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터넷 카페에는 ‘흔한 ○○과의 현실’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네티즌들의 흥미를 끌었다. 수많은 시리즈를 양산해낸 이 게시물은 ○○과를 진학하기 전에 배우는 것과 가진 생각들 그리고 과 진학 뒤 현실의 모습으로 구성되어있다. 자신의 이야기인 것 같다고 심한 공감을 내보이는 네티즌이 있었는가 하면 ‘정말 저런 것인가? 몰랐었다’라는 댓글도 있었다. 이러한 그들의 댓글은 각 과의 특성을 잘 알지 못하는 현실을 반영하는 듯 보였다.

아마 ‘그런 거’ 배우는 거 아니거든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 이름을 듣고 그 과의 특성을 판단한다. 심리학과를 예를 들어 말하자면 많은 사람들은 심리학과는 사람과 자신을 알아가는 것에 대해서 배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심리학과는 이과와 더 가까운 학문이다. 심리학을 전공하고 있는 한 학생은 ‘심리학은 수학적 지식이 없으면 할 수 없는 학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농대 또한 많은 사람들이 과 이름으로 배우는 것을 상상하고 대입시키는 학문 중 하나이다. 실제로 사람들은 농대에 가면 농사짓고 씨 뿌리는 것을 배운다고 생각한다. 농대와 관련된 대다수의 질문에서 볼 수 있는 관점도 이것이다. 하지만 농대는 농사짓는 방법 보다는 농업이라는 학문을 가르친다. 쉽게 이야기해서 농대는 작물의 수량을 늘리기 위해 얼마의 비료를 주어야 하는 가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질소나 인산같은 성분이 어떻게 작물에 영향을 주는지를 배우는 곳이다.

나중에 이런 직업 가질 거지?

필자의 학교에는 법행정학부라는 조금은 생소한 과가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법이라는 단어에 집중하고 있어서 인지 “나중에 고시 봐?”라든지 “로스쿨 갈거야?”는 식의 질문을 많이 한다고 법행정학부 박모양은 말했다. 하지만 법행정학부라는 이름의 과를 선택했다고 해서 모두들 자신의 삶을 법과 관련이 깊은 장래로 정하지 않았다. 박모양의 꿈은 경찰이고 법행정학부에는 박모양처럼 과 이름과 다른 꿈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있다.

필자의 경우에 언론정보라는 전공을 밝히면 거의 모든 사람들은 ‘나중에 기자하려고 하는 구나’라는 말을 건넨다. 언론이라는 단어가 풍기는 의미가 신문사와 가까워서 그렇게 말하는 것 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비단 기자뿐 아니라 영화감독, 게임 시나리오작가까지 언론정보라는 과를 통해서 나아 갈 수 있는 길은 많다. 하지만 사람들은 ‘기자’라는 직업만을 물어 본다. 마치 언론정보라는 과를 선택한 모든 학생이 기자를 꿈꾸고 있는 것 인냥 말이다.

다시 한번 물어봐

이처럼 많은 사람들은 앞에 보이는 과 이름만으로 그 과의 모든 것을 판단해버린다. 그러고는 자신이 내린 정의가 정확한 것이라 생각만 한다. 그 속에 실제적으로 무엇이 있는지 까지는 알아보려 하지 않는다. 그 과에서 배우는 것은 이런 것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그 과를 졸업하면 상대가 가질 직업까지 알아서 정한다.

그러나 요즘 점점 더 많은 새로운 학문을 공부하는 학과들이 만들어 지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공부하는 학문들 또한 더 다양해지고 있다. 더 많은 학생들은 자신이 선택한 학문과는 상관없어 보이는 진로를 걸어간다.

상대의 과를 듣고 ‘저 과는 저런 과니까 아마 이런 꿈을 가진 사람들이 올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이 틀린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마음속으로 홀로 정의 내린 것을 말하는 것 보다는 홀로 정의내린 것을 가지고 있는 것이 나을 듯싶다. 아니면 과를 듣고 상대의 꿈을 정의 내리지 말고 “내가 그 과를 잘 몰라서, 거기에서는 뭐 배우니?”혹은 “넌 뭘 하고 싶은 거야?” 라는 질문을 던져주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