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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조이] '모두의 경영' 성차별 논란 일파만파 外

KILLJOY.흥을 깨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여성혐오와 반성평등적 컨텐츠는 세상에 널리고 널렸다. 그 흥을 깨지 않으면 계속해서 번식할 것이다. 페미니즘은 KILLJOY여야 한다. 우리 모두가 단 한 번도 성평등한 세상을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아이템은 무궁무진하다. 앞으로 [킬-조이] 연재를 통해 마음껏 고함20이 느낀 불편함을 말하고 설치며 흥을 깰 예정이다. 1 KILL :: 어쩐지 이상한 게임들 두 가지 스마트폰 게임을 접했다. [내 신부는 100억 명]과 [모두의 경영]이다. 두 게임 모두 표면적으로는 여성이 주인공이거나 유저의 뜻대로 그렇게 선택할 수 있다. 신부가 엄청나게 늘어나긴 하니, 얼핏 보면 신부, 즉 여성이 주인공이다. 모두의 경영 역시 여성 CEO와 여성 임원을 대거 등용할..

혐오를 편집하라

'옹달샘'을 계속 출연시키기로 한 JTBC에 대한 보이콧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사태에 문제를 느낀 시청자들은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채널 불매'를 선택했다. 이 보이콧은 지금도 조롱받고 있다. 그것은 장동민의 발언을 여성혐오로 지적하는 말들이 계속 공격받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들의 프로그램 잔류를 보는 내 시각은 복잡해졌다. 내가 예능을 보는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부터, 혐오발언을 하지 않는 출연진들의 활약약에 안심하고 웃고싶어서 였는지, 나 역시 '백마디 중 한 마디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하던 것은 아닌지와 같은 자아성찰 수준까지 나아갔다. 여기에 연예인의 행동을 어디부터, 언제부터 용납 가능한 범위에 넣을것인지까지 이어졌지만 답을 찾지 못했다. 혐오발언을 한 예능인들을 피해..

[인스턴트] 남자 셰프들이 만든 주방에선 무슨일이?

인스턴트는 ‘즉각적인’, ‘순간’을 의미한다. 휙휙 지나가는 트렌드들을 세세하게 짚고 넘어가기보다는, 아직 표면 위로 올라오지 않은 현상의 단면을 조악하더라도 빠르게 훑는 것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지난 트렌드20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연재 ‘인스턴트’는 새로운 문화 현상이나 숨어있던 현상들을 짚어내어 스케치하고자 한다. 취미, 컨텐츠, 소비 현상들을 엮어내, 생활 방식을 파악할 수 있길 희망한다. ‘재벌가, 대통령가 며느리들의 요리선생’. 예능 [한식대첩] 홈페이지는 요리연구가 심영순씨를 그렇게 소개한다. 여성이 요리예능에서 입지를 굳히기 위한 조건을 설명하는 문장이기도 하다. 그는 요리학원을 열고 책까지 냈지만 ‘요리사’로 불리지는 않는다. 고위관료·교수의 며느리나 딸 등 '명문가' 여성들에게 한식을 ..

[뭍위에서] ⑫ "슬픔보다 무기력함을 강하게 느꼈다"

유OO씨는 세월호 참사가 있던 시기, 휴학상태로 대학 내 자치언론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가족들이 있는 분당이 아닌 학교와 가까운 서울시 성북구에서 지냈다. 그는 사고 이후 엘리베이터에서 손잡이를 꼭 잡는다거나 공사장 같은 곳을 지나가지 않으려는 행동이 심해졌다고 말했다. 사고 이후 그가 만든 가장 큰 원칙은 '슬픔으로 무언가를 지워내지 말자'는 것이었다. 사건이 일어났을 때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당시 서울 성북구에서 지내고 있었다. 16일에 여객선이 침몰했을 때 (분당에서) 엄마가 왔었다. 엄마가 먼저 얘기를 꺼냈고, 나는 소식을 확인했다. 그때 엄마에게 걱정할만할 일이 아니라고, “얘네 다 구출됐대”라고 말했다. 첫 번째 오보가 났던 때다. 엄마와 밥을 먹고 집에 돌아와서 뉴스를 확인해보니 그게 아..

