하지만 이 와중에도 새로운 건물들이 ㄴ 대학 안에 세워지고 있고, 학교 이름으로 된 땅들 또한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사용하는 전기와 물도 끊긴 적이 없고 학교시설들도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다. 교직원들 역시 정상적으로 연금과 건강보험료 지원을 받는다. 학교는 아무 이상 없이 잘 돌아가고 있다. 다만 학생들의 등록금만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ㄱ 재단이 ㄴ 대학에게 지원하는 경비(법인전입금)에는 교직원의 사학연금과 국민건강보험료에 대한 경비(법정부담전입금), 토지와 건물 매입 등의 자산적 지출에 대한 경비(자산전입금) 그리고 인건비나 관리운영비와 같은 경상비 지출에 대한 경비(경상비전입금) 등이 있다. 


ㄱ 재단의 재정 상황이 열악하여 ㄴ대학에 의무적으로 줘야 하는 이 경비들을 못 주고 있다고 가정하자.


사립대학의 회계 구조Ⓒ대학교육연구소


ㄱ 재단으로부터 재정지원이 열악한 상황에서도 ㄴ 대학은 교비회계(학생들의 등록금이 들어있는 회계)를 통해 대학을 운영할 수 있다. 먼저, 법정부담전입금의 경우에는 법적으로 재단이 재정지원을 해 줄 수 없을 때는 교육부 장관의 승인 아래 그 부족액을 교비회계에서 부담할 수 있도록 예외조항이 있어, 재단이 대주어야 하는 법정부담전입금을 대학이 대신 부담할 수 있도록 했다. 이때 대학에서 빠져나가는 돈 대부분은 학생들의 등록금이다.


법인부담금은 학교경영기관이 부담한다. 다만, 학교경영기관이 그 학교에 필요한 법인부담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할 수 없을 때에는 그 부족액을 학교에서 부담하게 할 수 있다.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 47조

직장가입자가 교직원인 경우 제3조제2호다목에 해당하는 사용자가 부담액 전부를 부담할 수 없으면 그 부족액을 학교에 속하는 회계에서 부담하게 할 수 있다.

-고등교육법 5조


이로써 ㄱ 재단이 ㄴ 대학의 교직원들에게 법정부담전입금을 지원해주지 못하더라도 교비회계에서 충당이 가능하다. 자산전입금이나 경상비전입금의 경우에는 재단이 대학에 지원해 주어야 하는 경비이지만 이들 금액의 규모에 관한 법정 기준이 없다. 재단이 대학에 얼마 이상을 지원해 주어야 한다는 지침이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대학에서 나가는 자산적 지출(건물 짓고 땅 사는 것)의 대부분을 대학이 교비회계로 부담해야 하고, 경상비용 또한 대부분 대학 교비회계로 처리되어야 한다.


재단의 재정상태가 좋지 않더라도, 대학은 학생들의 등록금을 얼마든지 올려서 학교를 운영할 수 있다. 재단에서 지원해주지 않아 부족한 시설뿐만이 아니라, 다른 대학과의 경쟁력을 위해서 갖추어야 하는 시설들 또한 학생들의 등록금을 올려서 충당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ㄱ 재단의 재정 상태가 나빴다는 가정이 틀렸다면? ㄱ 재단의 재정 상태가 좋은데도 일부러 ㄴ 대학에 대한 재정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라면?


실제로 재단의 재정상태가 나쁘지 않더라도 대학에 지원해야 하는 경비를 제대로 부담하지 않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2011년 감사원에서는 “학교법인이 부담할 학교시설 건설비를 교비회계에서 부담하는 관행이 일반화되었고, 수익용기본재산 수익금이 있는데도 학교운영경비 부담에 소극적이며, 법인의 최소한의 의무인 법정부담금마저 교비에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일부 대학의 경우 교육부 장관의 승인도 받지 않고 사학연금의 법인부담금을 교비회계에서 집행한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법정부담전입금 역시 예외조항들을 악용하여 충분히 지급할 여력이 있는데도 교비에서 충당되고 있다. 자산전입금도 마찬가지다. 2011년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29개 사립대학의 표본을 분석해본 결과 5년간 법인으로부터 받은 자산전입금이 건설비의 1%도 안 되는 곳이 14곳에 달하는 등 법인의 건설비 부담 이행이 미미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감사원에서는 사학재단들이 건설비 대부분이 학생 부담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을 교육부 역시 사실상 용인하고 있는 실정이란 것 밝히기도 하였다. 학교에서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토지와 건축물을 매입하는 자산적 지출은 사학재단들의 재산증식으로 곧바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다 더 확실한 조치가 필요하지만 취해지지 않고 있다.


(사립)대학이 등록금과 적립금을 올리는 완벽한 방법


사립대학은 재단의 재정적인 지원이 적기 때문에 학생들의 등록금에 크게 의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립대학에서는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고려하여 학생들로부터 등록금을 적게 책정하는 것은 아니다. 등록금 정책 이야기에서 이야기했듯, 사립대학들은 물가 상승률의 몇 배가 되는 수준으로 등록금을 책정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사립대학들이 학교를 운영하기 위해 학생들의 등록금을 충분히 올렸다는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립대학 학생들은 올라간 등록금만큼 질적으로 높은 수업과, 좋은 혜택을 입으면서 학교에 다닌 것일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국·공립대학과 달리 사립대학에서는 적립금을 쌓을 수 있다. 학생들로부터 걷은 등록금이 한 해 동안 학교를 운영하는데 쓰고 남게 되면 그다음 해로 이월시켜 적립금을 쌓는 게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대학교육기관의 장 및 대학교육기관을 설치·경영하는 학교법인의 이사장은 교육시설의 신축·증축 및 개수·보수, 학생의 장학금 지급 및 교직원의 연구 활동 지원 등에 충당하기 위하여 필요한 적립금(이하 "적립금"이라 한다)을 적립할 수 있다. 다만, 등록금회계로부터의 적립은 해당 연도 건물의 감가상각비 상당액을 교육시설의 신축·증축 및 개수·보수 목적으로 적립하는 경우에 한한다.

