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김진숙 (13)

[인스턴트] 영화 '위로공단', 가족주의와 시대 바깥에서 비추는 노동

인스턴트는 ‘즉각적인’, ‘순간’을 의미한다. 휙휙 지나가는 트렌드들을 세세하게 짚고 넘어가기보다는, 아직 표면 위로 올라오지 않은 현상의 단면을 조악하더라도 빠르게 훑는 것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지난 트렌드20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연재 ‘인스턴트’는 새로운 문화 현상이나 숨어있던 현상들을 짚어내어 스케치하고자 한다. 취미, 컨텐츠, 소비 현상들을 엮어내, 생활 방식을 파악할 수 있길 희망한다. 영화[위로공단]을 이야기하기 위해 영화를 보고 어머니를 생각했다. 가족주의적인 작품이 아님에도 말이다. 몰염치한 동일시는 아니었던 것 같다. 노동하는 어머니가 아닌 '여성' 노동자. 나의 어머니를 생각했다. 출근을 위해 새벽 4시에 집을 나서고 8시에 퇴근해 귀가하는, 월 130만원 받는 장기 계약직. 그러면서..

[D-14] "국회의원 되고 싶었으면 해적기지 발언 사과했을 것" 진보활동가 김지윤씨

정치란 거창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생활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요? 영어에 소질이 없어 토익 600점 넘기가 어려운 20대부터, 맞벌이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부, 본업 말고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예술계 종사자들까지. 대선을 100일 앞두고, 100일 간의 릴레이 20대 인터뷰를 시작해 20대의 진짜 삶을 정치권과 사회에 전달하겠습니다. 취지에 공감하신다면, 여길 클릭해 고함20과 20대의 목소리를 후원해주세요! 이름보다 ‘고대녀’ ‘해적녀’라는 별칭이 더 유명한 김지윤씨를 만났다. 그는 ‘레프트 21’의 기자로 일하고 있었다. 레프트 21이 운동단체 ‘다함께’가 만드는 격주신문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글’을 통해 계속 투쟁을 하고 있는 셈이다. 20대 시절의 대부분을 ‘다함께’라는 운동단..

SNS, '게토'와 '해방구'의 갈림길에 서다

SNS의 혁명성은 모든 유저가 하나의 ‘정보매체’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주류 언론이 잡아내지 못하는 정보를 개인이나, 과 같은 대안매체가 생산과 동시에 다수의 사람들에게 전파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가 SNS다. 2000년 초중반에 커뮤니티 게시판을 중심으로 정보가 공유될 때와 비교하면 훨씬 빠르거니와, 포털이 제공하는 뉴스시스템에서도 벗어나 있기 때문에 성역을 깬 정보 전달이 가능하다. SNS의 기능은 두 공영방송사가 전부 공정보도를 하지 못하는 지금과 같은 시기에 더욱 강력해 진다. ‘해방구’로써의 기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크레인 위에 올라갔던 김진숙씨를 생각해보자. 그는 너무 높은 곳에 홀로 있어서 육성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트위터는 그의 목..

sns로 세상을 본다는 것은 자신이 ‘편집한 세상’을 보는 것이다

2012년 4월 11일 자정 무렵, 손바닥 반의 반도 안 되는 블랙베리 화면 안의 트위터 타임라인은 그야말로 ‘멘붕’에 ‘멘붕’을 거듭하고 있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 타임라인’이라고 해야겠다. 분명 이기는 게임이었다. 아니, 이긴 게임이었고, 내 타임라인에서 쟁점이 되던 것은 더 확실히 이기려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한다, 뭐 이런 얘기들이었다. 투표율 70% 넘으면 옷을 벗겠다느니 수염을 자르겠다느니 춤을 추겠다느니 하는 이야기들도, 사실상 이미 우리가 이긴 게임을 축하하고 즐기는 의미가 아니었던가. 설마 이렇게 질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민심을 우리가 안다고 생각했다. sns내의 민심은 우리가 이긴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내 타임라인과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난’ 총선 결과 사..

