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으로 살아가면서 빠지기 쉬운 착각이 두 가지 있다. 첫째, 모든 대학생들은 나랑 비슷한 사람들이겠지 하는 생각. 둘째, 그 와중에 나와 조금 다르게 보이는 사람들은 대학 내의 비주류로 취급해버리는 생각. 둘 다 모두 명백한 착각이다. 

300만 명에 이르는 대학생들이 모두 다 같을 리는 만무하며, 원래 사람이 둘이 있으면 둘이 다르고 셋이 있으면 셋이 다른 법 아닌가. 또 피부색이 다르다든가, 나이가 확실히 차이난다든가 하는 눈에 띄게 드러나는 속성만 가지고 누군가를 재단해버린다는 것은 얼마나 우스운 것인가. 실제로 인사 한 마디 나눠본 적 없으면서 ‘이런 애는 이럴 거야, 저런 애는 저럴 거야, 우리랑은 좀 달라’ 하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뒷담화’밖에 되지 않는다.

ⓒ 뉴시스

 

고함20의 이번 기획 ‘대학생도 몰랐던 대학생’은 바로 이러한 보편적인 착각에 관한 이야기다. 비슷비슷한 사람들이 구성하고 있을 거라고 여겼던 대학에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공존하고 있는지, 또 그 ‘다양한’ 대학생들의 생활이 우리가 가졌던 일반적인 편견, 착각과 얼마나 다른지 확인해보려 하는 것이다.

기획을 준비하면서 고함20은 58명의 응답자를 대상으로 대학생들이 대학 내의 다양한 구성원들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 설문해 보았다. 그 결과 응답자 중 20명은 특성화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을 알거나 들어본 적도 없다고 답했고, 28명은 학점 교류 학생을 본 적 없다고 했다. 새터민 대학생이나 다문화 대학생의 경우엔 그들의 존재를 알고 있는 응답자가 13명, 4명으로 매우 적은 수에 그쳤다. 국내 외국인 대학생의 수가 9만 명을 넘어섰는데도 불구하고 외국인 학생을 본 적 없다는 응답자도 6명이나 되었다.

인식 수준은 낮았으나, 편견 수준은 높았다. 외국인 학생이 친구가 많고 활동에 적극적일 것이라고 대답한 응답자는 55명 중 14명에 불과했으며, 실업계 출신 대학생은 학점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46명 중 41명이 예상했다. 고등학교를 조기졸업한 대학생은 대학 친구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40명 중 26명이 재단했다. 주관식 문항에서는 ‘외국인 학생들은 돈이 많을 것 같다.’, ‘실업계 출신 대학생은 잘 논다.’ 등 심각한 편견을 담은 답변들도 더러 발견되었다.

대학 내의 다양한 구성원들에 대한 인식 설문조사 (주관식 답변 모음)
- 외국인 학생들은 외국인 학생들끼리만 다니는 것 같다.
- 외국인 학생들 중 대부분 중국인이고 조모임에 덜 적극적이어서 한국학생들이 안 좋아한다.
- 외국인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시끄러우나 공부는 못한다.
- 실업계 출신 대학생들은 나름대로 열등감 같은 것이 있을 것이다.
- 실업계 출신 대학생들은 일반계 학생들보다 노력을 덜 하는 편이다.
- 실업계 출신 대학생들은 자기 성적보다 상위 대학에 온 학생들이다.
- 실업계 출신 대학생들은 기본지식이 부족하다.
- 고등학교를 조기졸업한 대학생들은 대학생활에 적응하기 힘들다.
- 고등학교를 조기졸업한 대학생들은 술을 마시러 가지 못해 학교생활 적응이 어려울 것 같다.
- 고등학교를 조기졸업한 대학생들은 똑똑하다.



ⓒ 숭실대학교



편견을 걷어내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실제를 대면하는 것이다. 고함20은 이번 기획을 통해서 다섯 사람의 대학생들을 만났다. 한국학을 공부하고 있는 인도 출신 대학생, 꿈을 이루기 위해 스물아홉의 나이에 대학을 다니고 있는 만학도, 특성화 고등학교 출신으로 2학년 마무리를 향해 가고 있는 두 명의 대학생, 학점교류를 통해 다른 대학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 교류학생까지. 특별하지만 평범한,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가지고 있던 보편적 착각을 깨는 특별한 시간을 함께 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