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 노르웨이의 물가와 최저시급

우리나라 최저 시급이 너무 낮다는 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최저시급 4320원으로는 밥 한 끼 제대로 사 먹을 수도 없고,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기도 벅차다. 밥값이 오르는 거야 재료비가 오르고 있으니 비난할 수 없고, 사람들은 커피 값이 비싸다고 성토하지만 다른 나라보다 싼 편이니 그것도 탓할 수만은 없다. 그렇다면 결국 우리나라의 물가에 비해 저렴한 인건비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내가 오슬로대학의 교환학생으로 노르웨이에 처음 갔을 때, 가장 놀랐던 것은 살인적인 물가였다. 슈퍼마켓까지 다 닫아버린 공휴일에 어쩔 수 없이 사 먹었던 버거킹 와퍼세트는 우리나라 돈으로 1만 8천원(90 크로네)였고 일반 식당들은 기본 4만원선에서 시작한다. 아마 유럽을 방문한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처음에 비슷한 충격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오슬로의 그 비싼 식당들에도 사람들은 빼곡이 있었고, 그곳에서 한가롭게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을 보며 이들이 부자일꺼라고 부러워했다. 하지만 그러한 편견은 내가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달라졌다. 나는 당시 시내의 한 클럽에서 컵을 모아 와서 세척하는 일을 했는데, 한 시간에 2만 5천원이라는 충격적인 시급을 받았던 것이다. 2만 5천원은 우리나라에서도 나름 고급 아르바이트라는 과외를 할 때나 받았던 수준의 돈이지만 이곳에서는 최저시급에 불과했던 것이다. 일주일에 주말 이틀씩만 일했던 나는 세금을 제하고도 140만원이라는 큰 돈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최저시급으로 인해 생기는 생활의 차이

한 시간에 2만 5천원을 벌다 보니, 버거킹 와퍼세트도 쉽게 사먹을 수 있는 돈이 생겼고, 아이스 라떼 6000원은 쉬운 돈이 되었다. 한 시간에 6000원짜리 커피 4잔을 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구매할 수 있는 것들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가 있다. ‘사람의 손이 많이 가는 것’과 ‘인력과 큰 관련이 없는 것’이다. 택시나 음식점과 같이 사람의 손이 많이 가는 것들은 인건비에 비례하여 높은 가격수준을 이루고 있지만, 식료품이나 옷 같은 재화들은 인건비의 비중이 높지 않기 때문에 한국에 비해서도 저렴한 편이다.


그러므로 금전적 여유가 크지 않은 외국인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식료품으로 세끼를 만들어 먹고, 학생들을 위에 제공되는 복지서비스를 이용하여 한달에 35만원 남짓의 생활비로도 살아갈 수 있다. 일반적인 노르웨이인 오슬로 대학교 학생들은 아르바이트가 아닌 기업체 인턴을 하나씩 하고 있었는데, 그러한 일들의 시급은 5만원 가량으로 일주일에 하루 이틀 일하고도 집세를 포함한 모든 생활비를 본인 스스로 부담하여 살아갈 수 있다.


아르바이트로 근근히 생활비와 등록금 대기에도 버거운 우리와는 달리, 의류등의 사치품도 어렵지 않게 구매할 수 있다. 명품브랜드의 제품을 쉽게 살 수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저렴하고, ZARA, Mango와 같은 SPA브랜드의 의류들은 우리나라보다 저렴하고 인근 국가에 가면 우리나라와 같은 제품을 반값에 파는 것을 볼 수 있다. 최저시급을 받고도 예쁜 옷, 가방을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이 존중받는 인건비 높은 사회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것은 금전적 가치로 환산된다. 우리가 자연의 가치를 깨닫기 위해서는 ‘이 갯벌이 몇 백조의 가치를 가집니다.’와 같은 현실감 없는 숫자로 표현되어야만 가능할 뿐이다. 물질이 인간보다 더 높은 금전적 가치를 가지는 곳에서는 인간이 존중되지 못한다. 반대로 사람이 어떤 것보다도 가치를 가지는 곳에서야 인간을 대접하게 되는 것이다.


어떤 직업을 가져도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곳에서는 직업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는 일이 덜하다. 오히려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모든 사소한 일들을 해 주는 사람에게 고마움을 잊지 않게 된다. 역설적이게도 내가 먹는 밥을 만들어 준 사람에게, 내가 신는 구두를 고쳐주는 사람의 소중함을 느끼는 것은 그것을 위해 많은 돈을 지불할 때이다.
 


지금 나는 복지나 사민주의같은 것을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의 기본인 노동에 대한 합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것이다. 구성원에게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시스템은 정당하지도 않고 금세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제적 지위를 생각해보자. 정부와 기업체들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우수한 성과와 우리나라 경제의 발전에 대해 우리가 자부심을 느낄 만큼 대단하게 선전한다. 하지만 국민들은 우리나라가 강대국이라고 자위하는 현실에 지쳤다. 이제는 그 부로 인한 현실적이고 가시적인 생활을 개선을 바라게 된 것이다.


최저시급과 나라경제

하지만 기업을 비롯한 노동의 사용자들은 경제침체를 우려하며 최저시급을 올릴 수 없다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제적 지위와 역량에 비해 최저시급은 터무니없이 낮다. OECD국가중 17위로 최하위이고 일인당 GDP대비로도 57위로 다른나라에 비해 노동력이 평가절하당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유럽의 예시에서 알 수 있듯이 인건비가 올라도 재화의 가격은 쉽게 오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실질적 부가 증대될 수 있다. 물가의 상승세보다도 낮은 임금상승률로 실질적 수입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가 상승률보다 임금 상승률을 더 높여야만이 실질적 부가 증대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개개인의 실질적 부가 증대되면 내수시장을 살릴 수 있다. 우리나라는 내수시장의 활성화가 되지 않아 많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부가 인건비를 통해 분배되어 다시 부가 재창출 되는 순환 경제를 만들 수 있는 경제구조가 현재의 경제구조보다 튼튼하다. 인건비의 상승이 실업률이나 경기침체를 가져온다는 반대급부를 상쇄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국민들의 대다수가 기본 생활비를 간신히 버는 나라에서 소비 증가를 통해 경제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하긴 어려운 법이다.


나는 우리나라 최저임금이 갑자기 유럽수준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제 충분히 많은 ‘경제 발전 5개년 계획’을 겪어왔다. 그로 인해 발전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제는 ‘임금 상승 5개년 계획’을 통해 모든 국민들이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 나라를 꿈꿀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