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은 한꺼번에 온다더니, 개그맨이자 MC로 다양한 활동을 보여주던 강호동(41)의 최근 신세가 그러한 듯하다. 강호동은 천하장사 출신 씨름선수에서 1993년 개그맨으로 전업한 이후 KBS 2TV의 MC 대격돌 "공포의 쿵쿵따", MBC의 “강호동의 천생연분”, SBS의 “야심만만” 등을 진행하며 국민 MC로 등극하였고, 현재는 MBC <황금어장>의 “무릎팍 도사”, KBS 2TV <해피선데이>의 1박2일, SBS의 “놀라운 대회 스타킹”과 “강심장”에서 주로 활동 중이다. 별다른 어려움 없이 이처럼 승승장구하던 강호동이 최근 갖은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1박2일 하차에 따른 사회적 논란과 종편으로의 이적설과 같은 큼직한 사건부터 시작해서 한 장의 사진으로 인해 촉발된 강호동-이수근 싸움 설까지, 최근 강호동의 신세는 바람 잘 날 없다. 여기에 얼마 전 탈세 사실까지 발각되면서 다음 아고라에서는 ‘강호동 퇴출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유재석과 함께 국민MC라는 소리까지 듣던 그가 어쩌다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일까.

한 시민의 고발로 재조명된 강호동 탈세 혐의

지난 5월 강호동은 탈세 의혹으로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은 결과 탈세 의혹이 사실로 인정되어 수억 원 대의 추징금을 받았다. 이러한 사실에 대해 강호동 측은 5일 오전 10시께 <팬들에게 드리는 사과의 말씀>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고개 숙여 사과의 말을 전했다.

강호동 소속사는 "강호동은 5개월여의 기간 동안 변호사와 세무사를 통해 법적 절차를 지키면서 국세청의 절차와 조사에 충실히 따르면서 조사에 응했습니다. 변호사와 세무사는 필요 경비를 인정해달라는 점 등 몇몇 항목에 대해 국세청에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신고 내역 중 세금이 과소 납부됐다고 결론이 내려져 결과적으로 추징금을 부과 받게 됐습니다."라며 탈세 혐의를 인정하였다. 이어서 "강호동은 추징된 세금을 충실히 납부할 것입니다. 이유와 과정이 어찌 됐든 강호동을 사랑하는 팬, 나아가 국민 여러분께 우려의 시선을 받은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라며 국민에게 사과의 말을 남겼다.

이로써 강호동의 탈세 사건은 마무리되는 듯하였다. 그러나 7일, 한 시민이 “강호동 씨의 탈세 행위에 대한 사법부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강호동을 검찰에 고발함으로써 이 사건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게 되었다.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40대 시민 전 모씨는 강호동은 연예활동과 개인사업 등을 합해 중소기업 매출보다 많은 연 300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고 국민의 사랑을 받는, 국민을 대표하는 MC임에도 불구하고 범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그는 “국가 경제를 마비시킬 수 있는 범죄를 저질러 놓고 ‘추징금만 내면 된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법질서 수호를 위해 엄격하고 단호한 조사와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츠서울에 따르면, 7일 스포츠서울과의 전화 통화에서 강호동의 탈루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직 고발장에 관해서 듣지는 못했다. 하지만 강호동씨 건의 경우 국세청에서 이미 조사한 내용이 있고, 추징금 부과 등이 이뤄진 상황이다. 고발장에 어떤 새로운 내용이 담겨있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진다.”면서 “만약 수사의 상당성이 있다면 수사와 기소 등의 과정이 이어지겠지만, 단순한 진정사항이라면 수사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강호동 탈세 혐의를 바라보는 시선

향후 강호동의 탈세 사건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든 간에, 이번 사건으로 인해 강호동이 받은 타격은 꽤 큰 듯하다. 국민MC로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그이기에, 그에 대한 대중들의 실망감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이처럼 강호동에 대한 비난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한편에선 강호동에 대한 동정 어린 옹호론도 존재하는 등 강호동의 탈세 사실은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일부에서는 강호동에 대한 비판이 도가 넘어서 마녀사냥의 형태를 띄고 있다며 우려를 표한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실들에 대한 일반적인 추측들을 기정사실화해 비난을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탈세 행위는 강호동의 세금 업무를 맡은 세무사의 잘못으로, 강호동은 고의가 아니었을 것이고, 국세청이 마음만 먹고 실시하면 안 걸리는 사람이 없는 게 세무조사라는 의견도 보인다. 또 일부 네티즌들은 강호동의 탈세 사실이 터진 시기나 정도로 보아, 강호동의 1박 2일 하차 이유가 11월 시험방송에 돌입하는 종편으로의 이적 때문이라는 의혹이 사실이고, 이러한 사실 때문에 강호동이 보복을 당한 것이 아니냐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또 정치적으로 큰 이슈가 있을 때마다 이를 덮을 만한 다른 사건이 터짐으로써 대중의 관심이 빗겨간 경우가 많다는 사실에 비추어, 이번에도 정치적인 목적이 깔려있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그러나 사실이 무엇이든 간에 강호동이 탈세를 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탈세는 일반 시민들에게 매우 민감한 문제이다. 일반 중산 계층의 시민들은 물론이거니와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까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법에 따라 정해진 세금을 낸다. 이러한 형편에 수억의 수익을 올린다는 강호동의 탈세는 그것이 고의적이었든 아니었든 방송에서 그의 프로를 보며 즐거워하던 일반 시민들에게 실망감을 주기에 충분했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강호동은 1박2일이라는 프로를 통해 친서민적인 이미지를 쌓아왔기 때문에 이러한 경향이 더욱 심한 듯하다.

물론 탈세는 강호동만의 문제는 아니다. 수없이 많은 국회의원들이 탈세 의혹으로 곤욕을 치렀고, 최근에 강호동에 뒤이어 탈세 의혹이 제기된 김아중과 2008년에 23여 억의 추징금을 받은 배용준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연예인들의 탈세 행위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미 밝혀진 사안들은 빙산의 일각일 뿐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탈세 행위들 또한 넘쳐날 것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암묵적으로 이러한 탈세 행위를 범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강호동만 물 위에 드러난 것일 뿐이라며 적절한 처벌을 하지 않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강호동의 탈세 행위에 대한 엄격한 조사를 통해 강호동의 사정을 참작할 사안이 존재한다면 참작하여야 하겠지만, 단순한 동정론으로 잘못의 형량을 줄여서는 안 된다. 강호동에 대한 도가 지나친 마녀사냥식의 비난은 옳지 못한 것이 분명하지만, 이번 사건이 우리 사회에 주는 교훈 또한 명백한 듯하다. 탈세에 대한 사회의 뜨거운 논쟁을 계기로 강호동 뿐만 아니라 강호동과 같이 사회에 모범적인 면모를 보여줘야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조금 더 세금 납부에 신경을 썼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