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사상 최고수준의 제작비가 투입되어 영화 ‘마이웨이’가 만들어졌다. 이 영화에는 한국 대표 배우 장동건, 일본의 톱스타오다기리 조, 중국의 판빙빙, 그리고 ‘쉬리’, ‘태극기를 휘날리며’의 수장인 강제규 감독이 뭉쳐 영화에 대한 기대를 더하게 했다. 강제규 감독과 각국의 대표배우들이 만났으니, 또 하나의 천만관객 영화가 나오리라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오고 있다. ‘마이웨이’는 개봉 직후 첫 주에는 ‘미션 임파서블’에 밀려 2위로 데뷔하였고 개봉 이후 현재까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마이 웨이’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사람은 첫인상이 좋아야 한다'는 말처럼 영화도 첫인상이 좋아야 한다. ‘마이 웨이’는 개봉 전, 일본판 예고편에 등장한 동해를 ‘Sea of Japan'이라고 표기하여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이 영화는 한중일 합작영화여서 우리나라 뿐만이 아닌 일본과 중국에서도 개봉하게 될 영화였다. 그런 영화에 일어난 실수이기에 우리나라 영화팬들이 느낀 실망감은 더했다.

그 다음은 영화 자체의 문제다. '마이 웨이'는 영화 전개에 있어 지나치게 많은 전쟁 장면들을 보여주었다. 이는 관객이 영화에 집중하는데 방해요소가 되었다. 그렇게 많은 전쟁장면, 그리고 조선 청년 준식과 일본 청년 타츠오 간의 갈등 등 많은 스토리를 140분이라는 시간 안에 담으려고 하니 이야기 전개가 너무 빠르게 진행되어, 영화 보는 내내 스토리가 붕 떠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세 번째는 영화 대사 중 우리나라 말이 30%도 안된다는 것이다. 물론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과 한국인이 한국말로 이야기 한다는 것 또한 웃기는 일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초반에는 일본말이 대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중반과 끝부분에는 배경 자체가 유럽이다 보니 우리나라 말을 듣는 것이 힘들 정도였다. 물론 몇몇 영화 관객은 "그렇게 생각하면 외국영화는 어떻게 보냐" 라는 의문을 던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처음부터 외국영화에 한국어가 나오지 않는 것과, 한중일 합작 영화, 특히 한국 감독이 만든 영화에 한국어가 나오지 않는 것은 느낌이 다를 수 밖에 없다.

마지막 원인으로는 우리나라 영화팬들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과거처럼 제작비가 엄청나게 들어가거나 순수 우리나라 기술로 SF영화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영화를 보러가는 시대는 지났다. 우리나라 영화팬들은 엄청난 제작비를 들인 외국영화도 많이 접해 보았고, 적은 제작비이지만 스토리가 탄탄한 영화들도 많이 접해 보았다. 여러 영화들을 접해본 우리나라 영화팬들에게 장동건, 오다기리 조, 판빙빙, 그리고 순 제작비 300억이라는 '무기'만으로는 어필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다.

 

한 영화를 만드는데 적게는 반년, 많게는 2~3년이 걸린다고 한다. 그렇기에 영화 관계자분들의 노력을 한 순간에 판단하는 것은 무례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필자 또한 한 관객으로서 다른 이들에게 재미없다는 것을 재미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번 ‘마이 웨이’를 만드신 분들, 더 나아가 영화에 계시는 분들은 이제 우리나라 영화팬들이 단순히 제작비를 많이 들였거나, 유명한 영화배우를 등장시켰다는 이유로 특정 영화를 보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 영화팬들은 영화의 스토리, 영상, 더 나아가 영화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생각할만큼 수준이 높아졌다. 관객의 수준이 높아진만큼, 만들어지는 영화의 수준도 한 계단 올라섰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