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이상한’ 동영상. 이게 뭐야?
 
“널 수 있어!” 

빨래를 널 수 있다는 말인가? 아니다. It Can Be YOU. ‘너일 수 있어’다. 그래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여전하다. 뭐가 너일 수 있다는 건가? 

“널 수 있어”란 제목의 동영상은 빠르고 신나는 노래의 전주와 함께 시작한다. 보이는 것은 널리고 널린 도로. 그 도로는 Colombia부터 시작해 온갖 국가들의 이름으로 메워진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한 남자가 뛰어오고 있다. 마침내 그 많은 글자가 다 사라지고 ‘It Can Be YOU’라는 글자만 남았을 때, 그 남자는 다짜고짜 카메라를 잡아들고 뛰면서 ‘널 수 있어, 널 수 있어, 널 수 있어!!!’라고 외친다.



다음 장면부터, 그 남자는 흰 티를 입고 있다. ‘널 수 있어 It Can Be YOU’가 적힌 흰 티를. 그리고 그 남자는 춤을 춘다. 사실, 춤이라고 하기도 뭣하다. 단지 신나서 하는 몸짓에 불과할 뿐. 그 ‘동작’들은 규칙이 없다. 무작정 달려오기도 하고, 개다리 춤을 추기도 하고, 점프하기도 하고, 갑자기 옷을 벗고 도망가 버리기도 한다. 그런데 그 남자의 그런 이상한 행동이 ‘부러워’보인다. 그 남자가 ‘그런 짓’을 하는 배경 때문이다. 동영상 한 켠에 적힌 글자는 USA부터 시작해 남미, 유럽, 중동, 아프리카까지 수십 개의 국가가 적히기 시작한다.
 그래, 그 남자는 <어학연수 때려치우고 세계를 품다>를 쓴, 김성용이다. 그는 책 제목 그대로 어학연수 대신, 세계를 한 바퀴 돌았다. 그 ‘이상한’ 동영상은 그 1년의 기록이요 그가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다.
 

Ⓒ미친 방랑자


 #1. 메시지 – 어학연수 때려치우고 여행 가라! - 가장 낭만적이면서 현실적인
“어학연수 대신 여행이 낫다는 확신이 있다면 대학생들이 여행을 떠나기 시작할 것이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여행 대신 어학연수를 가는 대학생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여행 대신 어학연수를 가는 이유는 여행이 ‘결과가 불확실’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자신이 다녀온 여행을 통해 ‘여행이 어학연수보다 낫다!’는 확신을 심어주려고 했다.
 

‘이상한’ 동영상은 그 확신을 심어주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여행 책은 깊이가 있지만 책을 읽어야 하는 수고가 필요하다 보니 많이 퍼지기는 어렵다. 마침 전 세계적으로 붐을 일으킨 프리허그 동영상에 영감을 받아 “이 자리에 서 있는 게 너일 수 있어”란 의미를 담은 동영상을 만든 것이다. 
 

문제는 그 ‘이상한 동영상’을 보면 즐겁고 자신도 여행을 떠나고 싶어지지만 실제로 어학연수를 때려치우고 여행을 가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란 것이다. 여행은 곧 낭만을 뜻한다. 하고는 싶지만 하기는 어려운 것이란 얘기다. 만만찮은 여행비용도 여행비용이지만 빡빡한 취업 경쟁이라는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대학생들에게 여행은 ‘비현실적’일 수밖에 없다. 대신 ‘현실적인’, 취업할 때 기업에 ‘나 이렇게 영어 공부하고 왔어요’라고 들이밀 수 있는 어학연수를 택한다.
 

하지만 “어학연수 때려치우고 세계를 품다”는 현실적이다. 어학연수를 준비했던 이가 어학연수 대신 여행을 떠났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드는 비용도 어학연수보다 적으면 적었지 비싸진 않고, 늘 회화만 쓰고 살면서 언어 실력도 늘고, 많은 공부와 사색으로 자가 발전도 충분하고, 숨겨진 낭만을 충족시키기에도 최고고... 이유는 많다!
 

