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의원이 “분단 현실을 체험하지 않고 국방을 경험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여성이란 이유로 리더십을 가지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주장한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의원은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 초청간담회에서, “정치발전을 위한 여성의 리더십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는가”라는 산케이 신문 기자의 질문에 이와같이 대답했다. 이 의원은 덧붙여 “북한은 세계사에 유례없는 젊은 지도자가 통치하고 있어서 우리도 아직 국방을 책임지는 리더쉽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발언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여성 대통령은 시기 상조'라는 말이다.

이 의원의 발언은 누가 들어도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정면 겨냥한 것이다. 얼마 전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결혼 안 하는 것은 위선 같다.’는 말로 박 전 위원장을 겨냥하는 말이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그러나 정황이나 전체 말의 맥락을 살펴봤을 때는, 언론이 과하게 의미를 부여한 면도 없지 않다. 반면 이 의원의 발언은 일부러 논란을 만들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박 전 위원장에 대한 간접적인 공격이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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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발언이 문제가 되는 것은 공격의 방식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질문 자체가 사실상 박 전 위원장에 대해 물어보는 유도질문 형식임을 고려하더라도, 이 의원이 아예 ‘여성 리더쉽’ 자체에 대해 폄하한 것은 과격한 ‘막말’에 불과하다. 안보에 대한 불안감과 가부장주의가 있는 보수층에게 반 박근혜 심리를 이끌어내려는 정치적 의도가, 성차별적 발언으로 이어진 것이다. 분단체제이기 때문에 여성이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말에는 아무런 합리적인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의원 측에서는 특정 인물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오히려 특정인을 겨냥하지 않았다면 더욱 위험한 발언이 아닌가.

이 의원은 성별을 정치적 공세의 도구로 사용하는 저급한 네거티브 전략을 펼쳤다. 지역, 성별, 학력, 나이 등으로 은연중에 편견과 차별을 조장하는 방식은 과거 우리 정치 문화의 어두운 단면이었다. 앞으로 차기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이 구태 정치를 답습하는 것을 국민들은 반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박 전 위원장이 여성이거나, 미혼이라는 점으로 공격하는 것은 구차하고 치졸한 행태다. 박 전 위원장의 당 운영 방식이나, 그가 내세운 정책을 비판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정당한 공격이 가능하다고 본다. 나아가 정수장학회 문제나, 유신 독재에 대한 박 전 위원장의 견해를 짚고 넘어간다면 국민들로부터도 공감을 얻어낼 수 있으면서, 동시에 경쟁자로서의 입지가 한층 단단해질 것이다. 새누리당 비박 대선주자들이나, 야당이 박 전 위원장을 무조건 깎아내리려고 할 경우, 오히려 박 전 위원장을 도와주는 셈이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