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국어대학교 이문캠퍼스 총학생회가 학생 자치 언론인 교지에 약속된 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양자 간에 갈등이 불거진 사태가 발생했다. 이번 사태는 그 동안 권위적인 행보를 계속해온 총학생회에 대한 불만까지 터져나오면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중이다. 
 
사건의 전개

사건의 발단은 작년 말 교지편집위원회(이하 교편위)가 전임 편집장의 실수로 감사위원회의 감사를 받지 못하면서 시작됐다. 그러자 올해 결성된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에서는 회칙에 따라 교지의 1학기 재정 집행을 잠정 중단시켰다. 교편위에서는 중운위에서 지적한 사항들을 개선시키면서 교지대금이 다시 지급될 수 있도록 안건을 상정해달라고 총학생회장에게 요청했다. 그렇게 원만히 해결될 것 같았다.

하지만 총학생회장은 돌연 대다수 학생들이 교지 발행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 교편위에서 저지른 과오가 만회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란 점을 들어 교지 자체를 외대학보사와 합병시키려 했다. 사실상 교지 폐간을 의미하는 조치인 셈이다. 사태가 해결될 줄 알았던 교편위 입장에서야 뜬금없이 뒤통수를 얻어맞은 격이다. 다급해진 교편위는 총학의 조치가 부당함을 알리고 서명운동을 벌여 1천 명이 넘는 서명을 받아냈다. 뿐만 아니라 학내 5대 언론사(외대 학보, 아거스, FBS서울, FBS용인, 교지)와 연계하여 언론협의회 성명서까지 발표하기에 이른다.

총학은 한 발 물러섰다. 지난 6월 21일에 열린 중운위에서 상정된 교지 안건에서는 1,2학기 교지대금 이관 및 관리, 교지 제작을 위한 대금 사용 등이 결정되었다. 총학과의 오해가 풀렸다는 글도 있었다. 교편위는 가을호 교지 발행을 위해 교지 제작에 착수했고 사태는 다시금 진정된 듯 보였다.

하지만 총학은 또 한번 말과 행동을 달리했다. 교지대 지급이 차일피일 미루어지더니 급기야 9월 13일에 중운위에서 1학기 교지대금 환불이 결의되어 버린 것이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공적으로 다루어져야할 교지대금 2000만원이 총학생회 집행국장 개인 계좌에 있다는 것과 철저하게 권위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총학의 태도가 알려지면서 일반 학우들의 비판여론이 끓어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총학은 감사를 받지 않은 교편위가 잘못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한국외대의 교지파동 사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교편위의 대자보(왼)와 총학의 대자보(우)



총학의 권위주의가 문제

사실 이번 교지파동 사태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의적인 판단과 권위주의로 점철되어 있었다. 애초에 이문캠퍼스와 용인캠퍼스 둘 모두에게 발행되는 교지가 이문캠퍼스의 감사만을 받아야한다는 건 분명히 문제가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교지 대금의 미지급과 교지의 폐간은 사실 학칙에도 명시되지 않은 사실로서 엄밀히 따지자면 서울 총학생회만의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를 시행하려 했다는 건 총학생회의 권한 남용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게다가 시종일관 총학생회가 이번 사태에서 보여준 태도는 권위적이었다. 교편위가 학보사에서 만나자는 제안에 ‘어디 총학생회장을 오라 가라 하느냐, 그것부터 당장 사과하라.’라고 말한 일화는 이미 커뮤니티 사이트에 널리 퍼진 상황이다. 그러면서도 총학생회는 오히려 교편위측에게 ‘대의체계’를 운운하며 감사부터 받으란 말 뿐이다.

분명히 교편위에서 교지에 대한 감사를 받지 않은 건 잘못이다. 하지만 감사를 받지 않은 교지에 대한 처분이 학칙에도 명시되지 않은 폐간이라는 건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게다가 6월에는 정기 감사가 예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총학측은 어떤 말 한마디도 없이 감사위원회조차 구성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교편위 측은 정식적인 민주적 절차를 따르면서도 교지를 발행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사실 외대 총학생회 측이 논란에 휩쌓인 것은 이번 한 번 뿐이 아니다. 운동권이 중심세력인 이번 총학생회는 당선되기 전에는 식사비용을 트집삼아 도서관학생위원회를 활동 중단케 한 바 있다. 또한 졸업준비위원회의 경우에는 졸업준비위원을 잘못 뽑았다는 이유로 아예 해체까지 당해버렸다. 그리고 그 때 마다 번번히 권위적인 태도와 소통방식은 항상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이번 교지파동 사태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문제라고 봐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새로운 양상의 갈등, 잘 봉합해야 

어찌됐든 이번 사태는 우리가 흔히 접하던 학교와 학생 기구 간의 대립이 아닌 학생 기구와 학생 기구간의 대립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민주적인 소통에 따라 옳고 그름을 자발적으로 결정할 필요성이 그 어느 때마다 요청되는 까닭이다. 이번 교지파동 사태가 학생들의 방관 속에 잊혀질지, 아니면 민주적이고도 합리적으로 해결될 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