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석 달 앞둔 지금, 정치권이 흔들린다. 두 가지 이유다. 쇄신과 통합으로 대표되는 정치지형 재편이 하나고, ‘돈 봉투’로 대표되는 정치권 비리가 나머지 하나다. 두 가지 모두 지금의 정치판도 자체를 송두리째 뒤엎을 만한 이슈다. 그러나, 다르다. 속내야 어떻든, 전자는 정당들의 ‘자성’이다. 정당정치를 불신하는 국민들을 위한 몸부림이다. 반면 후자는 ‘자성’이라기보다는 ‘자뻑’에 가깝다. 애써 쇄신과 통합이라는 이름으로 관심을 유도해놓고서는, 비리 파문으로 국민들의 정치혐오만 더 키워버린, 말 그대로의 ‘자뻑’이다.

이번 ‘돈 봉투’파문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정치권 전체의 구태의연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리 옛날 일도 아니다. 한나라당에서 문제가 된 전당대회는 2010년의 일이고, 민주통합당의 경우에는 올해 있었던 예비경선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이다. 게다가 한나라당의 경우는 2007년 있었던 대선 경선 과정에서도 금품이 오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나같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정당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만한 의혹들이다.

▲돈봉투 의혹을 제기한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

 

걱정이다. 정당들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다. 2011년은 정치에 대한 관심도가 최고조에 이르렀던 한 해였다. 낡은 정치를 청산하라는 국민의 목소리가 안철수 열풍으로, 또 10·26 서울시장 선거 결과로 정치권에 전달됐다. 스스로 변하겠다는 여권의 ‘쇄신’과, 시민세력까지 안고 가겠다는 야권의 ‘통합’이 화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다. 국민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면, 결국 정치권도 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20대 역시 민심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며, ‘20대는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편견을 불식시켰다. 그런 와중에 터진 의혹이라 더 걱정스럽다.

‘정치 혐오’때문이다. 기껏 정치에 대한 20대의 관심이 높아진 지금, 이번 비리 의혹은 20대에 정치 혐오를 불러일으킬 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 특정 정당이 아닌 정치권 전체에 해당되는 의혹이라, 걱정은 더하다. 작년, 20대를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던 키워드는 ‘분노’였다. ‘더는 이대로 살 수 없다’ ‘무언가 변해야 한다’는 마음이 그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분노’와 ‘혐오’는 종이 한 장 차이다. 정치 자체를 불신하게 만드는 계기만 있으면 분노가 ‘정치 혐오’로 바뀔 수 있다는 이야기다.

▲출처 : 오마이뉴스

 

정치 혐오는 ‘정치 무관심’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정치 혐오가 냉소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는 정치 자체에 무관심하게 만든다. 물론 지금의 20대는 과거와는 다르다. ‘투표하면 변한다.’는 것을 깨달은 이상, 쉽게 정치에 관심을 놓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정치 무관심에 의해 이익을 얻는 세력이 있는 법이다. 이미 그 세력들은 ‘관행이다’ ‘정치 시스템의 문제다’라며 국민의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치를 혐오할 게 아니라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세력을 혐오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20대가 이번 의혹을 놓고 행해지는 정치권의 ‘말’과 언론보도를 유심히 보아야 하는 이유다.

더럽다. 더러운 정치판이다. 그래도 관심을 놓아서는 안 된다. 20대의 정치 무관심으로 이익을 볼 수 있는 세력은 결국 그 ‘더러운 정치권’이다. 한 스님의 트윗으로 유명해진 말이 있다. “정치를 혐오해서 무관심한 그대, 정치로 인해 그대가 곧 무시당하고 혐오 당할 것이다.”라는 말이다. 정치권의 돈 봉투 파문을 분노하며 지켜보고 있을 많은 20대에게 전하고 싶은 한 마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