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하라, 그러면 당신은 봉사받게 될 것이다. 사람들을 사랑하고 그들에게 봉사한다면 당신은 꼭 보상받을 것이다’ 미국의 사상가 에머슨에 따르면 봉사의 가치는 일방통행하지 않는다.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봉사자는 그의 활동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얻어간다. 스펙을 위한 기록, 봉사 인증 시간을 넘어 봉사활동은 더 큰 가치로 봉사자의 가슴을 울린다.
 
 
청소년들의 진짜 멘토, 한초아(25세)씨는 “멘토링 봉사로 힘들었던 시간이 치유되었다”고 말했다. 대전 서부교육청 봉사활동, 중앙일보 공부의 신 프로젝트 3기 멘토, 한국장학재단 지식봉사단 4기로 활동한 그녀는 명실상부 대학생 대표 멘토이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베푼 것보다 얻은 것이 더 많다고 단언한다. 가장 힘든 시기에 시작했던 멘토링으로 자존감을 높이고 책임감을 키울 수 있던 기회가 되었다고!


인터뷰이 한초아씨


Q. 멘토링 봉사를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고 2때, 영어에 막 재미를 붙이기 시작해 영어 과외가 정말 받고 싶었어요. 그 때 경제적으로 집안 사정이 안 좋아져서 엄마가 못해줄 것 같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아쉬움에 그 날 엄청 울었어요. 그렇게 울면서 ‘내가 어른이 돼서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거나 공부에 대해서 내가 조언을 해줄 수 있는 능력이 된다면 봉사활동이든 뭐든 해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대학생이 되면 무엇이든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러다 학교 게시판에서 서부교육청 교육봉사를 발견했고, 우연히 3개교에서 멘토링 봉사를 할 수 있었어요.


Q. 멘토링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지만 보람 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첫 날부터 대놓고 엎드리며 하기 싫어하는 남학생을 보며 정말 막막하더라고요. 그 순간만큼은 눈물이 날 뻔 했죠. 그런데 알고 보니 오전 수업 선생님이 아이의 관심 행동을 무시했기 때문이었어요. 그 아이는 오후반 선생님도 오전반 선생님과 같은 거라고 생각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 학교 선생님도 제가 아이에게 조금 더 신경써줬으면 하셨죠. 그래서 저도 아이와 밀착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했어요. 잘하는 과목에 대해 칭찬해 주고 리액션도 더 크게 해주고.. 그러다 보니 많은 칭찬과 사랑으로 아이의 마음이 움직였어요. 지각에서 일찍 오기까지 말이에요! 그러다 언제는 오랜만에 늦는다고 해서, 혹시 또 슬럼프가 왔나 했는데, 알고 보니 저를 위한 간식을 준비하다 늦었더라고요. 직접 만든 토스트가 식을까봐 따뜻하게 주머니에 넣어오고, 물통에 우유까지 담아오고 말이죠. 정말 엄청난 감동이었어요. 이 맛에 멘토링을 하나 싶었죠.(웃음)


Q. 멘토 역할이 처음부터 적성에 잘 맞았나요?

처음에는 누군가에게 새로운 정보를 줘야 하는 입장이라 부담스러웠어요. 그 부담을 없애기 위해 더 즐겁게 하려고 얘기도 많이 하고 장난도 많이 쳤죠. 선생과 학생이라는 거리감에서부터 어색함과 거리감이 생기고 저도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부담감이 생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무조건 친구처럼 지내자’가 제 모토였어요. 장난치고, 연예인 얘기도 하고.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학습 준비를 할 때도 최소 2~3시간 걸릴 정도로 미흡했지만,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더 많이 노력했어요. 또한 가르치는 부담에 처음에는 엄청 떨렸지만,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친구’라고 마인드컨트롤하며 금세 적응할 수 있던 것 같아요.
 

Q. ‘내가 이것만은 누구보다 잘한다!’고 자신있게 말할 멘토로서의 강점이 있나요?
상담은 제가 제일 잘 하는 것 같아요.(웃음) 언니누나로서 아이들의 고민을 잘 들어줘요. 저도 고등학생 때 제 인생에 멘토가 정말 필요했거든요. 그래서 제가 어른이 되면 학생들에게 멘토가 되어줘야지 마음먹었던 기억이 나요. 저는 멘토링 시간 10중에 7은 친목과 고민 상담에 비중을 두었어요. 아이들과 친해졌을 때는 수업 시간 외에도 아이들이 먼저 다가와 고민을 털어놓더라고요. 특히 대학입시가 가까운 고등학생의 경우, 수능시험이나 이성문제로 상담을 많이 요청해요. 사안에 대해 공감하고 때로는 대안도 같이 제시하면서 좋은 언니·누나로 남으려고 노력해왔어요. 가족 간 거리감이 없는 집안에서 자란 탓인지 아이들과 친구가 되어 고민을 들어주는 일에 능숙했던 것 같아요.
 

