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의 술자리가 늦어지던 날. 자정이 다 되어서야 술자리가 파했다. 허겁지겁 막차를 잡아 타고 동네 어귀에 내렸다. 터덜터덜 집으로 걸어가는데 밤 늦은 골목길이 어둡다. 낮에는 몰랐는데, 골목길을 비추는 가로등의 수가 너무 적어 밤 길을 더 으슥하게 만들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이 골목뿐만이 아닌 것 같다. 집으로 향하는 다른 길도 으슥하긴 마찬가지. 순간 우리 동네엔 도대체 가로등이 몇 개 있는 것인지, 다른 동네와 비교했을 때 그 수가 적은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어디에 물어봐야 할지 막연하기만 하다.

누구나 한번쯤 궁금해 해봤을 법한 질문들, ‘우리 동네에 가로등이 몇 개 있을까?’ ‘우리 동네 지하철역에서 범죄가 얼마나 자주 일어날까?’ 이런 사소한 궁금증을 해결하기란 불가능한 걸까? 해결할 수 있다. 바로 ‘정보공개청구’제도를 통해서다.

‘정보공개청구제도’는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예산을 어떻게 집행하고 있는지 국민들이 알 수 있도록 공공기관이 보유, 관리하는 정보를 국민에게 공개하는’ 제도다. 즉, 사회와 관련된 정보를 사회구성원이 공유할 수 있게끔 법적으로 보장해주는 제도다. 앞선 예에서와 같이 실생활과 관련된 정보는 물론, ‘대학생 학자금 대출 연체는 얼마나 될까?’ 등과 같이 언론을 통해 전해 듣기만 한 사회문제의 실체에 직접 다가설 수 있다. ‘서울시는 시청 리모델링에 예산 얼마를 투입했을까? 낭비하지는 않았을까?’ 등 시민으로 국가기관을 감시, 견제할 수도 있다.



‘정보공개청구’ 제도의 시작

국가기관의 행정업무를 ‘일개 국민’이 알아본다는 것이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던 시절이 있었다. 내가 낸 세금으로 사회가 운영됨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독재정권시절. 폐쇄적으로 정부를 운영해온 권위주의 정권은 이 같은 시도를 더욱 더 요원한 일로 만들었다. 자신이 낸 세금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알 길이 없었고 공공시설에 대한 단순한 정보도 알아내기 불가능했다.

언감생심 꿈꿀 수 없었던 것이 응당 누려야 할 ‘권리’의 영역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채 20년이 되지 않는다. 국민의 기본권인 ‘알 권리’가 주목 받기 시작했고, 대의 민주주의 체제 아래 국정 운영에 참여하기 위해선 제한된 정보로는 올바른 선택을 하기 힘들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국가에 위임한 권리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 또한 높아지기 시작했다. 1996년에 제정, 공포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은 ‘정보공개청구’를 시행하는 법적 근거가 되었다. 국민의 알권리를 확대하고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을 중심 내용으로 한 이 법을 바탕으로 1998년부터 정보공개청구제도가 시행되었다.



정보공개청구, 어떻게 하는 거죠?

정보공개청구 절차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1. 정보공개 청구서를 작성하여 제출하고, 2. 해당 기관에서 정보공개 여부를 검토한 뒤, 3. 공개 여부가 청구인에게 통지된다. 먼저 정보공개청구서를 작성하여 해당 정보를 보유, 관리하는 공공기관에 제출한다. 직접 방문하지 않더라도 온라인(www.open.go.kr 통합정보공개시스템)이나 우편, 팩스로도 가능하여 번거롭지 않다. 청구 가능한 대상은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 대통령령이 정하는 공공기관이다. 청구할 수 있는 정보는 '공공기관이 직무상 작성 또는 취득하여 관리하고 있는 문서, 도면을 비롯한 여러 매체에 기록된 사항이다.

정보공개청구서가 접수되면 10일 동안 해당 기관은 정보를 공개할 것인가 결정한다. 부득이한 경우 기간이 연장되기도 한다. 공개 여부가 결정되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공개할 지에 대해 청구인에게 통지한다. 공개된 정보는 e-mail을 비롯한 여러 방법으로 받아볼 수 있게 된다. 만약 비공개로 결정이 되면 비공개사유나 비공개 결정에 불복할 수 있는 방법을 통지 받게 된다.



만약 비공개처리 된다면?

하지만 모든 정보가 공개 대상인 것은 아니다. 정보공개 청구대통령령 이상의 법령에 의해서 비공개 처리할 수 있는 정보가 정해진다. 또한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우려가 있을 경우 공개 거부될 수 있다.




비공개 혹은 부분공개의 사유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다. 공개 여부에 대한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하면 된다. 인터넷으로도 이의신청서를 작성, 제출할 수 있다. 이렇게 접수된 이의 신청에 대해 해당 공공기관은 7일 이내에 이의 신청에 대한 결과를 통지해야 한다. 만약 다시 비공개처리 통보를 받고 이 결정에 불복한다면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할 수 있다 

궁금하면 물어보자! 의심이 간다면 캐보자! 거주하고 있는 동네에 관해 궁금한 것이 있다면, 사회 구성원으로서 국가기관이 올바르게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정보공개청구제도를 이용해 보는 것이 어떨까? 시민이라는 사회적 지위는 저절로 주어지기도 하지만 적극적으로 나서서 누려야 할 권리를 포함하고 있기도 하다. 능동적으로 시민의 권리를 행사하는 순간 사회는 보다 더 투명해질 것이다.    


Tip. 정보공개청구 직접 해 보기!

1.     정보공개청구시스템 (www.open.go.kr)에 접속한 뒤 회원가입을 한다. (비회원으로도 정보공개청구 가능)



2.     상단 메뉴의 정보공개청구 항목을 클릭하면 청구신청 페이지가 뜬다.



3.     청구기관 항목에서 찾고 싶은 정보와 관련된 기관을 선택한다. (다중선택 가능)



4.     정보목록 검색을 통해서 같은 찾고자 하는 내용이 중복되었는가 확인한 후, 제목을 작성한다. 내용란에는 찾고자 하는 정보를 상세히 기술한다. 공개 형태 항목에서 어떤 형식으로 공개된 정보를 받아 볼 것인지 선택하고 수령 방법 항목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그 정보를 전해 받을 것인지 선택한다.



5.     청구된 항목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보고받고 싶다면 청구처리안내 수신방법에서 적당한 방법을 선택한다. 필요한 항목을 채웠으면 청구버튼을 누른다.



6.      정보공개청구가 완료되면 청구처리조회 페이지에서 청구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