-사립학교법 32조의2


이와 같은 사립학교의 적립금은 성격에 따라 연구·건축·장학·퇴직·기타 적립금으로 구분되어있다. 적립금은 대학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일정 정도 필요한 기금이다. 하지만 교육여건이 열악한 상황에서 적립금을 우선 남기는 것은 합리적인 예상운영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ㄱ 재단의 ㄴ 대학 또한 적립금을 갖고 있다. 재단의 지원이 열악했기 때문에 대학에서는 학생들의 등록금을 학교를 운영하는데 충분하게 걷기 시작했고, ‘등록금 자율화’ 정책으로 인해 ㄴ 대학은 학생들의 등록금을 계속해서 올릴 수 있었다. 


또한 해당 연도에 학생들로부터 충분하게 걷은 등록금 중 사용하지 않은 돈은 다음 연도로 이월되어 적립금이 되었다. 이때 이월된 금액은 연초 예산 편성을 할 때 너무 크게 잡았거나, 집행해야 하는 금액이 줄어들면서 생기게 되었다. 이월금과 적립금의 규모를 통제하는 조항은 없지만, 사립학교법에는 ‘이월금이 발생하는 것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라고 명시되어 있다.


대학교육기관의 장 및 대학교육기관을 설치·경영하는 학교법인의 이사장은 해당 회계연도의 교비회계 예산을 편성·집행함에 있어서 이월금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사립학교법 32조의2(적립금) 3항


그러던 중 국정감사에서 B대학 적립금이 3,000억 원이라는 달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ㄴ 대학의 학생들은 대학의 적립금이 이렇게나 많은데 왜 등록금은 계속 오르고 장학금은 줄어드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고, 교직원들 또한 월급을 올려주지 않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ㄴ 대학과 같은 방식으로 사립대학들은 실제로 적립금 불리기를 계속해서 하고 있다. 한 학기 동안 필요한 예산을 부풀리고(이 부풀린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학생들의 등록금 또한 올린다), 결산 때 남은 금액을 적립금으로 쌓는 방식이다. 


자료를 보면 재단이 대기업인 대학에서도 상당한 적립금을 갖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사립대학의 최종 관리자는 재단이다.

 사립학교가 공공의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이라고 할지라도 어찌됐든 법인의 재산이다. Ⓒ한겨레신문


2014년 2월 말 기준으로 사립대학이 보유한 적립금 총액은 10조 4,327억 원으로 이중 건축기금이 5조 1,061억 원으로 절반을 차지하고, 이어 목적이 불분명한 기타기금이 2조 8,079억 원으로 26.9%를 차지한다. 건축적립금은 대학의 시설 보수와 새로운 건물을 짓는데 사용되는 적립금인데, 대학의 건물들이 매년 새로 짓거나, 보수하는 게 아니라면 이는 지나친 감이 있다. 기타 적립금의 경우 2014회계연도부터 없어지기는 했으나, 적립금 과다축적 자체를 금지한 것은 아니므로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이슈가 되고 있는 청주대 사태는 적립금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2,812억 원에 달하는 적립금(지방대 중 1위, 전국 6위)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청주대 학생들의 등록금(평균 786만 원)은 줄어들지 않았고, 장학금 혜택 또한 유학생들보다 낮게 받았다. 


대학이 쌓은 이러한 적립금은 대학의 자체적인 수익 창출 발안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되어 증권 투자에 사용될 수도 있다. 2007년 전까지 대학 적립금은 정기예금 등 안정적인 금융상품에만 예치할 수 있었지만, 이후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이 개정되면서 적립금의 2분의 1한도에서 수익증권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제1항에 따른 적립금은 기금으로 예치하여 관리하고, 그 적립목적에 한하여 사용하여야 한다. 다만, 등록금회계에서 비등록금회계로 전출된 적립금 상당액을 제외한 적립금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따라 법인에 투자할 수 있다.

-사립학교법 32조의2 3항

적립금은 그 상당액을 기금으로 예치하여 관리하여야 한다. 다만, 「고등교육법」 제2조 각 호에 해당하는 사립학교에서는 적립금의 2분의 1 한도에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4조제2항 각 호에 따른 증권을 취득할 수 있다.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 22조의 2


하지만 교육부의 기대와 달리 대학들은 적립금 증권 투자를 통해 손해를 보고 있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당시)민주당 안민석 의원 자료에 따르면 2010회계연도에는 5147억 956만원을 투자해 130억 5752만원(수익률 -2.5%), 2011회계연도 5241억 5521만원 투자에 144억 4216만원(-2.8%), 2012회계연도 6643억 3742만원 투자에 16억 9424만원(-0.3%)의 평가손실을 입었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상일 새누리당 의원도 2013년도 사립대학의 금융투자실적을 분석한 결과 1억 원 이상 투자한 33개 대학의 총 투자원금이 약 7568억 6000만원으로 투자손실이 18개 대학에서 127억 5000만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아직 주식투자에 동원되지 않은 사립대학의 적립금과 주식투자로 잃게 된 돈 모두 학생들이 낸 등록금이 대부분을 차치할 터이다. 학생들 모두가 자신들의 등록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관심을 갖지 않는 한, 등록금이 제대로 사용되는지 감시하는 기구인 등록금심의위원회의 학생 대표자들의 어깨는 항상 무거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