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최저임금이 전년도 대비 6.1% 오른 4860원으로 결정났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임금에 시달리는 근로자 258만2000여명에게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그러나 이를 ‘혜택’이라 말할 수 있을 지엔 의문부호가 달린다. 임금상승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반영해야 하는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은 생산성 향상을, 물가상승은 실질임금을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다. 2010년도 최저임금이 2.75%오른 4110원으로 물가상승률보다 낮아 오히려 임금삭감과 같은 효과를 냈던 까닭이다. 소비자물가지수를 반영했을 때 우리나라의 실질적인 최저임금은 3.06달러에 불과하다. 이는 10.86달러인 프랑스 최저임금의 30%, 8.16달러인 일본의 38%에 그치는 수치다.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생활수준이 프랑스의 1/3인 셈이다.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수준은 ‘최저임금을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1/2’로 하라는 OECD의 권고사항에 한참 못 미칠 정도로 열악하다. 노동계가 제시한 5600원은 이를 반영한 것에 불과한데도 이를 무리한 요구라 할 수 있을까. 최저임금위원회가 발표한 2011년 1인가구 노동자 월평균 생계비는 141만원에 이른다. 2013년도 최저임금을 월단위로 환산해 주40시간을 근로한다 쳤을 때 받는 101만5740원보다 한참 높다. 물론 2년간의 물가상승률을 계산하지 않은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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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경영계의 주장이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중소기업과 자영업의 어려움은 과도한 경쟁과 대기업의 횡포 등 구조적문제에 기인하는 것이지 노동자의 임금이 높아서가 아니다. 게다가 이번 최저임금은 경영계의 최종제시액인 4750원에서 고작 80원이 높고 노동계의 최종제시액엔 무려 960원이 부족하다. 최저임금위원회가 경영계의 손을 들어주었다는 계산이 나오는 건 이때문이다. 이는 지난해에도 지지난해에도 봐왔던 모습이기도 하다.

올해 인상폭이 최근 5년 중 2009년과 함께 가장 높다는 최저임금위원회의 자화자찬이 후안무치한 이유다. 최저임금을 최고임금으로 받는 비정규직이 늘고 빈부격차가 날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위원회가 보이는 모습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그동안의 최저임금 결정과정에서 경영계와 노동계의 제시액은 현격한 차이를 보여 왔지만 위원회는 그 사이에서 전년도 인상액과 비교해 비슷하게 끼워 맞추는 역할만을 해왔을 뿐이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더 인상할 여지가 있고 여론의 관심이 비정규직과 저소득층에 기울었음에도 2009년과 같은 인상폭을 적용해 최저임금을 정했다는 것 또한 위원회의 기계적인 면을 보여주는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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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될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제도의 개선이 필수적이다. 내년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도 경영계와 노동계는 동결과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50%를 제시할 가능성이 높으며, 최저임금위원장은 사회적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합리적 고민 없이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최저임금위원장이 고용노동부장관에 의해 정해진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다른 부분보다도 정부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최저임금이 결정된다는 얘기다. “공익위원은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지명해야 한다”는 국제노동위원회(ILO)의 권고와 동떨어진 시스템을 고쳐야만 한다. 최저임금법 개정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