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직장인 홍주연(가명)씨는 노트북이 고장나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홍씨는 당장 내일도 노트북을 써야하는 상황이라 바로 수리가 가능한지 알고 싶었다. 일단 서비스센터 번호를 인터넷으로 검색했다. 1633-xxxx. 대표번호가 나왔다. 대표번호에 전화를 거니 상담원은 없고 자동응답기 속의 상담원만이 홍씨를 상대했다. 수리 물품, 서비스센터 운영시간, 서비스센터 위치, 심지어는 서비스센터 위치를 휴대폰 문자로까지 안내해주는 서비스도 있었다. 하지만 정작 홍씨에게 가장 필요한 상담원은 그 어디에도 없었고, 수리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알려줄 서비스센터 직통 전화번호는 더더욱 알 수가 없었다. 결국 홍씨는 수십 분간 자동응답기와 씨름하다 전화를 끊었다.



그들이 생각하는 친절한 서비스?

여러 회사들이 ‘고객 만족’을 모토로 친절한 서비스를 앞세우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 일류기업이라는 한 회사의 서비스센터에 방문하면 과도한 친절에 도리어 고객이 어쩔줄 모르는 상황도 벌어진다. 대기시간이 지루하지 않도록 인터넷존이 마련되어있고 음료와 다과 또한 가지런히 놓여있다. 서비스센터 기사는 제품 수리를 하는 동안 항시 웃는 얼굴로 고객을 마주한다. 친절한 서비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수리가 끝나고 다음날 쯤이되면 전화벨이 울린다. 안내원은 바로 어제 받았던 서비스는 만족하셨는지, 점수로 환산하면 10점만점중에 몇점만점인지 상냥한 목소리로 묻는다.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에서 내걸고 있는 친절한 서비스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친절한 서비스!

그러나 이것이 과연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일까? 물론 친절은 감사하다. 하지만 그 이전에 고객이 불편함을 느꼈던 부분을 최우선으로 해결해주는 서비스가 선행되어야 한다. 바로 이 불편함을 파악하고 해결해 줄 수 있는 곳이 서비스센터 전화이다. 어찌보면 서비스센터는 그 다음이다. 서비스센터의 친절은 과도하리만큼 신경쓰면서 정작 고객만족의 최전방에 있는 서비스센터 전화에는 그만큼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서비스센터 전화에는 고객의 불편함을 해결해줄 상담원이 없다. 회사 측에서는 상담원이 하는 일을 자동응답기가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자동응답기는 정해진 대본과 순서대로만 말할뿐 고객이 찾는 서비스를 바로바로 연결해주지 못한다. 심지어 고객이 몇 분 가량 되는 자동응답기의 안내를 다 듣고나도 자신이 원하는 서비스가 없는 경우에는 허탈함만 안은 채 전화를 끊을 수밖에 없다. 이는 영화관 고객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할 경우 더욱 심해진다. 지금 바로 볼 수 있는 영화가 무엇인지 상담원과 직접 통화하면 1~2분 안에 끝날 수 있다. 반면 자동응답기는 고객이 상영관을 누르고, 날짜를 누르고 수십개 상영되는 영화 제목을 들으며 그중 하나를 선택해야하고 시간대를 선택해야한다. 고객은 너무 고달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귀가 어두우신 어르신들은 고객 서비스센터에 전화할 엄두도 못 내신다. 오죽하면 어르신들을 겨냥한 보험회사 광고에는 ‘직접 상담원이 전화를 받는다’는 문구까지 있다.



이건 어때요?

그렇다고해서 바로 내일부터 서비스센터 전화 속 자동응답기를 모두 상담원으로 교체해야한다는 것은 아니다. 대신 ‘상담원 바로 연결’을 하는 안내 서비스조차 없는 고객 서비스센터는 바로 상담원 안내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설치해야한다. 이것은 물론이거니와 늘 자동응답기의 안내에서 제일 뒤편에 위치한 ‘상담원 바로 연결’ 서비스 버튼을 고객이 전화걸자마자 바로 들을 수 있도록 제일 앞에 안내해야한다.

‘사랑합니다, 고객님’ 과 같은 친절멘트는 말하는 자동응답기도 듣는 고객에게도 아무 감흥을 주지 못한다.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걸었을 때 사람의 목소리가 바로 들리는 것. 바로 이것이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서비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