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LLJOY.흥을 깨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여성혐오와 반성평등적 컨텐츠는 세상에 널리고 널렸다. 그 흥을 깨지 않으면 계속해서 번식할 것이다. 페미니즘은 KILLJOY여야 한다. 우리 모두가 단 한 번도 성평등한 세상을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아이템은 무궁무진하다. 앞으로 [킬-조이] 연재를 통해 마음껏 고함20이 느낀 불편함을 말하고 설치며 흥을 깰 예정이다.

 

1 KILL :: 어쩐지 이상한 게임들

 

두 가지 스마트폰 게임을 접했다. [내 신부는 100억 명]과 [모두의 경영]이다. 두 게임 모두 표면적으로는 여성이 주인공이거나 유저의 뜻대로 그렇게 선택할 수 있다. 신부가 엄청나게 늘어나긴 하니, 얼핏 보면 신부, 즉 여성이 주인공이다. 모두의 경영 역시 여성 CEO와 여성 임원을 대거 등용할 수 있다. 여러 RPG 게임에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모습(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있고, 게임 광고에서는 선정적인 말로 유저를 유혹하는 역할에 그친다)을 상상해 본다면 의외의 구도이지만, 그렇게만 보기에는 찝찝한 구석이 있다.

 

 ⓒ게임<모두의 경영> 캡쳐

 

[모두의 경영]은 사용자에게 여성 비서 캐릭터들의 신체 사이즈를 소개하는 것으로 유명세(?)를 탔다. 소비자들의 항의에 게임 제작사는 관련 내용을 수정하겠다고 밝히긴 했지만, 어쨌든 재미로 성차별적 요소를 넣었다는 점은 실망스럽다. 여성이 비서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조건은 신체 그 자체가 되고, 그에 비해 남성 비서 캐릭터는 성품과 지적인 면모가 그 인물의 특징으로 강조된다. CEO를 선택하는 과정에서도 남성과 여성에 대한 시각이 사뭇 다르다. 남성이 스스로 “나는 백억 원의 사나이가 될 남자”이라고 말하는 동안, 여성은 “나의 매력으로 모든 계약을 성사시키겠다”는 포부를 드러낸다. 비서 선택에서 신체 사이즈 공지가 없었더라면 이런 자기소개를 편견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게임<모두의 경영> 광고

여성비서는 왜 '섹시'하거나 '귀엽'거나 해야 할까?

 

그렇다면 신부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 [내 신부가 100억명]은 어떨까? 다행히 (기자가 지금까지 플레이 한 바로는) 신부를 신체조건이나 기타 조건으로 평가하거나, 남성캐릭터와의 성차별적 대조가 이루어지는 경우는 없다. 정작 불편한 부분은 신부의 양적 증가를 위한 ‘혼인신고’나 ‘신부수업’ 등의 게임 내 이벤트에 있다. 게임에서는 신부의 숫자가 곧 결혼의 횟수인데, 기본적으로 게임을 켜두면 저절로 신부가 ‘패스’된다. 당연히 신부의 거절 혹은 승낙, 의사 표현은 나타나지 않는다. 실제 결혼보다 간단한 방법으로 결혼할 수 있는 것이다. 화면을 빠르게 터치할수록 결혼횟수도 증가하고, 늘어난 신부로 새로운 컨셉의 신부를 가질 수 있다. 그 컨셉은 의상이나 성격으로 분류된다. 앞치마 신부, 기모노 신부, 활발한 신부와 같은 식이다. ‘혼인신고’와 ‘신부수업’으로 결혼 횟수는 늘릴 수 있을지언정, 거기에 신부는 반복적이고 기계적 태도로 그것을 승낙하는 캐릭터에 그친다. 물론 이 일방적인 결혼은 게임 속 이야기이지만 아직도 신부수업 같은 단어가 게임에서, 그것도 빠른 결혼을 위한 촉매로 사용된다는 점은 낡은 가치관의 반영으로 보인다.

 

ⓒ게임<내 신부는 100억명> 캡쳐

 

2 KILL :: 술 취한 하이힐? 왜 그들은 ‘여성’의 음주 증가를 강조할까

 

※ 이 글에는 #세계일보 #헬스팀 #이경호 기자님이 꼭 보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지난 화요일, 지인이 카톡으로 기사 링크 하나를 보내왔다. “술 취한 하이힐, 20대 여성 음주 갈수록 높아져”란 제목의 세계일보 기사였다. ‘술 취한 하이힐’이라는 표현부터 거슬렸는데, 역시나. 기사는 불편함의 연속이었다.

 

기사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사회가 개방적으로 변하면서 20대 여성의 음주가 급증했다. 그러다 보니 음주로 인한 피해가 우려되고, 고위험군의 20대 음주 여성은 주의가 필요하다.

 

ⓒ세계일보

왜 '여성의 음주율 증가'에 기자 정신이 발휘됐을까?

 

이 글은 쓴 이경호 기자는 ‘술 취한 하이힐’을 수치상으로 증명하기 위해 통계 자료를 사용했다.
“2013년 기준 20대 여성의 음주율은 64.8%로 2008년 55.2%와 비교해 9.6%포인트 급증했다.”, “2013년 여성의 경우 고위험 음주율은 20대가 9.7%로 가장 높다.”

 

기사에 남성의 음주율에 관한 언급은 없다. 오직 20대 여성의 음주율이 모든 성별과 연령층을 통틀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이야기만 강조되고 있었다. 그런데 웬걸, 자료를 찾아보니 20대 남성의 음주율은 78.9%, 고위험 음주율은 19.3%에 달했다. 상대적으로 남성이 훨씬 더 높은 음주율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기사는 여성의 음주율 증가 폭에만 포인트를 두고 20대 여성을 대상으로 알코올 중독이니 치료가 필요하니 떠들어댄 것이다.


