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맘때가 되면 대한민국의 모든 '불효자'들은 고민에 빠진다. 다가오는 5월 8일 어버이날을 앞두고 어떤 행동을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고, 합리적이고, 부모님께 감동을 줄 수 있는 방법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특히 20대들의 경우엔 그 고민의 끝에서 '애매함'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20대들은 대학생이거나 취준생, 즉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매년 어버이날을 앞두고 이런 설문조사들이 발표된다. '어버이날 자녀들에게 가장 받고 싶은 선물' 같은 제목을 단 조사들에서 1,2위를 다투는 선물은 현금, 여행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돈을 벌지 못하고 용돈을 타 쓰는 형편에 어버이날 선물로 돈을 드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고, 여행을 보내드리자니 자신이 융통 가능한 금액을 벗어나버리고 만다. 고민만 많은 20대들의 '고민 타파'를 위해 준비했다. 다른 20대들은 부모님께 어떤 방법으로 어버이날 선물을 준비하고 있을까? 부모님을 감동시켰던 20대들의 이야기로 알아본 '어버이날 선물'을 위한 세 가지 팁이다.



Tip 1. 혼자 고민만 하다 끝날 바에야 미리미리 물어볼 것.

요즘 20대들은 어버이날 선물을 혼자 고민하기 보다는 부모님께 아예 미리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대학생 손기현(25) 씨의 가정에서는 가족 기념일이 있을 때마다 서로 필요한 물건이 뭔지를 물어봐 선물을 결정한다고 한다. 이렇게 서로의 의사를 직접 표현하는 방식에는 꽤나 많은 장점이 있다. 손 씨는 "무엇보다 어떤 선물을 사야할지, 가격대는 어느 정도가 적당할지 걱정도 덜하게 되고, 필요한 것을 사니까 낭비도 안 하게 되고, 부모님도 만족하신다."고 말했다.

요즘은 부모님들의 경우에도 아예 미리 말해주는 방식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자녀들이 괜한 걱정 안 해도 되고, 정말 필요한 선물을 받을 수 있게 되니 1석 2조다. 새내기 대학생 안주원(20) 씨의 부모님이 그렇다. 안 씨는 "어머니께서 지갑을 갖고 싶다며 미리 어버이날 선물로 주문하셨다. 고등학생 때는 공부하는 학생이니 별 말 안 하셨는데, 올해부터는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래도 "뭐 갖고 싶으세요?" 물어보는 건 너무 형식적인 느낌이 들지 않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서로 선물받고 싶은 걸 얘기하는 과정은 단순히 선물 그 자체를 위한 것 이상의 기능을 한다. 가족들의 취향 같은 것을 더 알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갖고 싶은 것을 이야기하며 서로 대화할 수 있는 구실이 되기도 한다.

Tip 2. 물건에서부터 생각하지 말고 부모님의 일상에서부터 생각해볼 것.

선물을 생각하려고 이것저것 둘러보다보면 회의감이 밀려오기도 한다. '내가 사는 것'보다 부모님이 사면 훨씬 더 좋은 것을 사실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든다. 저가브랜드들을 아무리 봐도 그럴듯한 선물은 눈에 띠지가 않는다. 드려도 실제로 쓰실 물건은 아닐 것 같다는, 별 소용이 없을 것 같은 마음이 겹치게 된다. 무엇을 드려야 할지 애매하다. 건강식품 같은 건 너무 뻔한 것 같고, 카네이션이나 어버이날 선물전문 쇼핑몰의 제품들은 너무 유치한 것 같은 걱정이 들기도 한다. 어떤 어버이날 선물을 살지 결정하는 일은 사실 많이 힘든 일이다.

대학생 정설미(25) 씨는 선물을 고르는 일이 별로 어렵지 않다. 앞선 경우처럼 가족들끼리 기념일이 오면 선물받고 싶은 목록을 이야기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애초에 부모님과 자주 통화하면서 '뭘 받고 싶어 하시는지' 짐작이 되기 때문이다. 정 씨는 "뭐 사지 뭐 사지 생각만 말고 엄마 아빠의 일상을 생각해 보면 돼요. 선물이 별 게 아니고, 나 쓰던 거 나 하고 싶은 거 부모님도 해 드릴까 하면 그게 선물이 되는 거 같아요. 또 부모님이 살 수 있는 베개나 핸드크림 같은 거라도 부모님 세대는 잘 모르는 요즘 트렌드로 해드리면 좋아하시니까 많이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라고 명쾌하게 말했다. 고민만 많은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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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3. 비싼 것 아니어도 괜찮아. 마음을 보여드릴 것.

얼마 전 알바몬의 설문조사에서, 대학생들의 어버이날 평균 선물준비 비용이 약 54,300원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 정도 돈은 들여야만 20대 자녀로서 어버이날에 효자 노릇을 할 수 있는 것일까? 돈이 없다면 효자 노릇을 할 수 없는 것일까? 꼭 그렇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꼭 일정 액수의 돈을 들여야만 정성과 마음이 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돈이 없더라도 부모님을 사랑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꼭 돈의 액수와 감동이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신가영(24) 씨는 "지난 어버이날 때 동생과 꽤 많은 돈을 들여, 쎄시봉콘서트 티켓과 준 명품가방을 구입하고 한식 저녁까지 대접해 드렸다. 그런데 부모님은 다른 어떤 선물들보다도 같이 드린 '편지'가 가장 좋다며 눈물을 보이셨고, 여전히 편지를 읽으신다고 한다"고 말했다. 콘서트 티켓이나 명품가방보다도 진심이 담긴 편지 한 장이 부모님의 마음을 더 크게 움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김다영(29) 씨의 사례도 비슷하다. 김 씨는 어린 시절 어버이날에 비싼 선물 대신 카네이션을 직접 만들어 달아드리고, 안마를 해드리고, 또 '집안일 도와드리기 쿠폰'을 만들어 부모님께 드렸다고 한다. '쿠폰 증정'은 성인이 된 지금도 계속된단다. 대신 쿠폰의 내용이 '베트남 음식 만들어드리기'와 같은 것으로 조금 업그레이드 됐다고. 김 씨는 쿠폰 선물을 사용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용돈만 받아 돈이 모자르던 시절 쓰던 방법인데, 요즘은 더 비싼 선물을 살 수도 있지만 계속해서 하고 있어요. 부모님과 떨어져 살다 보니 쿠폰을 드리면서 부모님하고 얘기라도 한 번 더 해 보고, 또 쿠폰을 쓰실 때라도 시간을 같이 보내고 하는 게 좋아서요. 요즘 20대들이 부모님들과 안 친한 경우가 많은데, 사용해보면 좋을 방법인 것 같아요."

어쩌면 어버이날에도, 평소에도, 부모님께 가장 필요한 것은 부모님 옆에서 재잘거리고 함께 있는 '자녀들과의 행복한 시간'인 것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20대들에게 강력하게 권한다. 이번 주말 하루쯤은 부모님과 함께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