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는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핵안보정상회의에 참가한 각국 정상의 부인들과 만찬을 가졌다. 박물관 전시실은 음식물 반입이 엄격하게 규제되며 장소에 따라 사진촬영도 금지되는 곳이다. 박물관 측에서는 이러한 규제의 이유를 유물의 훼손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러한 이유로 박물관 내에서의 위와 같은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을 상식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지난 26일을 기점으로 이러한 상식이 흔들리고 있다.

“박물관은 어둠침침합니다. 빛조차 유물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온도, 습도, 냄새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어떤 사람이 박물관 전시실에서 국보급 문화재들을 늘어놓고 만찬을 하겠다고 하면, 그가 누구든 ‘미친 사람’이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서울시문화재위원이자 역사학자인 전우용씨는 28일 트위터에서 지난 26일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실에서 핵안보정상회의 각국 정상 배우자들을 위한 만찬을 “미친 짓”이라며 질타했다. 전용우씨의 이러한 반응은 사실 당연하다. 우리는 우리의 재산인 유물들을 온전하게 보존해서 후대사람들에게도 그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박물관이 규정한 음식물 반입이나 사진촬영금지 조항을 엄격하게 지켜왔던 것이다. 그러나 박물관 측은 해외귀빈대접 이라는 명목으로 지금까지 금기해왔던 것을 허락했고 이것은 일반 시민들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에 대한 국립중앙박물관측의 해명은 이렇다.

정상배우자 행사 장소로 국립중앙박물관이 선정된 것은 우리나라의 유구한 역사와 아름다운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뉴욕 MoMA 등 세계의 주요 박물관에서도 전시공간을 활용하여 만찬 등을 포함한 다양한 행사가 이뤄지는 등, 현재 박물관은 복합문화 활동공간으로서의 기능이 증대되고 있다.

물론 국립중앙박물관의 전시물을 통해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알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전시실 자체가 만찬공간으로 활용되었다는 것이 문제점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전시실 관람을 일정의 한 코스로 잡고 만찬은 별도로 경복궁 같은 왕궁에서 이루어져도 되는 일이었다. 양쪽 벽에 유리로 갇혀 시대 순으로 나열된 유물을 보고 우리의 유구한 역사와 아름다운 문화를 진정으로 느낄 수 있는지 의문이다. 또한 박물관 측은 이미 선진국에서는 박물관이 복합문화 활동공간으로서의 기능이 확대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우리나라 박물관은 아직 전시구조 자체가 그저 전시를 위한 기능에 충실하고 있다. 양쪽 벽 유리 안에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고 사람들은 박물관이 정한 이동경로에 따라 움직이며 유물을 본다. 사실상 유물을 빼고는 모든 것이 유물의 안전과 보존을 위해 설계된 현대적 전시실 건물에서 진정으로 박물관이 의도한 목표를 이루었을지 의문이 든다.

                                         
                                                                           <출처 : 세계일보>

우리의 유물은 만찬을 위한 장식품이 아니다.

결국 이번 전시실 만찬장소 선정은 비록 의도는 좋았으나, 일반인들이 가진 상식을 고려하지 못했고 한국의 전시실 상황과 분위기를 생각하지 못한 판단착오였다. 단순히 유물이 양쪽으로 배열되어 있는 현대적 건물에서의 만찬이 세계인에게 어떤 한국의 인상을 줄 수 있겠는가? 이번 만찬 사건은 그저 각국의 귀부인들이 한국에 와서 우리의 유물을 보고 신기해하고 그러한 유물들을 양쪽에 두고 가운데 식탁을 차려 앉아 함께 저녁식사를 한 것에 불과하다. 그 때문에 오리엔탈리즘의 일환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유물은 저녁 만찬의 눈요깃거리가 아니다. 우리의 유물은 우리의 유구한 역사의 산물이며 우리의 긍지이다. 유물은 저녁 만찬의 입맛을 돋우는 도구가 아니며 그 자체로 목적이며, 앞으로는 이러한 판단착오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