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퇴 선언한 홈페이지 글 전문


재범이 탈퇴 선언이 크게 이슈가 되고 있다. 제2의 유승준 탄생이 아니냐며.

나 아직도 유승준이 한국에 들어와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활동한다면 적극적으로 반대는 하지 않겠지만 암묵적으로 그가 나오는 프로그램은 보지 않을 것 같다. 몇년 전 그가 엠넷 다큐를 통해 국내 복귀를 꿈꿨을 때에도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만큼 그에 대한 애정도 컸고 믿음도 컸고 배신감도 컸다.

그런데 이번 사태에서 재범의 케이스를 유승준 케이스와 일치시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난 그건 아니라고 본다. 유승준의 케이스는 군대를 갈 것이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하고 다녔고, 근육질의 다부진 몸으로 건강미를 자신했던 그가 막상 입대가 눈 앞으로 오자 태도가 급변했었다. 특히, 시민권과 관련된 이야기를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다니는 것은 "국민과의 약속"으로 탈바꿈되어 미국의 시민권을 포기하고 '한국인'이 되어 한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그러나 그는 이런 저런 핑계로 결국 시민권도 포기하지 않았고, 군대도 가지 않았다. 안그래도 국민정서에 민감한 '군대', '미국', '시민권' 과 같은 단어에 관련된 그의 태도는 온 국민에게 폭발적인 배신감을 안겨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박재범의 케이스는 다르다. 공인이 되기 전 그가 썼던 마이스페이스의 내용은 잘 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럴 수 있다고 인정되는 수준이기는 하다. 가족들이 모두 한국에 있는 연습생들조차 연습생 시절이 지옥과 같았다고 회상한다. 하물며 연고 없는 재범의 한국에서의 연습생 생활은 고되다면 몇 배 더 고되었을테니 홧김에 그런 말을 했을 수도 있을텐데 왜 이렇게까지 반응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나도 한국인이지만 한국인의 이런 감정적인 반응이 때로는 이해가 안된다. 이렇게까지 반응할 일인가? 

           ▲  화제가 된 마이스페이스 글들

마이스페이스의 글들을 보면 현지인들의 대화 내용과 좀 비슷하다. 난 잘 모르겠지만, 미국에서 생활했던 애들은 소위 '좀 노는 애들'말투라며 인정하곤 하던데. 우리나라도 소위 '날라리'들은 이런 말투를 쓰지 않던가? 그러니까 비약되게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인터넷 언론의 제목짓기를 보고 있으면 재범이 역적이라도 된 듯 표현하는데 이건 정말 웃기지 않을 수 없다. 어쩜 그렇게 과장되고 비약한 표현을 잘 찾아내는지 그 기술이 궁금해질 뿐이다.


재범이 탈퇴를 결심했다고 한다. 미국으로 떠나기까지 한다고 한다. 2PM은 6인조로 활동할지 해체할지 아직 결정을 못 내렸다고도 한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싶다. 

아무리 공인의 위치가 어렵고 힘든 자리라지만, 공인이 되기 전에 자신의 개인적 사이트에서 했던 말들로 이렇게까지 사회적인 매장을 당할 수 있는 것일까?? 우리나라는 왜 "한국이 싫어요"라는 말이 이렇게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일까?? 오히려 왜 싫어하는지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이해하는 포용력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 

이걸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해 재범의 말은 전혀 논란거리가 될 건더기도 없다. 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탈퇴와 연예계 퇴출로 이어지는 행로가 충격적일 뿐이다. 이렇게까지 해야하는 것일까??

한편으로는 이게 JYP의 언플은 아닐까 의심도 되지만, 며칠째 다음을 비롯한 각종 포털 사이트를 달구고 있는 "재범 한국 비하 발언"이 조금은 진정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몇 분 전 올라온 중앙일보 기사.



 
탈퇴를 결정하고 미국행을 결정지은 순간, 중앙일보 '조인스'에는 [2009.09.08 15:11 입력 / 2009.09.08 15:13 수정] 으로 재범의 '한국애정발언'이 밝혀졌다. 왜 다른 네티즌들은 이 어구를 찾지 못했던 것일까? (스캔들 관련 네티즌 수사 속도는 상상을 불허하는데 말이다) 조금만 빨리 언론에서 비춰주었더라면 탈퇴까지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언론의 '한국비하발언'에 힘입은 네티즌들의 폭발적 반응이 이번 '한국애정발언' 기사를 이후로 어떤 국면을 맞게 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몇몇 블로그에서는 '사필귀정'이다 '그럴만했다'라는 반응과 아고라에서는 재범의 퇴출서명운동까지 이루어지기도 했다. 물론 표현의 자유는 인정되어야 하지만, 몇몇 기사들과 루머들이 순식간에 퍼져나가 전체 네티즌을 쥐락펴락하는 모습은 실시간으로 오락프로그램을 보는 듯 했다. 이번 사례가 어떻게 마무리될 지 모르겠지만, 언론플레이에 따라 말그대로 한 사람의 인생을 파탄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6시 비행기로 출국하는 재범군에게 '한국'이라는 나라가 2년 전 마이스페이스에 적었던 그 감정으로 남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