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피아노 의자에 엎드려 놓고 손을 봉쇄한 다음 무차별적으로 저를 구타했어요. 또 제 몸에 칼자국을 새기려고 했을 때 실패하자 제 오른쪽 팔에 불을 붙이려 했어요.… 라디오 선을 뽑아 제 목에 묶고 끌고 다니면서 떨어진 부스러기를 주워 먹으라 하였고,…”

 
얼마 전, ‘대구 중학생 사건’으로 불리며 전 국민을 놀라게 했던 일이 있었다. 위 내용은 학교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피해자 학생의 유서 중 일부분이다. 이번 사건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 ‘왕따·학교폭력’문제가 근절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였다. 전국은 다시 한 번 왕따, 학교폭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대구 피해자 학생의 유서 Ⓒ KBS 뉴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에서 ‘왕따 대안학교’를 만들겠다는 대안을 내놓았다. ‘왕따 대안학교’는 왕따 가해 학생들을 따로 모아 교육하는 학교다. 피해학생과의 분리가 이루어진다는 것과 가해 학생들에게 별도의 교육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서울시교육청에서 이를 도입하면 다른 시·도교육청도 도입하는 방향으로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학교폭력과 관련해 서울시교육청은 앞으로 가해 학생 부모의 동의와 상관없이 학교장이 강제 전학을 시킬 수 있는 구조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의 이러한 대안에 국민들은 엇갈리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안성 공도중학교에 재학 중인 고희원 학생은 “왕따 대안학교가 생기고 그 안에서 왕따가 생기면, 본인들도 왕따 학생들의 기분을 헤아리게 되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중학생 자녀를 둔 고정애씨는 “‘왕따’라는 것이 발생하는 이유는 일종의 군중심리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몇 명이 주도를 하면 그 행동에 주변 아이들이 동조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주동자들을 잘 구별해서 가르치는 것도 필요할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왕따 대안학교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왕따 대안학교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측면도 있지만, 부정적인 의견도 많았다. 안성 공도중학교에 재학 중인 김도희 학생은 왕따 대안학교에 대해 “왕따 대안학교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 않아요. 분명 그 안에서도 왕따가 생길거에요.”라고 말하며 우려를 표시했다. 중학생 자녀를 둔 김현정씨는 “그 학생들을 모아놓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지 의문이 드네요. 어떻게 보면 가해 학생들은 자신의 잘못을 인식하지 못하는 피해자일 수 있어요. 가정에서나 학교에서 이것을 인식할 수 있도록 충분히 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하며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경기도 평택고등학교에 근무하는 허연실 교사 역시 왕따 대안학교가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미 또래 집단이 형성된 그 안에서 충분히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요. 만약 실효성이 있는 대안으로 만들고 싶다면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상담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 않고 역할극이나 정신과치료를 병행해야 하지 않을까요. 현재 중학교에서 실질적으로 학생들에게 내릴 수 있는 징계는 ‘등교중지, 사회봉사, 교내봉사, 교육’이 다에요. 이런 한시적인 방법 말고 시간이 오래 걸려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왜 잘못되었는지’ 원인을 찾고 의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하며 교육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환기시켜 주었다.

 앞으로 ‘왕따 대안학교’가 부정적인 인식을 벗고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1월 9일 <한겨레21> 제893호에 소개된 대안교육 공간 ‘공간민들레’를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 ‘공간민들레’에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13살 학생도 있고, 공부가 지겨워 학교를 그만둔 학생, 왕따·학교폭력에 시달렸던 학생, 그리고 가해자로 지목되어 그만둔 학생도 있다. 이 곳이 ‘열린공간’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양한 배경의 아이들이 모여 있는데도 갈등이나 다툼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교육기관에서는 ‘갈등, 다툼’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두어야한다.

공간민들레 학생들 모습 Ⓒ 한겨레21

 보건복지부에서 제공하는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왕따’, ‘집단 괴롭힘’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 본격적으로 문제 삼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라고 한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학교폭력은 계속해서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은폐되었던 사건들이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대한민국은 다시 한 번 난관에 봉착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서울시교육청에서 내놓은 대안이 임시방편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