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 박사는 지난 26일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책 <88만원 세대> 의 절판을 선언했다. 그는“처음에 이 책을 쓰면서 생각한 변화는 벌어지지 않았다.”며, “세상에 준 기여보다 부정적 폐해가 더 많게 된 책, 청춘들이 움직이지 않을 이유를 삼게 된 책”이라며 절판의 이유를 설명했다. 나아가 “죽어도 바리케이트를 치지는 못하겠다는 20대만 더 많아졌다.”고 지적하며 “청춘이여, 정신 좀 차려라”고 일갈했다.

그가 말한  <88만원 세대> 절판의 이유는 동의하기 어렵다. 자신의 책 한권을 통해 청년세대가 변하고, 세상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 하는 것도 우습거니와, 대중이 자기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고 투정을 부리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책이 청년세대를 계몽시켜서, 혁명의 시발점이 될 수 있길 바라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세상은 그의 뜻대로 쉽게 변하지는 않았고, 결국 답답함을 느꼈던 그는 청년세대에게 ‘세상이 바뀌지 못한’ 책임을 전가한 것이다.

 


 

‘청춘이여, 정신 좀 차려라’는 말에 당사자인 청춘들은 황당하고 억울할 수밖에 없다. 청년세대가 공연한 잘못도 없이 한국 사회 전반에 대한 문제를 전부 떠안고, ‘정신 차려라’는 식으로 문책을 당하는 상황인 것이다. 나꼼수의 김용민 교수가 2008년도에 촛불시위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20대들을 비난해서 논란이 됐던 소위 ‘20대 개새끼론’과 ,우석훈 박사가 하는 말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구조적인 문제는 지적하지 않고, 80년대처럼 소위 ‘거리 운동’을 안 하거나, 덜 한다는 이유만으로 특정세대에 사회적 책임을 묻는 단순한 발상이다.

우석훈 박사는 '88만원 세대'라는 세대론에 집착했다. 절박한 상황에 놓인  '88만원 세대'가 자신들의 현실에 불만을 가지고, ‘바리케이트를 치고 짱돌을 던지는 것이’ 사회변화의 핵심이라고 여긴 듯 하다. 그러나 공저자 박권일씨는  <88만원 세대>에서 ‘세대론’을 내세웠던 것은 '불안정노동의 전면화'라는 다분히 계급적인 문제에 접근하기 위한 우회로라고 말하고 있다. 박권일씨의 말대로 지금 청년세대의 문제는 엄연히 계급문제에 더 가까워보이고, 단순히 지금의 청년세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다른 세대의 비정규직, 저학력, 빈곤층등의 문제 역시 동일한 맥락에서 볼 수 있는 문제며, 계급문제를 극복해야만 청년문제 역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것이다. 우석훈 박사 스스로 말한 20대 80의 구조에서, 전 세대에 걸친 80이 뭉치는 것이 현재 한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데는 더 중요해 보인다. 이렇듯 세대 중심이 아닌, 계급 중심으로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더욱 절실한 상황에서, 우석훈 박사는 이상하게도 애꿎은 청년세대 탓만 하고 있다.

청년세대는 <88만원 세대> 를 읽고 스스로가 처해있는 상황을 현실적으로 인지하게 되었다. <88만원 세대> 라는 책 한 권의 역할은 그것으로 충분하다. 우석훈 박사가 느끼는 회의감은 알겠지만,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학자로서 청년들을 계몽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청년들과 발맞춰가면서 변화를 꾸준히 도모해야 한다. 사회 문제에 있어서 “나는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너희는 아무것도 안한다.” 는 식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적어도 사회 변화를 원하는 '진보적 학자'가 취할 태도는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