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 맘 때,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의원이 했던 말이 있다. “내년에는 한나라당 (지지율)이 바닥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말이다. 그의 말은 예언이 되어 버렸다. 사사건건 ‘욕’을 듣는 건 정치인과 정당의 숙명이다. 거기에 양당제 하에서의 집권여당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렇다고 치더라도 올해의 한나라당은 너무했다. 2011년은 한나라당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슈를 만들어냈다. 그것도 하나같이 국민의 비웃음과 분노를 일으킬만한 이슈들만. 올 한해의 정치이슈를 꼽아보고, 되새겨보는 <2011 고함 Award-정치 부문>에 유독 한나라당 인사들이 많은 이유다.

2011 올해의 환상 - 안철수

중의적인 표현이다. ‘환상적’인 등장이었지만 적어도 지금까진 신기루 같은 ‘환상’에 머물고 있다. 안철수의 등장은 10·26 서울시장 선거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치권 밖의 인사였던 안철수가 유력 서울시장 후보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지지율을 기록했으나 지지율 5%의 박원순 후보에게 ‘조건 없는 양보’를 하며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거기에 선거가 끝난 이후에는 1500억원 가량의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며 또 한번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올해가 끝나가는 이 시점, 출마여부를 밝히지 않았음에도 안철수는 여전히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다. 2011년 ‘환상’적인 데뷔를 한 안철수의 행보가 정말 ‘환상’에 그칠지, 아니면 그가 내년에는 현실 정치에 나설지, 지켜볼 일이다. 

출처 : 연합뉴스

2011 올해의 설상가상 – 한나라당

2011년은 한나라당에게 ‘최악’으로 기록될 해였다. 4·27 재보선이 그 시작이었다. 한나라당은 4·27 재보선에서 전통적 텃밭인 강원도와 분당을 모두 내줬다. 그리고 그 충격이 가시기도 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결단’으로 촉발된 서울시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에서도 패배하고 만다. 심지어 10·26 재보선에서는 서울시장 자리마저 야권에 내주며, 끊임없는 선거패배를 맛본다. 선거 패배 뿐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사저 문제, 무리한 한미 FTA 처리 등으로 국민들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거기에 연말, 한나라당 소속의원의 비서가 10·26선거 당시 선관위 디도스 공격에 가담한 사실이 밝혀지며 한나라당은 그야말로 ‘돌아올 수 없는 민심의 강’을 건넜다. 눈 위에 서리 내린 격이라는 설상가상에 이보다 더 적합할 수 있을까.

2011 올해의 배신상 - 엄기영

출처 : 서프라이즈

2년 전, <고함20>은 엄기영에게 ‘올해의 측은지심상’을 수상한 바 있다. 지속적인 경영 압박에,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의 ‘섭정’논란, 거기에 사표를 제출했는데도 반려당한 그를 ‘측은’히 여겼음이다. 2009년 당시 그가 제출한 사표는 반려되었지만, 2010년 초 그는 다시금 사표를 제출하고 결국 MBC 사장 자리를 사퇴한다. 특히 그는 사퇴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오늘 방문진의 존재와 의미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겠다. 방문진이 무엇을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라며 여당 성향의 방문진을 비판한 바 있다.

그랬던 그가 정치판에 뛰어들 줄 누가 알았으랴. 게다가 자신에게 ‘외압’을 행사했던 바로 그 당의 후보로 나설 줄이야. 거기에 불법선거운동 혐의마저 적발되며 엄기영은 선거에서도 패하고, 자신의 이미지마저 잃게 된다. 수많은 20대의 ‘멘토’로 꼽혔던 그에게, ‘2011년 올해의 배신상’을 주게 되다니, 씁쓸할 따름이다.

 

2011 올해의 정신승리상 - 홍준표

고민했다. 무슨 상을 주어야 할지, “2011 올해의 사실상(賞)”을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으나, 그의 발언들을 포괄하기에는 “정신승리상”이 나을 것 같았다.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는 33.3%를 넘어야 성사되는 무상급식 찬반투표에서, 한나라당의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치는 25.7%의 서울시민들만이 투표를 하자 이를 두고 “사실상 승리한 것”이라는 해괴한 해석을 내놓았다. 그 뿐 아니다. 그는 10·26 재보선의 최대 격전지였던 서울시를 내주었음에도, 다른 지역을 이겼다는 이유로 “이긴 것도 진 것도 아니다.”라는 말을 하며 ‘자의적 해석’의 끝을 보여주었다. 그야말로 “정신승리”라는 말의 정의에 가장 부합하는 정치인이었다는 평가.