<어학연수 때려치우고 세계를 품다>는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다. “내 여행을 봐라! 이 정도면 어학연수보다 여행이 낫지 않냐? 그러니까 너도 떠나라! It Can Be YOU, 이 자리에 서 있는 게 너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설득의 글이자 독자의 등을 떠미는 책이다.

 #2. 세계지도 한 장으로부터 시작한 1년의 이야기

그렇게 대학생들에게 여행을 ‘강추’하는 그도 사실은 어학연수 다녀오는 ‘평범한’ 대학생이 될 뻔 했다. 미국의 SDaS(School for Design a Society)라는 대학교에서 공부해보고 싶었지만 그 학교는 공식 교육기관으로 인정을 못 받아 학생 비자를 받을 수 없었다고 한다. 결국 어학원에도 동시 등록해 SDaS에서 6개월 이상 공부하려고 했다. 허나 그는 어학연수를 포기하고 여행을 다짐한다
 

“피 튀기는 취업전선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나를 무장해야 했기에 <대학내일> 학생리포터, 영삼성 열정 운영진 1기, 마포공동체라디오 DJ 등등의 활동에 전념하며 나를 상품화시키는 데 경주했다. 그렇게 내 이력서를 한 줄씩 늘려가는 재미가 한창일 즈음 한 장의 세계지도가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그가 후에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여행을 요약한 말이다. 그도 취업 전선에 내몰려 열심히 삶을 살았다. 그러다 단순히 세계지도를 보았고, 작은 한국에서만 살아온 것이 마치 ‘트루먼 쇼’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다고 했다. 넓은 세계를 가르쳐주지 않은 사회에 강한 배신감을 느끼고 ‘나는 지구를 한 바퀴 돌고 오겠다’는 여행을 결심한 것이다. 결국 그는 학생 비자 없이 3개월 간 SDaS에서 공부하고 그대로 여행길에 오른다.
 

1년이라는 여행 기간 동안 그는 ‘내전’의 이미지만 떠도는 콜롬비아에서 ‘안전하고 신나는 국가’의 모습을 발견하고, 넓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문제점들을 경험한다. 여행하며 사귄 외국인 친구들에게 그네들의 삶을 듣고 마주친 유적지에서 그들의 역사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뇌가 말랑말랑해졌다’고 표현하고 있다. 유연하게 많은 것들을 받아들였다는 의미다. 그는 그렇게 다양함을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과 자신이 목도한 것에 대한 비판적 자세로 1년의 대장정을 당시의 감정을 꾹꾹 눌러 담아 때로는 차분하게, 때로는 분노하며 이야기를 전한다.
 

 
#Epilogue. ‘이상하지 않은’ 동영상. 열정이 끓어 올라!
“널 수 있어”동영상은 ‘아프리카에서 낚시 당한’ 드레드 머리의 저자가 경복궁에서 걸어나가는 것으로 끝을 맺는 듯 하더니, 페루의 마추픽추에서 끝난다. 옷을 벗어던지며 시원하게 “널 수 있어!”라고 고함치는 것으로. 동영상 처음부터 끝까지, 그가 전하는 메시지와 함께 한다면 동영상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널 수 있어'


저자는 책의 에필로그에서 “단 한 명이라도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열정이 끓어오름을 경험한다면 그것으로 난 족하다”고 썼다. 그는 SDaS에서 배운, 사회를 리-디자인(Re-Design)하는 것의 첫 번째 시도로 ‘어학연수 대신 여행을 떠나는 한국 사회’를 디자인했다. 그 디자인은 아직 진행 중일지 모르지만, 충분히 만족해도 된다고 전하고 싶다. 이미 열정이 끓어올라 소름이 잔뜩 끼치는 현상을 덕분에 수도 없이 경험하고 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