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안 하려고요."


자메즈(Ja Mezz)는 이제 <쇼미더머니>를 떠나 진짜 자기를 보여주려 한다.


<쇼미더머니4>에서 자메즈는 지코&팔로알토팀 속했다. 같은 팀인 앤덥, 송민호와 함께 곡 '거북선'도 냈다. 쇼미더머니2부터 출연한 자메즈는 시리즈가 더할수록 오래 보였다. 2에서는 예선, 3에서는 3차 예선을 지나 4에선 팀배틀까지 올라갔다.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나 도전해보고 싶어서 출연했어요. 점점 올라가면서 그 깊은 곳까지 이해하게 됐고요. 이제는 확실히 안 거 같아요.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거기에 안 나가도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다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요."




ⓒ네이버뮤직


"느려도 결승선까지 꾸준히 달리는 거북이"

-<나무늘보>, 앨범 [나무늘보] 가운데


그의 음악을 들으면 확실히 쇼미더머니가 그의 일면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쇼미더머니’라는 링 안에서의 자메즈 보다 링 밖에서의 자메즈가 훨씬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는 거다. 작년에 발표한 곡 'Wanna Get'과 '나무늘보'에서 보이는 온전한 자메즈는 자기가 전달하고 싶은 말을 확실하게, 다채로운 어구들로 전달하는 표현가다. 하지만 자메즈의 가사가 머릿속에서 자꾸만 맴도는 이유는 따로 있다.


랩 가사는 특히나 '자기'가 부각된다. 자메즈 역시도 랩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결코 '나'만을 향한 랩을 내뱉지 않는다. 그의 곡에서 리스너는 단순히 듣는 존재가 아니다. “가사를 통해서 내 속마음을 잘 전달하고 싶어요. 상대방도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요." 공감을 염두하고 쓴 가사이기 때문이다. 랩퍼는 공감가는 작사를 하고, 리스너는 랩퍼의 랩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그렇게 두 사람이 오고가는 대화가 만들어진다. 이 점이 자메즈의 가사가 머릿속을 맴도는 이유다. 최근에 낸 앨범 [1/4]도 그 연장선에 있다. “제 친구들과 또래들이 공감했으면 하고 만든 거지 저 혼자 떠들려고 만든 게 아니에요."


"전역 후의 목표들을 나열 / 하다 보니 머리 위에 벽돌이 쌓여

깔깔이 전투화가 편해진 만큼 

/ 늘어나는 생각들은 밤마다 그 담을 넘어 탈영했지"


- <깔깔이>, 앨범 [1/4] 가운데


"이런 것을 내 주변 사람이 만들 수 있단 말이야?" 2009년. 21살의 김성희는 한양대 힙합동아리에서 만난 그린맨(최준혁)의 비트에 랩을 했다. 처음이었다. ATCQ, Common, Kendrick Lamar를 즐겨듣던 그는 2015년, 이제 자기 앨범을 가진 27살의 랩퍼 자메즈가 됐다.


자메즈의 첫 시작은 붐뱁boom bap이었다. 첫 싱글인 'Wanna Get'에서 붐뱁 스타일을 선보였고 팬들은 붐뱁을 하고 버킷햇을 쓴 90년대 스타일의 뮤지션으로 기억했다. "첫 작업물이니까 기초적인 것부터 보여주고 싶단 생각에서 붐뱁 스타일로 간 거에요. 그렇지만 붐뱁만 해야겠다고 저를 가둔 적은 없어요. 이번 앨범에서도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했고요."




앨범 [1/4]에는 자메즈 인생의 4분의 1 시점에서 느꼈던 생각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발매일도 자메즈의 만26세 생일인 8월 11일에 맞췄다. 25살의 자메즈의 생각을 기록한 앨범이긴 하지만 자메즈만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단지 화자가 자메즈일 뿐, 마치 한 한국의 20대 중반의 삶이 영화처럼 펼쳐진다. 곡과 떼어져 있지 않은 스킷skit이 [1/4]이라는 영화에 호흡을 조절하도록 연출도 해놨다. "스킷이 떨어져 있으면 스킷 없이도 그 곡을 들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붙어 있을 때 나는 분위기가 있잖아요."


"허공 위에 떠도네 /생각의 파편들 사이 날 못 찾네

청춘의 날개 자꾸 꺾으려 해 / 좁은 시야 속에 가두려 해

눈을 크게 떴을 때 / 보이는 정상에 닿을 수 없었네

기나긴 밤 뒤에 태양이 떠 있네 / 다시 힘을 내 날개를 뻗네

-<Satellite (Feat. Enan)>, 앨범 [1/4] 가운데




ⓒKT뮤직


이번 앨범 [1/4]의 키워드는 '꿈'이다. "1트랙 Satellite의 보컬 가사에 앨범이 요약돼있어요. 그걸 10트랙에서 자세히 풀어놨고요." 1트랙과 10트랙 사이에는 25살 자메즈가 느꼈던 꿈의 일면들을 모아 하나의 이미지로 형상화했다고 한다. 군대에서 꿈이 억압당하는 장면('깔깔이'), 남의 욕망을 좇는 모습('Strexx') 등 '꿈'으로 다양하게 말했지만, 그는 섣불리 '자기가 경험하지 않은 일'에 대해 쓰지 않았다.


"돈 자랑도 안하고..."

"돈이 없으니까 안 하죠.(웃음)"


그는 포장하지 않고 자신의 열등감, 감정 기복, 부족함에 대해 이야기했다. 자메즈에게 '청춘과 꿈'에 대해 물었을 때도 그런 태도가 느껴졌다.


“꿈이라는 단어는 조금 오그라들지만, 그 꿈을 제대로 보지 않으면 결국엔 마치 돈을 많이 버는 게 전부라고 살아갈 때가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열등감도 느끼고. 또 저는 음악을 한다고 3년 휴학을 다 써버렸는데, 가끔 그냥 취직준비할까라고 생각해요. 생활에 안정감이 없으니까 그걸로도 열등감을 느끼는 거죠. 불안정한 나이니까. 그런데 제가 이걸 다 아는 것처럼 말하는 것도 웃긴 것 같아요. 저도 똑같은 상황이고, 다 알고 있다는 태도는 절대 아니고요. 그때 느낀 거를 곡으로 기록해서 앨범으로 꾸려낸 것뿐이에요."




마지막으로 자메즈에게 그의 꿈에 관해 묻자. 그는 잘살고 싶다고 말했다. "live and prosper. 잘 살고 번영하자. 이게 목표에요. 좋은 집, 좋은 차를 가진 삶이 아니라 정말 잘 사는 삶. 좋은 뮤지션이 되고 싶다는 건 제가 노력하면 되는 것 같고, 그 이상으로 된사람이 돼서 잘 살고 싶어요."


인터뷰/글. 릴리슈슈(kanjiwon@gmail.com)

사진. 압생트(9fift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