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많은 대학생들이 방학을 이용해 ‘스펙’ 쌓기에 한창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토익을 비롯해 비슷한 자격증과 비슷한 공모전 등 공통된 스펙을 쌓고 있다. 그러나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도, 도전 정신을 발휘하여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25살 이영락 씨를 만나보았다.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이영락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인터뷰까지 당해보고 영광입니다. 저는 원래 대구 모 대학교 컴퓨터공학과에 재학 중이다가 현재는 휴학을 하고 서울에 올라와 요리를 배우고 있습니다. 일식 전문점을 경영 하는 게 꿈인데 아무래도 지방보다는 서울이 배울게 많다고 생각했거든요.

Q: 일식이면 초밥도 배우시나요?
A: 초밥도 물론 배우고 싶지만 어려운 요리고 아직은 경력이 많지 않아 천천히 배우려고 해요. 우선은 하고 싶었던 일본식 덮밥인 돈부리 쪽으로 요리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Q: 언제부터 이런 꿈을 키우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A: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찾지 못한 상태에서 그저 성적에 맞춰 대학교에 진학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꿈만 같던 대학생활은 깨지고 무의미하고 쓸데없는데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앗어요.
 
그러면서 21살에 군대를 가게 됐죠. 군대에 간이 식당이 있었습니다. 제가 선, 후임들에게 간단한 요리를 한번씩 해줬는데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더 맛있게 만들어보려고 노력했어요. 그런데 그 과정이 너무 재미있고 즐거웠어요. 그때 제가 앞으로 요리를 하면 만족하고 행복을 느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Q: 군대에서 꿈을 키우시다니 색다르네요. 지금 하시는 일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세요.
A: 현재 서울 강남 신사동 가로수 길에 있는 일본식 덮밥 전문점에서 요리를 배우면서 가게 경영도 같이 배우고 있어요. 일하는 시간은 다른 일에 비해 조금 긴 편이에요. 일주일에 1번 휴무가 있고, 아침 9시 30분부터 저녁 10시까지 일해요.
 
가게가 장사가 잘 돼서 바쁜 편이에요. 주변에 회사가 많아서 평일에도 점심시간에 손님이 몰려 많이 바빠요. 주말에는 꾸준히 계속 바쁜 편이죠. 노동 시간도 긴데 바쁘기까지 해서 처음엔 많이 힘들었어요.
 

Q: 일하는 시간이 상당히 긴데요, 일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A: 처음에는 일을 배우는 과정이 힘들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사람 관계가 힘든 것 같아요. 이건 무슨 일을 하던 똑같다고 생각해요. 일이 힘들어도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친하고 화합이 잘되면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데, 사람 간에 갈등이 있으면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또 직원들이 자꾸 바뀌고 새로운 사람들과 친해지고 호흡을 맞추려 하다 보니 적응하는데 있어서 조금 힘들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정규직인 이쪽 일을 꺼려하는 게 사실이잖아요. 12시간 넘게 하는 일이고 몸이 힘들어 새로운 사람이 적응하기 힘든 면이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오래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는 사람이 많아요. 하지만 뭐 엄청 힘들다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Q: 그렇다면 일을 하면서 제일 행복할 땐 언제에요? 
A: 얼마 전에 우리 가게에 가수 서인국 씨가 왔었어요. 메뉴 중에 치즈돈가스김치냄비가 있는데 주문을 하더라고요. 제가 요리했는데 냄비 바닥까지 숟가락으로 긁어 먹는 것을 보고 같이 일하는 형님과 내기를 했어요. 한 달 안으로 다시 먹으러 올까 안 올까 하는 내기였는데 저는 다시 온다 에 걸었죠. 그런데 정말 몇 주 뒤에 다시 온 거에요. 제가 만든 음식을 그렇게 맛있게 먹는 걸 볼 때 너무 즐거워요.
 

Q: 요리 솜씨가 정말 훌륭한가 보네요. 지금 일에 관해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나요?
A: 당연히 있었죠. 처음에 요리하고 싶다고 말씀 드리니까 왜 굳이 힘든 일을 하려고 하냐면서 다른 사람들처럼 공부해서 무난히 취직 하는 게 좋은거다 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래도 제가 진짜 이 일을 하고 싶은 이유에 대해서 계속 대화 하다 보니 결국 허락하셨어요.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으면 한번 해보라고 하셨는데 그래도 여전히 조금은 부정적으로 보시는 면이 있는 것 같긴 해요.

Q: 부모님의 반대까지 뿌리치고 일을 시작하셨는데, 후회 하신 적은 없나요? 
A: 후회 해본 적은 없어요. 다만 이 일이 즐겁고 만족스럽지만 내 또래들이 평범하게 가는 길이 아니다보니까 마음 한구석으로 불안함이 있어요. 일단 휴학 중이긴 하지만 학교를 포기해야 하니까요.

Q: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다면 편입이나 관련 학과로 다시 입학하는 건 어떤가요?
A: 저도 거기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봤어요. 하지만 학력보다는 현장에서의 경험과 여기서 쌓이는 지식이 저한테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있어요. 막연한 불안함을 안고 일을 하고 있지만 지금 일에 대해서는 충분히 즐겁고 행복함을 느끼고 있어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이니까요

Q: 만약 옛날로 돌아가 다시 선택 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이 일을 선택하실 건가요?
A: 그 과거가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일이 아니더라도 재미있고 진정으로 원하는 일이다 싶은 게 있으면 꼭 요리가 아니더라도 그 일을 할 것 같아요.

Q: 원하는 일을 찾아서 한다는 건 좋은 말이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데 이렇게 도전하시는 모습을 보니 보기 좋습니다. 최종 목표와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네요.
A: 요식업에 종사하다보니 당연히 제 식당을 갖는 게 우선의 목표에요. 제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이고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하다 보니 부모님께 경제적으로 손을 벌리고 싶지 않아요. 저만의 가게를 차리기 위해, 그리고 요리와 일을 배우기 위해서도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은 창업을 하기 전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업을 경영하기 위해 요리를 배우는 것에서부터 기본적인 일인 홀 서빙과 손님에 대한 서비스 등 많은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죠.


Q: 본인의 꿈이 뚜렷하신데, 꿈을 가지고 산다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저도 원래 꿈이 없었어요.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모르는 답답한 상태에서는 방황할 여지가 큰 것 같아요. 꿈이 있고 확신이 있으면 어떤 식으로든 꿈을 향해 한 발짝씩 다가가며 발전하는 것 같아요. 반면에 꿈이 없다면 그 사람은 정체되고 무의미하게 사는 것 같아요.

Q: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20대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A: 남들이 다 한다고 그게 다 옳은 일은 아닌 것 같아요. 반대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남들과 다르다고 해서 옳지 않은 것이 아니고, 두려움을 가져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믿고 하고자하는 일에 확신을 가지고 도전한다면 반드시 그에 걸맞는 보답이 돌아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