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였죠, 24일 서울은 정말 극심한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저도 자주 이용하는 길인 신촌에서 화곡동까지의 길이 원래는 정말 성산대교 이전에 잠시 빼고는 거의 안 막혀서 퇴근 시간에도 25분 내외면 갈 수 있는데, 어제는 무려 50분. 근 1시간이나 걸리더랍니다. 모든 길이 막혔어요. 원래 안 그래도 저 같은 지방민에게는 기본적으로 모든 곳이 흥성거리는 서울이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서 더 흥성흥성해졌죠.



저의 사회학 교수님께서 ‘왜 남의 생일을 그렇게 챙기면서 놀아야 되는지 모르겠지만’이란 말을 요즘 자주 하셨는데요. 정말 그렇죠? 남이 태어난 날을 그렇게까지 챙기면서 우리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죠. 겨울 하면 크리스마스가 떠오를 정도로. 1달 전부터 우리학교에는 대형 트리가 생겨서 지나가는 저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했고, 이번 주부터는 제가 애용하는 272 버스기사님이 산타 코스프레를 하고 운전을 하셔서 저의 마음을 생뚱맞게 하기도 했어요.



미국에 교환학생을 가서 캐나다 퀘벡으로 여행간 선배가 올려 준, 퀘벡의 크리스마스 풍경이에요 으아 부럽다!


사실 24일은 제 생일이기도 해요. 언제나 생일이 연말에 있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올해는 제가 만나이로 따져도 20대가 되는 시점이기도 해서 그런지 더 생일이 멜랑꼴리하게 다가오더랍니다. 평소같이 수업 듣고 일하면서 하루를 보냈지만, 조금 더 제 자신을 반성하게 만드는 요즘입니다. 이제 사회적으로 20대가 된 이후로 2년이나 지났는데, 난 정말 어른이 될 준비가 된 것인지, 그리고 올 한 해 후회 없이 열심히 살았는지에 대해서요. 사실 저 같은 솔로들에겐 이 시즌은 그런 의미가 더 클 것 같기도 하네요.


한 해를 정리도 해야 하지만, 저 같은 많은 대학생들이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하는 것도 이 시즌입니다. 저는 2년째 같은 패턴을 반복하고 있는데요. 바로 계절학기입니다. 16주간의 길고 긴 가을학기가 끝나자마자 시작되는 5주간의 -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 겨울학기. 이야기를 들어보면 수 년 전만 해도 계절 학기는 졸업이 위험한 학생들이나 듣는 거였다고 하는데, 요즘은 정말 많이 보편화된 것 같긴 해요. 제가 08학번이라 이전 상황을 모르긴 몰라도 이 시대의 대학생들이 계절 학기를 정말 많이 듣는다는 것만은 확실한 듯합니다.



이것은 제 2학년 여름학기 시간표에요 ㅋㅋ 차마 이번 학기 시간표는 대놓고 공개하기가 꺼려지네요 ㅎㅎ


저는 사실 대학에 입학한 이후에 네 번의 계절 학기를 모두 수강했는데요. 사실 저는 정말이지 수강편람이 공개되고 나면, 이런저런 과목들을 듣고 싶은 욕심이 쇽쇽쇽 솟아올라서 말이지요. 흐흐흐. 저를 비롯한 많은 대학생들은 왜 계절 학기를 들을까요? 본 학기보다 등록금이 반절 이상 싸서? 미리 학점을 채우고 조기졸업하려고? 음.. 돈으로 보면 설득력 있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요즘 대학생들이 어디 조기졸업하나요 초과학기가 기본인 판국에 호호. 그럼, 어차피 잉여라서 계절학기라도 듣는 게 나아서? 이거 꽤나 솔깃한 이유네요.

뭐 물론 전통적 계절학기의 의미처럼 졸업학점이 모자라서 듣는 학생들도 있고, 과거에 비해 활성화된 드랍(수강철회) 제도를 충분히 이용하면서 봄학기와 가을학기를 꽉 채우지 않은 학점만큼만 듣고, 또 비교적 좋은 학점 따기가 편한 계절 학기를 이용해 학점을 땜질하는 학생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 현상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판단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그냥 시대적으로 그렇다고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사실 워낙 많이들 들으니까 나도 한 번쯤은 들어보아야 할 것 같은 분위기도 형성되고 말이에요.

하지만 조금 아쉬운 건 이렇게 많은 계절학기 수강 인원에도 불구하고, 대학생들에게서 ‘진리 탐구’에 대한 열정이 보이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에요. 뭐 사실 저도 딱히 다르진 않을 것이에요. 이번에 수강하는 한 과목의 교수님께서, ‘이 과목의 수강 인원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 대학생들이 이 학문 분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고 하셨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제 손발이 오그라들면서 교수님이 실망하시게 될까봐 슬펐어요. 사실 그 과목은 4학년 과목으로 분류되어 절대평가가 적용되는 과목이거든요. 제가 너무 대학생들을 삐딱하게 보는 걸까요? 뭐 좀 더 생각이 정리되면 기사도 써 볼 수 있겠네. 이렇게 쓰면서 생각해봅니다.


뭐 아무튼 이 코너, ‘기자 놀이터’는 이런 가볍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고함20 기자들의 짧은 생각들로 채워질 예정이에요. 또한 고함20 일을 하면서 겪는 경험에 대한 후기들도 함께 말이지요. 사실 기자라는 직업 자체가 어느 정도 명예욕이 없으면 계속하기 힘들잖아요. 그만큼 커뮤니케이션을 원하기도 하고. 이렇게 저는 관심을 구걸해 봅니다. 크하하. 정말 리플 하나하나가 모여서 기자들의 힘을 내게 해 줄 겁니다. 이 글 읽으신 여러분들, 리플 달고 저희랑 친해져요!

리뉴얼을 거의 완성해가면서, 2010년 새로운 시작을 꿈꾸고 있는 고함20은요. 다음 주에는 조금 특별한 기획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하. 미리 예고해 드리죠. 뭐, 저희가 뭐라고 상을 만들고 주고 이러나 싶기도 하고, 뭘 얼마나 2009년의 이슈들에 대해 알아서 이러나 싶기도 하지만, 이러나저러나 그래도 2009년을 정리하는 ‘고함20 Award'를 준비하고 있어요. 많이 기대해주시구요. 크리스마스, 외로우면 외로운 대로 잘 넘기시길 바랄게요. 흐흐. 크리스마스 이후에 추워진다는데 대비도 단단히 하시구요. ^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