대학교육의 진보를 꿈꾸다 - 인권과 평화의 대학, 성공회대학교

인권과 평화의 대학, 진보 성공회대학교 "한 사람의 지도자를 길러내기 보다는 열 사람의 동반자를 양성 합니다. " 성공회대학교의 메인 홈페이지에 쓰여 있는 문구이다. 한국의 많은 고등학생들이 입학하기를 희망하는 서울대 및 주요 사립대의 메인 홈페이지와는 거리가 있다. 실제로 연세대는 ‘The First & The Best’ , 고려대는 ‘너의 젊음을 고대에 걸어라 고대는 너에게 세계를 걸겠다.’ 마지막으로 성균관대는 ‘The Only, The Best, 창조적 혁신 대학’ 이라는 문구로 자신의 대학을 홍보 한다. 사실 고등학교 때부터 ‘리더’가 얼마나 멋진 일인지, ‘성공’이 얼마나 근사한지에 대해 꿈꿔오는 것 이 훨씬 쉬웠던 한국 사회의 학생들에게 ‘열 사람의 동반자’라는 말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지..

[데일리이슈] 9년 전과 달라지지 않은 노동자의 현실

9년 전 오늘, 창원의 두산중공업 공장에서 노동자 배달호씨가 분신자살했다. ‘파업 노동자’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통한 재산 가압류가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당시 사측은 파업 노동자 89명에 대해 총 65억 원의 민사소송을 제기해서, 노동자들의 급여와 부동산을 가압류했다. 배달호씨가 죽은 후 월급통장을 보니, 가압류로 인해 한 달 월급으로 25000원이 들어와 있었다고 한다. 돈도 문제였지만, 배달호씨를 더욱 슬프게 한 것은 동료들의 외면이었다. 사측은 ‘손배·가압류’를 노조파괴와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 압박의 수단으로 사용했다. 노조에 들어가 파업을 하면 월급을 받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동료들이 배달호씨를 피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의 동료들의 말에 의하면 그는 인간관계가 파탄 난..

2011년을 정리하는 고함 Award - 사회 부문

2011년 한 해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래서 고함어워드 수상자를 선정하는 일은 많은 고민이 따랐다. 하지만 생각을 하면 할수록 굵직굵직한 족적을 남긴 인물, 집단들만이 머릿속에 남았다. 다음은 어떤 상을 줄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고함20 기자들이 머리를 맞댔다. 그래서 그런지 상당히 풍자적이다. 올해의 인물 - 김진숙 김진숙은 한 겨울 새벽에 35m 상공 크레인에 올랐다. 그는 추운 겨울이 다시 얼굴을 내밀 무렵이 돼서야 크레인에서 내려와 땅을 밟았다. 2011년 중 309일, 계절이 4번이나 바뀔 만큼 긴 시간이었다. 그로 인해 많은 것이 변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재벌총수는 국회에 불려갔고 수만 명의 사람들이 버스를 타고 부산 영도구를 방문했다. 오직 그의 얼굴을 보기..

[데일리이슈] 김진숙 구속영장 기각, 추락하는 검찰에게는 날개가 없다

검찰이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과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 3명에 대하여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에 대해서, 부산지법은 청구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부산지법은 김 지도위원이 노사합의에 의해 크레인에서 내려온 것, 한진 중공업 측에서 선처를 호소했다는 점, 피의자의 건강을 회복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김 지도위원의 구속영장청구를 기각한 사법부의 결정을 환영한다. 현행법에 비춰봤을 때도 김 지도위원을 구속할 명분은 전혀 없으며, 국민의 법 감정에 비춰봤을 때도 구속수사는 상식적이지 못하다. 이로써 검찰은 스스로 자충수를 둔 꼴이 되었으며, 무리한 구속수사를 하려고 한다는 국민들의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되었다. 모든 수사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법리에 따라 기본적으로 불구속 수사가 원칙..

[데일리이슈] 끝이 보이는 한진중공업 사태, 그리고 어느 죽음

외로운, 그러나 외롭지 않았던 싸움이 끝날 것으로 보인다. 한진중공업 노사 간의 교섭을 통해 정리해고자 94명은 1년 내에 재취업할 권리를 얻고, 2000만원의 생계보조비를 받게 된다. 10일 오후 2시로 예정된 노사합의안 찬반투표의 가결만이 남았다. 9일 모든 일이 끝날 것으로 보였지만 경찰과의 마찰이 역사의 순간을 하루 늦추었다. 그러나 일단 합의안이 통과되면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은 드디어 35m 높이의 85호 크레인에서 내려와 영도 땅에 발을 디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리해고 철회 없이는 내려오지 않겠다’는 그의 의지가 결국 현실화되는 것이다. 김진숙 위원이 올해 1월 6일 크레인에 올랐으니 계산해보면 겨울부터 봄, 여름, 가을까지 1년을 꼬박 공중에서 보내고서야 이 같은 결과를 얻게 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