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이 ‘신의 직장’ 이라는 말이 실제로는 틀린 말이라는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불안한 고용 환경 속에서 특히 ‘안정성’을 우선시 하는 취업준비생들에게 공기업의 인기는 여전하다. 사실, 국가나 지방 자치 단체를 통해 운영되는 공기업이 ‘사기업에 비하여 안정적이다.’ 라는 점은 불안한 현실을 살아가야 한다는 문제에 직면해 있는 많은 20들에게 매력적이다.

고함20에서는 공기업에 입사하기 위하여 신촌에서 스터디 모임을 만들어 함께 공부 하고 있는 공기업 스터디에 방문해 보았다. 그들 중 한명은 다시 태어나도 공기업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공기업에 열정을 보였지만 모두가 “나의 꿈이 뭔지 모르겠다, 내가 정말 뭘 하고 싶은 것 인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것 같기도 하다.” 라는 한 스터디원의 말에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이것이 공기업 준비에서 특히 부딪히는 딜레마라고 말했다.

 




다음은 ‘공기업 대비’ 스터디원인 박미영(25), 이진희(26) 배선영(29) (모두가명) 씨와의 인터뷰다.

자신이 어떤 분야를 준비하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간단히 소개부탁 드립니다.

이:사실 공기업이면 다 좋지만 발전계열 (한전,한국수자원공사,석유공사 등의 에너지발전쪽의 공기업을 일컫는다).에 취직하고 싶어요. 대학은 졸업했고 26살 취업 준비생 이진희(가명)입니다.

박:전 25살 학생이구요. 병원에서 사무직으로 일하고 있는데 이직 준비를 하고 있어요. 한 일년 정도 준비를 했네요. 저도 공기업이면 다 오케이인데 공단이나 발전계열이면 좋겠네요.

배: 전 사기업에 다녔었구요. 회사 퇴사 후 석사과정을 밟았어요. 지금은 공기업 준비를 하고 있고 경제 경영 파트의 공기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공기업이라면, 대부분 연봉도 괜찮고 안정적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공기업을 준비하다가 알게 된 공기업의 장단점이 있다면?

배:요즘엔 예전 보다는 잘 알려졌다고 생각하는 점이긴 한데 공기업은 업무량이 정말 많아요. 전산에 관련된 공기업 중에서 기계직으로 일하시는 분이 일주일에 네 번씩 야근을 한다고 하는 것을 들었어요. 또한 월급이 생각보다 많지 않은데 최근에 채용인원을 늘리려고 초봉을 삭감하는 공기업들이 생기기도 했어요. 연봉 5천이 넘는 사람은 다 경력자들에 해당되는 이야기이죠.

이:좋은 점이 있다면 일단 저는 자기만족이라고 생각해요. 어려운 경쟁을 뚫고 들어갔다는 것 에 대한 보상감? 그리고 아무리 야근이 많아도 다른 사기업보다야 편하고 육아 휴직 같은 것은 보장되어 있으니까요.

사진은 위의 인터뷰와 관련이 없습니다.



공기업을 준비하면서 어려운 점이 어떤 것인가요? 배선영씨나 박미영씨 같은 경우는 면접본 경력도 있으신데 황당 면접 에피소드 같은 것은 없나요?

이:공기업은 자료가 부족한 것이 가장 힘들어요. 학원도 몇 개 없다보니 학원비가 정말 만만치 않고 경제나 경영을 가르치는 학원이 더 심해요. 4개월에 200만원 정도를 내야 하니 한학기 등록금과 맞먹는다고 볼 수 도 있죠.

배:면접 에피소드가 있어요. 예전에 면접을 볼 때 특기란에 ‘개그’라고 적었더니 웃겨보라고 하더라구요.

박:저도 있어요. 저는 자기소개서에 예전에 힘든일이 있어서 웃음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고 적었는데 여기서 웃음치료를 받은 자신의 경험을 재현해보라는 질문을 받았어요. 일부러 상황 대처 능력을 보려고 이런 것들을 질문 하는 것 같아요.

배선영씨는 사기업에 다니셨다고 하셨잖아요. 사기업을 나오시게 된 계기가 있다면?

