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멘토’라는 말이 식상하게 느껴질 만큼 우리 사회는 여기저기서 멘토 열풍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 김난도씨가 ‘난도샘’으로 청춘들의 멘토로 우뚝 떠오르고, <위대한 탄생>을 비롯한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멘토들은 참가자들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코치를 해준다. '멘토'란 현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상담 상대, 지도자, 스승, 선생의 의미이다. 오늘날의 멘토를 재(再)정의하자면 ‘방황하는 청춘 신도들의 교주’ 정도가 되지 않을까. 이토록 너나 할 것 없이 멘토를 찾고 있는 지금, ‘멘토교’가 사이비가 되지 않기 위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위로의 아이콘으로서의 멘토
‘88만원 세대’라는 무시무시한 꼬리표를 달고 있는 오늘날의 청춘들. 취업난에 허덕이며 안팎으로 눈치 보기 바쁜 이들의 삶은 기성세대가 ‘요즘 것들은… 쯧쯧’이라고 단정 지을 만큼 녹록치 않다. 통계청과 한국통계진흥원에 의하면 비정규직 근로자의 평균임금(세후 기준)은 2008년 129만 6000원에서 2011년 134만8000원으로 5만2000원(4.01%) 상승한 반면, 같은 기간 20대 비정규직 근로자의 평균임금은 124만원에서 122만8000원으로 1만2000원(0.9%) 내려갔다.

비정규직인 것도 서러운데 그 안에서도 차별받는 20대들의 이러한 현실은 그들을 스펙 쌓기 경쟁으로 내몰고 있지만 정작 청춘들에게 필요한 건 취업 노하우나 면접 기술이 아니라 ‘너 많이 힘들구나’라는 한마디 위로일지도 모른다. 그 반증으로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작년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하고 <청춘콘서트>와 같은 멘토 강연회가 인기를 끈다.

청춘콘서트에 참여한 대학생 최누리(24) 양은 “삶의 태도나 방향 같은 것들이 막연하고 답답했는데 청춘 콘서트에 가면 거기에 대한 답을 조금이라도 구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참여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그녀는 “살아가는 동안 도전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필수란 것을 깨닫게 되었다”며 고민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휴학하고 찾아 온 슬럼프 때문에 힘들었다던 이민영(23) 양은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좋은 자극제가 되었다고 한다. “책 구절마다 내 이야기인 것 같아서 많이 공감했다”며 ‘공감’을 이 책의 장점으로 꼽은 그녀는 “사춘기는 지나갔는데 여태껏 고민하는 스스로가 한심해질 때 내 처지를 알아주는 것만으로 얼마나 큰 위안을 느끼는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읽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는 감상평을 덧붙였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인기비결에 대해 “이 책에 인문사회과학적인 성찰이 가득했다면 책은 팔리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20대는 자신들이 처한 환경을 너무 잘 이해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과 사회상을 정확하게 읽은 기획의 힘 때문에 팔려나가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멘토는 필요 없어!
그러나 ‘멘토 열풍’을 경계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우석훈 박사(‘88만원 세대’ 저자)는 “멘토라는 말 자체가 적들의 음모다. 우리가 사용하는 미국식 멘토는 일방적으로 자신을 따르라는 것에 가깝다. 제일 못 믿을 사람이 스스로를 ‘멘토’라고 말하고 다니는 사람이다.”라며 멘토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같은 인터뷰에서 변영주 감독(영화감독)은 “책에서 말하는 내용은 상처 입은 20대에게 기성세대가 자신의 상처를 보여주며 '내가 더 아팠어, 그래도 다 나았으니 너도 참아'라는 식의 정말 치사한 조언이다.”라며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비판했다. 또한 그는 자기계발서를 찾는 20대에게 “여러분이 살아야 할 세상에 대해서는 스스로 고민해라. 어른들 말 들으려 하지 말고 또래 친구들과 고민을 나누고 토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학생 남태경(24) 양은 “수업시간에 교수님이 ‘책은 위로받으려고 읽는 게 아니라 세상을 알려고 읽는 거다. 왜 힘들 때 책에 기대냐, 사람한테 위로받아야지’라며 해주신 말씀이 있다. ‘너희들 보고 힘들 때다, 방황할 때다, 아직 어리고 약한 존재다, 이렇게 말하는 게 너희를 감싸는 말 같지만 실상은 똑똑한 너희들이 치고 올라올까봐 무서워서 그러는 거지 어른들이' '자기들이 겁나니까 너네보고 자꾸 약한 존재, 미완성인 존재 이런 말 하는 거야. 사회가 너희를 약하게 만드는 거지 너희는 절대로 약하고 모자란 존재가 아니다.'고 하셨는데 여기에 동감한다"고 밝혔다. 그녀는 “언론에서 연일 20대의 취업난, 등록금 문제, 정치 무관심 같은 부정적인 내용만 강조하니까 나도 모르게 불안해지고 조언을 구할 누군가를 찾게 됐는데, 교수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고 했다.

▲ 여성멘토 20인을 인터뷰한 <멘토에게 길을 묻다>

멘토가 가야할 길

지금의 멘토가 기성세대의 음모에 의해 탄생한 허상이라고 하지만, 그들의 영향력을 아예 무시하진 못할 것이다. 특히 근 20년간 든든한 보호막이 되어준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에 막 발을 내딛는 청춘들에게 멘토는 그 존재만으로도 힘이 된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에서 구직자 52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취업하는 데 가장 필요한 멘토로 ‘취업한 선배(39.2%)’가 1위를 차지했다. 인사 담당자(21.3%), CEO(15.4%), 실무 담당자(11.8%), 헤드헌터(7.6%), 취업강사(4.0%), 기타(0.8%) 순으로 결과가 나왔다. 이처럼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을 20대에게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취업 멘토는 88만원 세대에게 동아줄과 같이 절실하다.
최근 자신의 진로와 관련한 멘토를 만나 꾸준히 도움을 받고 있는 조정현(24) 양은 “(멘토를 만나서) 진로에  대해 막연했던 게 하나씩 풀리는 기분이었다. 직무에 대한 확실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취업하게 될 거라는 믿음과 자신감도 생겼다.”라며 멘토를 만나면 확실한 동기부여가 된다고 했다.

이는 20대의 가장 큰 걱정이 취업이라는 점에서 하나의 방향을 제시한 것일 뿐, 취업 멘토만이 답이라는 것은 아니다. 저마다 다른 고민 분야에서 그 과정을 앞서 거쳐 온 인생 선배들의 조언과 위로를 받는다면 그 또한 성공적인 멘토링이 될 수 있다. 다만 우리가 경계해야할 것은 멘토를 신으로 받드는 ‘멘토의 종교화’다. 멘토는 조력자 정도의 역할을 할 뿐이지 그들의 한마디에 내 인생이 왔다 갔다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멘토는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