기사의 의도는 여기서 드러난다. 남성의 음주율이 여성보다 10%나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그것은 오래전부터 그랬던 ‘당연한’ 일이고, 여성의 음주율이 늘어난 것은 ‘특별한’ 일이다. 그리고 그 ‘특별한’ 현상에 대한 기자의 해석과 염려가 따라붙는다. 거기서 기사의 불편한 지점이 확대된다.

 

“주류광고에서 예쁘고 매력적인 여성 톱스타들이 술을 권하는 모습들 덕분에 술 마시는 여성이 매력적이라는 인식이 생겼고 여성음주에 대해 관대해졌다. 술자리는 이제 더 이상 남자들만의 자리가 아니다. 현대사회에서 여성의 사회적인 음주는 허용적이며...”

 

기자는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기사인 듯 기사 아닌 소설을 써내려가고 있다. 어디서부터 설명해줘야 할지..(한숨) 우선, 여성은 매력적으로 보이려고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다. 술 마시는 여성이 매력적이라는 인식은 누구의 인식이며, 여성음주에 대해 관대함을 베푸는 주체는 누구인가? 여성의 사회적인 음주는 누가 허용하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다. 술자리가 특정 성(SEX)의 자리니 마니 하는 것을 2015년에 보고 있다니, 우스울 따름이다.

 

“여성에게 있어 알코올 중독의 가장 큰 위험은 2차 피해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술이 취해 제대로 자신의 몸조차 가누지 못한 가운데 필름까지 끊기게 되면 이로 인해 발생되는 2차 범죄에 자신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항상 각인해야 한다.”

 

사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더 이상 기사 읽기를 포기할 뻔했다. 여성에게 성범죄의 피해자가 되지 말라고 가르치는 것은 마치 성범죄가 피할 수 있었던 범죄인 양 느껴지게 한다. 성범죄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멍에를 지우는 것이다. 설령 어떤 여성이 술에 취해 길거리에 쓰러져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그녀가 강간당할 만하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언제쯤 세상은 강간당하지 말라가 아닌, 강간하지 말라고 가르칠까?      

 

* 함께 푸는 주관식 퀴즈 *

 

1. 다음은 이달 13일에 방영된 드라마 <용팔이>에 나온 대사다. 이 대사를 바르게 고치시오.

 

ⓒSBS 드라마 <용팔이>

 

# 상황 : 연예인 지망생 A는 한류스타 차세윤의 호텔 방에 찾아간다. 그곳에서 차세윤은 성관계를 요구하고, A는 거부한다. 그러나 폭행당한 후 강제로 성폭행을 당한다. 병원에 입원한 피해자 A가 같은 병원에 차세윤이 있다는 걸 알고 복수를 위해 병원을 폭파하려 하자, 주인공 김태현(주원 분)은 A를 설득한다. 그러던 중에...

 “차세윤이 너한테 한 짓은 죽어 마땅하지만, 쉽게 연예인이 되고 싶어서 그의 호텔방에 제 발로 들어간 너의 잘못이 없지 않다.”

 

2. 지난 19일, 제이스와 키썸이 콜라보 신곡 <성에 안 차>를 발표했다. <성에 안 차>의 밑줄 친 가사가 기자의 성에 안 찬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게 많은 백을 갖고도 (성에 안차) 옷장에 꽉 찬 옷을 보고도 (성에 안차)
그렇게 멋진 남자를 만나도 (성에 안차) 대체 뭐가 그리 불만이고 성에 안차

현기증이 나 네 개소리가 널 보면 미간에 주름이 쫙
언니가 말한다 입닫아 꽉 네 낯짝처럼 두꺼운 네 화장빨
여자는 사랑받기 위해서 태어난 거에요 그럼 사랑받기 위해서 예쁜 짓을 해 충분히 대접받아야 해요 난 여자니까요
여자니까? Shut Up! 같은 여자인 나 역하니까
빛나는 구두 위해 빚나는 네 카드 영수증 높아진 콧대 그냥 뻔하지 너에게 연애는 만남이 아닌 거래
밑 빠진 독에 물 부어줄 남자를 찾지 널 위한 현금 지급기 같은 그 누가 좋아할까 향기 없는 꽃
OK! 뭘 해줘도 성에 안찬데 남자들은 안구에 습기 차네 가방 구두 네가 든 건 다 비싸네 겉치렌 진짠데 속은 다 짜가네
아 어디서 냄새가 나 어딘가 했더니 여기저기 골빈 애 잘 봐 사실 니들이 어떻게 살든 난 관심 없어

근데 왜 우리 여자들이 싸그리 욕을 먹어다 똑같이 생겼지 하나같이 꼭두각시
남자들을 물로 보지 우렁각시 코스프레 하면서 등골 쪽 빠는 거머리 니네 덕분에 진짜배기는 진절머리가 나
어쩌다 이렇게 멍청해진 건데 네가 다 해결해 왜 남자가 해결해 모두가 기억해 왜 그리 미련해
외롭지 당연해 다 네가 한 건데 지하철을 타 차가 없으면 너의 젊은 날은 절대 구겨지지 않아 지하철을 타 왜 남 차를 타 짧은 네 치마가 자꾸 더러워지잖아

 

 

글. 달래(sunmin5320@naver.com). 블루프린트(41halftim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