배:사기업을 다니면서 정말 힘들었어요. 그만 둘 수 밖에 없을 정도로요. 저는 유통쪽에서 일했는데 한 번은 제가 준비한 신년 프린트가 없어졌어요. 나중에 안 일인데 사수가 절 골탕먹이려고 프린트를 일부러 없앤거에요. 또 퇴근 시간이 있다지만 없는 거나 마찬가지에요. 상사 눈치보느라 맘대로 퇴근 할 수가 없거든요. 출근 시간도 아홉시지만 아홉시가 아니죠. 사람들이 상사한테 잘 보여야 하니까 30분은 기본적으로 일찍 나와서 일해요. 실적에 따라 성과급여 같은 것이 들어가니까 사람들끼리 은근한 경쟁이 너무 심해요. 사람 문제가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사람들과 부딪히는 일이 이렇게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처음 느꼈죠.

다시 태어나도 공기업에 지원 하실 건가요? 만약 다시 대학교에 입학 하신다면 어떤 꿈을 가질 것이고 어떤 일이 하고 싶으신 가요?

배:저는 다시 태어나도 공기업에 지원 할 거에요. 아까 말씀 드린 것 처럼 사기업에 대한 기억이 너무 않좋거든요.

박:저는 그렇지는 않아요. 다시 대학생이 될 수만 있다면 경험을 많이 쌓고 싶어요. 배낭 여행 해외 연수 등등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알기 위해 노력할 거에요.

이:저도 비슷해요. 좀 더 일찍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찾아서 그 방향으로 나아갈거에요.

요새 대학생들이 공기업이나 공무원 같은 직업을 예전보다 많이 선호해요.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 :공기업 인기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젊은 사람들이 불쌍한 거죠. 안정적인 삶을 추구해야만 하고 꿈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이:맞아요. 저희 또한 공기업을 준비하면서 제일 부딪히는 딜레마에요. 안정만을 추구해 온 것이 아닌가 하는 회의감이 들때가 있어요.

취업 준비생으로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기억과 이를 바탕으로 대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주신 다면?

배: 저한테 가장 힘든 건 낙방이죠. 떨어지고 또 떨어지고 열심히 해도 떨어지고 최종 면접에 가서 또 떨어지고. 그래서 전 대학생들에게 계획을 짧고 굵게 세우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저 같은 경우도 그렇지만 사회에 나가보면 재취업을 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데 자신의 길을 한번에 찾아가는 것도 하나의 능력이자 축복이죠.

이:최근 하이킥에서 백진희씨가 취업 준비생으로 나와서 취준생의 서러움을 연기한 것을 보았어요. 약간의 과장은 있지만 마음은 비슷한 것 같아요. 내가 잘 하고 있는 걸까? 내가 하는 공부가 맞는 걸까? 이런 불안감이 제일 힘들죠.

박:저는 대학생들에게 특히 공기업을 지원하려고 한다면 일찍 준비하라고 조언을 해주고 싶어요. 공기업은 학점이 중요하고 사기업 입사준비와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합쳐놓았을 정도로 어려워요. 공부만 하기에도 너무 벅차죠. 토익 커트라인도 굉장히 높아요. 900점이 넘는 건 기본이죠. 대학생들에게 공기업을 추천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생각이 있다면 일찍 마음먹고 열심히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그들과의 인터뷰 중 "공기업이면 다 좋다. 공기업을 준비하면서 회의감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다른 일에 도전하고 싶지는 않다." 는 태도와 말들은 현실과 꿈 사이의 선택에서 어쩌면 잃어 버렸을 지도 모르는 그들의 꿈에 대하여 생각해 보게 한다. 한국 사회는 학창 시절에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 에 대한 답을 내릴 기회를 별로 주지 않았다. 게다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밀고 나갔다가는 도저히 먹고 살길을 찾을 수 없겠다는 불안감을 준다. 이런 사회에서 공기업이 인기가 많은 것은 당연하다.

"20대라면 현실에 저항해보려는 패기와 열정, 자신만의 톡톡 튀는 꿈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이들의 모습이 바람직하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꿈과 현실사이에서 현실을 택하고,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 하루하루를 열심히 보내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비난할수만은 없을 것이다. 취업에 관한 그들의 고민과 딜레마는, 모든 20대들이 절실히 느끼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