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함20의 새로운 연재, 독립기념일!

성인이 된 20대가 왜 독립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요? '독립기념일'은 가상의 화자 '나'가 부모님의 품을 떠나 독립하면서 겪는 일들을 다루는 연재 소설입니다. '나'의 독립 스토리를 통해 20대의 독립에 필요한 정보들을 전달하고, 20대의 독립에 대한 고민을 유도하고자 합니다.



“죄송합니다. 지금은 먼저 걸려온 문의를 처리하는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먼저 걸려온 문의 전화가 너무 많아서 상담원 연결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한국 장학 재단 홈페이지 온라인 고객 센터를 이용하시면 좀 더 빠르게 궁금한 점을 해결 하실 수 있습니다.”

뚜 뚜 뚜 ...

한국장학재단의 메인 화면 http://www.kosaf.go.kr


 

모두 나와 같이 궁금한 점이 많은 건지, 한국 장학 재단 상담 센터는 도통 연결이 되지 않는다. 후... 100점 만점에 70점 이상의 평점은 4.5만점에 몇 점 이상인 거지 .. 만약 여기서 학점이 기준 미달이 되면 나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반년 간의 독립생활을 접고 집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인가. 집에 가면 뭐라고 변명을 하나. 선의의 거짓말? 하지만 어떤 거짓말이 좋을지 생각도 나지 않는다. 학점을 솔직하게 말할 순 없으니 “등록금을 제 힘으로 벌기엔 무리 인가 봐요.” 라고 말해야 하나?

떨리는 마음을 누르며 N포털 지식인에게 물어보기로 한다. 검색어는 “100 70 4.5 평점” 검색 결과가 촤르르 나오는 순간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한다. 떨리는 마음으로 첫 글을 클릭해보고 조심스럽게 스크롤바를 내리는데 C학점이상 받으면 괜찮을 것 이라는 답변이 달려있다. 
 
그럼 2.0을 말하는 건가? F학점 한 개를 맛있게 먹고 2.0을 간신히 넘긴 내 학점을 떠올린다. 안도의 한 숨을 쉬며 정확한 확인 차 학교의 학사 공지를 뒤져보니 '바람신' 지식인의 답변이 맞다.

다시 한국장학재단 홈피에 접속한다. 처음 받는 학자금 대출이라 이것저것 모르는 것이 많다. 다른 것은 대충 이해가 가겠는데, 소득 기준에 눈길이 멈춘다. 취업 후 상환 학자금은 소득기준이 7분위 이하 일반 상환 학자금은 8분위 이상으로 되어있다. 이건 또 뭐지... 다시 한 번 네이버 지식신이나 블로거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 순간이다.

이번 검색어는 ‘소득 분위’. 검색어를 입력하자 연관검색어에 소득분위표가 뜬다. ‘그래 이거면 잘 알 수 있겠다!’ 기쁜 마음으로 연관검색어를 클릭한다. 오호라, 이번에는 '태양신'님이 ‘소득분위표‘를 올려 주셨다. 2012년도 2학기를 기준으로 7분위는 5,559만원(이하)의 소득을 말하고 8분위는 6,548만원(이하)의 소득을 말한 다고 한다.


※바람신, 태양신은 N포털 지식인에서의 레벨을 말한다, 답변이 많이 채택될수록 레벨이 높아진다.

ⓒ한국 장학 재단

 

부모님의 소득을 자세하게 알고 있지는 않기에 확실히 우리 집의 소득분위가 어떻게 되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런데 반 년 뿐 일지라도 그 동안 힘든 독립생활을 했다는 자부심이 있어서 일까. ‘학자금 대출을 하는데 부모님의 소득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라는 사실이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독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굳이 다른 나라는 18살이면 독립을 한다는 ‘88만원 세대’의 이야기를 빌리 지 않아도 우리가 대학 등록금과 생활비를 부모님의 도움 없이는 해결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20살이 되었다고, 나도 이제 성년이라고, 들떴던 마음 그리고 심지어 성년의 날이라고 서로에게 해주는 축하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또한 20살이 넘어서 성년임을 증명하는 ‘주민등록증’이 단지 술집에 합법적으로 출입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성년의 날’이 장미꽃을 주고받기 위해 만들어진 날이 아닌 것임을 많은 20대가 느낄 것 이라고 생각한다.

그 동안 짧은 독립생활을 하면서 절실히 느낀 점은 20대의 독립이 쉬워지려면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성인이 되면 독립을 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그리고 그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로 여겨지려면 시스템 자체가 개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아직 등록금이 너무 비싸니깐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긴 해도 부모님의 소득기준이 학생의 학자금대출 유형을 결정짓는다는 것은 영 마뜩찮다. 등록금은 부모님에게 의존해야 할 수 밖에 없는 인식이 박혀있는 것 같아서 말이다.

이런 저런 생각 끝에... 이런 말은 쑥스럽지만, 나도 모르게 독립을 하면서 내가 조금 컸다는 생각을 해본다. 독립을 하면서 느낀 어려움과 고민들을 나중에 책으로 내면 어떨까? 라는 좀 자아도취적인 생각까지.. 그래, 이승원 너 많이 컸다! 앞으로 이어질 독립생활도 파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