Q. 아이들 학업 신장을 위한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저는 멘토링 봉사를 하며 받은 활동비의 일부는 학생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경쟁을 붙여서 열심히 하는 순서대로 문화상품권과 같은 상품으로 돌려줬어요. 나름대로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려고 노력했고, 발표나 토론 등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더라고요. 누구나 그렇듯 시험 성적이 올랐다거나 멘토링으로 인해 공부를 재미있어 하는 모습에 굉장한 보람을 느끼게 돼요.
 
Q. 멘토링이 공·사교육에 비해 좋은 점이 있다면요?
 아무래도 학교나 학원의 선생님들은 연령대가 높아서 아이들의 관심사나 트렌트에 둔감하잖아요. 반면, 대학생 선생님들은 사촌 언니 오빠 같기 때문에 거리감이 없어요. 그래서 더 편하게 생각하고 다가가기 쉬운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런닝맨’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공감과 호응의 리액션만 해줘도 아이들은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아무래도 기성세대보다는 공감대 형성이 원활하기 때문에 아이들도 더 좋아하고, 우리도 아이들을 이해하기 더 쉬운 것 같아요.

Q. 아이들을 보통 어떤 멘토를 좋아하는지 알려주세요!
아이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 주는 멘토를 가장 좋아하는 것 같아요. 반면, 강압적으로 시키는 멘토는 안 좋아해요. 스트레스를 받거나 선생님이 싫으면 아이들이 참여 자체를 꺼려하거든요. 아이들은 말이 잘 통하는 선생님을 좋아해요. 아이들에게 자주 말 걸어주고, 행동에 관심을 보이고, 좋아하는 것을 같이 이해해 줘야 좋아해요. 예를 들면 산다라 박을 좋아하는 남자 아이에게 ‘산다라 박이 예쁘다’고 공감해 주니 어느새 그 아이가 저를 잘 따르더라고요. 또 4명 중에 한 명만 유독 예뻐하면 다른 3명의 아이들이 질투해요. 당연한 얘기지만 차별 하는 거 되게 싫어해요. 사랑은 골고루 나눠줘야 하죠.
 

Q. 마지막으로 이 만남을 통해 외치고 싶은 고함이 있나요?
핵가족 시대라 맞벌이 부부가 많아서 외로움을 느끼는 아이들이 많아요. 게임을 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의 이유가 할 일이 없어서더라고요. 외로움이 많은 아이들을 보듬어 줄 수 있는 멘토와 멘토링 프로그램이 더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멘토가 많아져야 한명의 멘토와 소수 멘티의 짝짓기로 정서적 유대감이 더 생길 수 있을 테니까요. 멘토가 되어줄 대학생, 특히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은 1~2학년 대학생들이 많이 참여하면 좋겠어요. 멘토링 활동으로 진로를 바꾸거나 진로설정에 도움을 받은 학생들도 많이 봤거든요. 이 일은 서로에게 win-win이 되고, 피곤조차 아이들 앞에 서면 잊어버리게 할 만큼 보람 있어요.


외로움이 많은 아이들, 그리고 사랑받고 싶은 아이들. 방학 기간에나마 그 결핍을 채워줄 역할을 맡아 기뻤다는 그녀는 멘토링 활동이 양측에게 win-win이었다고 말한다. 정서적으로 힘든 시기에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지만, 해맑은 아이들의 호의를 접하면서 힘든 마음이 치유되었다고 말한 대학생 멘토. 그녀는 아이들이 공부에 흥미를 갖게 해줄 방법을 연구하고, 스스로 공부하면서 발전할 수 있었다고 한다. 또 아이들은 말이 잘 통하는 친구같은 멘토에게서 위안을 얻고 안정을 찾는다. 이 시대 청소년들이 원하는 진짜 멘토는 그들의 생활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일상의 조력자인 것이다.

아이반 패닌은 "진짜 봉사를 하려면 두 가지를 알아야 한다. 그의 필요, 나의 능력 말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그의 말대로라면, 청소년들의 멘토 한초아씨가 일궈 온 세상은 진짜 봉사로 가득 찬 공간이다. 대학생의 젊음과 열정이 그들의 온기를 필요로 하는 곳에 닿았고, 그녀는 그 곳에서 지난날을 돌아보고, 미래를 기약한다. 그리고 취업을 한 후에도 여유가 생기는 대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고 했다. 일주일에 한 번은 NGO 단체에서 마주칠 그녀의 미소를 상상하며, 그녀의 바람처럼 더 많은 대학생들이 꿈과 희망을 멘토링 활동을 통해 찾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