[SWIFF] '가짜'로 인생을 견딘다는 것 : 영화 [거짓말]

피부과 간호사인 아영은 교사인 애인과 결혼을 앞두고 있다. 얼마 전 반지를 선물로 받았다. 이젠 혼자 지낼 오피스텔을 알아보지 않아도 된다. 시댁에선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고 하지만, 그래도 눈치가 보여 점심시간에 짬을 내 혼수용 외제차를 보러 다닌다. 애인이 준 카드로 피부과 동료들에게 비싼 저녁도 샀다. 오늘은 새로 산 명품 화장품으로 다른 메이크업을 했다.… 이 문장들 중에서 진짜는 얼마나 될까? 영화 의 주인공 아영에게 거짓말은 각본 외우기와 같다. 위급한 상황에서 튀어나오는 거짓말과는 다르다. 그렇다고 사기를 치고 다니는 것도 아니다. 사람들은 아영의 예상대로 되묻고 행동한다. 전자제품 매장에서 결제 직전, 아영이 “제가 지갑을 안 들고 와서요”라고 말하면, 직원들은 선뜻 계좌번호를 적어준다. ..

[뭍위에서] ⑩ "이건 과거가 아니다"

배OO씨는 대학의 기숙사를 관리하는 교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유럽여행을 떠나기 며칠 전 세월호 참사 소식을 접했다. 지금은 페이스북을 끊었지만, 사고 당시 페이스북을 통해 관련된 정보를 얻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정치와 안전이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하게 말했다. 그러나 그런 개인의 성찰과 정치에 대한 관심은 별개라는 것도 알려주었다. 안전에 대한 강박이 심해지는 만큼, 정치에는 눈길을 주지 않게된다는 결론은 비관적이기는 하지만 생소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기초생활수급자였던 그는 단 한번도 국가로부터 보호받고 있다고 생각한적이 없었다. 그날은 친구 아버지 장례식에 갔다가 나오는 길이었다. 사고 소식을 좀 늦게 접했다. 핸드폰 볼 감정상태도 아니었고 해서. 아직도 기억이 난다. 장례식장에서 나와서, 지하..

세월호 사건 1주기 고함20 SNS 단신 모음

2015년 4월 16일은 세월호 사건 1주기였다. 고함20 기자들은 1주기 현장을 찾아가 몇몇 개의 짤막한 뉴스들을 편집진에 보내왔고, 이는 고함20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단신]으로 실렸다. [단신]안산 분향소 상황입니다. 내리던 비는 12시부터 그쳤지만 조문객은 많이 줄어든 상황입니다.2시부터 세월호 1주기 추모식이 있을 예정이지만 안산 분향소를 방문하기 전 팽목항을 방문한 대통령이 시행령과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추모식이 예정대로 진행될 지는 미지수라고 합니다.이상 #참새 기자가 전해드린 단신이었습니다.Posted by 고함20 on 2015년 4월 15일 수요일 2시 추모제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조문객의 수가 다시 늘어나고 있습니다. 세월호 추모제를 찾은 외신기자의 모습도 보입니다..

[뭍위에서] ② "중요한 건 사람들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김OO 씨*는 주로 인터넷을 통해 기사를 많이 읽는다. 댓글도 주의 깊게 본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간편하게 알 수 있는 좋은 창구라고 생각해서다. 그도 사고 이후에 뉴스들 사이에서 혼란스러웠던 20대였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미쳐버릴 정도’의 정보들이었다. 사회복지 전공자인 그는 인터뷰 도중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스스로에게 자주 물었다. 두 명의 동생이 있고, 학생회 임원을 맡았던 김OO 씨는 그 영향으로 평소 책임감을 강하게 느끼는 만큼 뒤에 따르는 죄책감도 크다고 말했다. 그날은 12시부터 6시까지 수업이 있는 날이라 늦게 일어났다. 그래도 두 시간 전에는 집을 나선다. 집이 학교랑 좀 멀어서, 아침 9시에 준비를 해야 한다. 핸드폰으로 배가 뒤집어졌다는 소식을 접했다. 시간은 정확히 기억..

[뭍위에서] ① "기사 하나가 한 사람의 이야기였다"

조OO 씨*는 자신을 ‘무위도식 중인 휴학생’이라고 소개했다. 경남에서 10대를 보냈고, 대학 입학과 동시에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다. 세월호 사건 이후, 그는 넘쳐나는 뉴스와 해내야만 하는 스케쥴 사이에서의 스스로를 사건에 ‘무뎌졌다’고 표현했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하는 그에게 세월호와 관련된 정보를 얻는 일은 습관이었지만, 고통스러운 일이기도 했다. 그 소식을 들었을 때를 아직 기억한다. 전공수업을 듣고 있었다. 일간지 어플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속보알림이 떴다. 오전 열한시 전 쯤이었나. ‘진도 앞바다에서 배가 침몰했고, 몇 명이 구조됐다’는 식이었다. 원래 속보가 뜨면 확인 안하고 취소를 누른다. 한 줄만 봐도 내용을 다 아니까. 근데 그건 확인을 눌러서 읽었다. 우연이었다. 별다른 내용이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