자신을 풍자한 패러디를 자신의 블로그에 링크하며 “대중정치인으로 등극했다”라는 해석을 하고, 또 자신을 비판한 개그맨들을 “대단하다”고 평가한 무소속 강용석 국회의원이 강력한 대항마로 떠올랐으나, 홍 전 대표의 아성을 넘기엔 무리였다.

2011 올해의 연예대상 - 강용석

정치 분야에도 연예대상이 있다. 어지간한 예능보다 올 한 해 우리를 웃게 만든 한 사람. 바로 강용석 의원이다. 그는 개그맨 최효종을 고소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유는 풍자개그 코너에서 국회의원을 모욕했다는 것. ‘나의 발언이 아나운서를 집단 모욕한 것이라면, 같은 논리로 최효종은 국회의원을 집단 모욕한 것이다.’라는 논리였다. 그의 개그맨 고소는 또다시 개그 소재로 쓰이며 희화화 되었고, 결국 그를 ‘타켓’으로 한 개그콘서트 방송분은 시청률 25%를 돌파하며 강 의원의 위력을 인증했다. 강 의원은 거기에 그치지 않고 ‘슬램덩크 정대만의 맥을 잇는 불꽃남자 강용석의 무리수’라며 자화자찬하는 모습을 보여 많은 국민의 ‘비’웃음을 샀다.

물론 국민에게 웃음을 주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정치인과 개그맨이 주는 웃음은 달라야 한다. 새해에는 어이없는 퍼포먼스가 아닌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린 정책으로 웃음을 주는 정치인이 많아졌으면 하는 소망이다.

2011 올해의 눈물상 – 오세훈

8월 21일, 오세훈이 울었다. 눈물 맺힌 그의 얼굴은 대문짝만하게 클로즈업되어 다음 날 언론의 1면을 장식했다. “투표율 3~7%p 오를 수 있을 것” 어느 보수언론의 1면 타이틀 기사였다. 대표적인 훈남 정치인으로 불리는 그의 ‘눈물’효과에 대한 분석이기도 했다. 그러나 무상급식 주민투표율은 25.7%에 그쳐 그의 눈물이 오히려 역풍을 불러일으켰다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한나라당 당직 인선과정 중 벌어진 ‘나경원의 눈물’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청문회 과정 중 흘린 ‘정동영의 눈물’이 경쟁후보였으나 올 한해 정치판을 바꿔놓았던 ‘눈물’이었다는 점에서 오세훈의 눈물에 한 표.

누가 알았겠는가, 눈물이 역풍되어 그를 시장 자리에서 끌어내릴지.

2011 올해의 라이징스타상 - 박원순

여러 명의 정치신인이 등장한 해였다. 왕년의 스타가 재조명받는 경우도 있었고, 정치판 밖의 인사가 화려한 데뷔를 한 경우도 있었다. 그 중 올 한해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단연 박원순이다. 그는 10·6 서울시장 재보선 선거를 통해 혜성같이 나타나, 야권의 ‘블루칩’으로 등극했다. 정치경험이 없는 인물이, 그것도 무소속으로 서울시장이라는 자리에 당선되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라는 평가다.

그 외에도, ‘나는 꼼수다’를 통해 재조명받은 정봉주 전 국회의원, 무서운 바람을 몰고 오며 단번에 대선 후보급 지지도를 보여준 문재인, 안철수, 시민사회의 지지를 업고 민주통합당의 최고위원 자리를 노리는 문성근, FTA 날치기에 대항한 ‘최루탄 투척’사건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 김선동 의원 등이 강력한 경쟁자.

잇따른 파격행보로 주목받은 박원순 서울시장 출처 : 연합뉴스

2011 올해의 말(言)상 – 박재완

망언에는 끝이 없다. 올해도 수많은 망언이 언론에 보도되었고, 국민들의 질타를 받았다. “춘향전은 변사또가 춘향이 따먹는 이야기”라는 김문수 경기지사, “꼴같잖은게 대든다.”는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부”라는 이명박 대통령 등 강력한 후보들이 많았지만 <고함20>은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고용대박”을 ‘올해의 말상’으로 뽑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망언이 개인의 실수에서 비롯된 ‘해프닝’성 발언이었다면, 박재완 장관의 말은 2011년의 청년 현실과 그릇된 정부의 현실인식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발언이었기 때문. 박재완 장관은 10월 취업자가 작년보다 50만명이 늘어났다며 “신세대 용어로 실감나게 표현하면 고용대박입니다.”라는 말을 했다. 그것을 두고 많은 20대들이 “고용대박이 아닌 실업대박”이라며 분노했고 급기야 박 장관은 “귀신에 홀렸나보다.”라며 자신의 말을 정정했다.

2011년 그의 “고용대박”발언은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2012년은 조금 더 많은 20대가 웃을 수 있는 진정으로 “고용대박”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며 박재완 장관에게 ‘2011 올해의 말상’을 수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