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청년정담회 첫 번째 순서 '먹거리와 건강' 열려...

청년문제라 하면 일반적으로 등록금, 일자리, 주거 문제 등을 꼽는다. 하지만 그런 거시적인 문제들이 청년문제의 전부라 생각하면 곤란하다. 매일매일의 먹고 사는 문제 역시 청년들의 문제다. 20대들은 바쁘다는 이유로 아침을 거르기 일쑤고, 점심식사는 쉴틈 없는 강의 일정이나 점심시간 주지 않는 업무 환경 탓에 편의점 음식 같은 것으로 ‘떼우는’ 경우도 많다. 밤에는 술과 고열량 안주들이 즐비한 회식자리가 대기하고 있다. 당장 문제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중요성을 망각하고 있었지만, 사실 이런 식생활 속에서 청년들의 건강 상태가 악화 일로에 있었음은 반론의 여지가 없다.

특히 지방의 본가를 떠나 홀로 거주하는 경우가 대다수인 서울의 청년들의 건강 상태는 더욱 심각할 것임이 거의 당연지사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난달 21일, 서울시청 서소문청사에 서울의 2030 청년들이 모였다. 삼각김밥이나 컵밥 같은 ‘싸고 빠른’ 음식들로 끼니를 떼우고 있는 청년들의 식생활 현실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서울시 청년명예부시장팀인 ‘청년암행어사’가 주최한 2012 서울 청년 정담회의 첫 번째 순서로 기획된 이 행사에는 40여명의 청년들이 참가해 머리를 맞댔다.

행사는 청년암행어사 팀의 청년 설문조사 결과로 시작됐다. 서울의 2030 청년들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하루에 한 끼 이상 외식한다고 답한 비율이 87%에 달했으며, 이 때 외식비가 부담스럽다고 답한 비율이 56.5%나 됐다. 편의점에서 끼니를 1주일에 1회 이상 떼우는 청년은 79.8%였으며, 매일 편의점 음식을 먹는다고 답한 비율도 3.7%나 되었다. 이유는 역시 가격(46.7%)이 컸으며, 시간(29.6%)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제대로 식당에 앉아 밥 먹을 시간도 부족한 서울 청년들의 고단한 삶을 보여주는 지표였다.



서울시 청년명예부시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청년유니온의 김영경 씨는 흰색 영양사 가운을 입고 나타나 청년들이 애용하는 편의점 음식들의 영양을 분석했다. 삼각김밥, 컵라면, 콜라와 같은 조합으로 청년들이 한 끼를 섭취했을 때, 총열량은 물론이고 탄수화물과 단백질 등의 필수영양소가 권장량에 모자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방과 나트륨은 권장량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었다. 김영경 명예부시장은 “2,30대에 건강관리를 더 함으로써, 4,50대에 의료비용을 줄일 수 있다. 그러므로 청년들의 식생활 문제는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책적 차원에서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청년정담회를 찾은 청년들 역시 자신들의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각자 식생활 문제에 대한 의견과 해결책을 제시했다. 한 대학생 남성은 “자취 생활을 하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적어 외식을 1주일에 반 이상, 많게는 모든 식사를 밖에서 하는 게 대학생들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 여성은 “어쩔 수 없이 못 먹는 청년들도 많지만, 다이어트의 압박 때문에 일부러 안 먹는 청년들도 많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 직장인 여성은 “직장 생활을 하면서 아침을 거르고, 점심은 떼우고, 저녁엔 회식을 하는 일상이 반복되다 보니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 내 경우엔 갑상선이었고, 결핵에 걸리는 주변인도 꽤 있었다”고 말했다. 껌을 하나씩 먹으며 5일을 버텼다는 한 청년 남성의 이야기에는 장내가 찬바람이라도 분 듯 조용해지기도 했다.

청년암행어사 먹거리 팀의 정준영 씨가 청년명예부시장 팀에서 고민해 내놓은 정책 제안을 발표하면서 행사는 마무리됐다. 청년명예부시장 팀은 식당 위생 문제, 가격 문제 등과 관련하여 서울시정에 의한 직접적 지원이나 관리 감독을 위한 조례 제정을 요구했다. 민관협동 위탁사업 아이디어로 제안된 ‘노량진 청년희망센터’는 특히 눈길을 끌었다. 각종 고시를 준비하는 청년들이 모여서, 고시원이라는 열악한 주거 환경에 거주하고 삼각김밥, 컴밥으로 끼니를 떼우고 있는 노량진 지역에 그들의 식생활, 건강 문제를 돕기 위한 센터를 만드는 것이다. 청년명예부시장 팀이 제안한 이 센터에는 식당, 도시락 코너뿐 아니라 쉼터 컨셉의 북카페, 건강검진 코너, 심리/진로상담 코너가 함께 포함되어 있다.

행사를 참관한 서울시 식품안전과의 이영호 씨는 “청년들의 아이디어가 대단하다”며 “이 문제는 여러 부서에서 합심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연구하고, 노력하고, 고민하겠다”라는 의지를 드러냈다. ‘28도를 넘지 않으면 냉방금지’라는 서울시의 전기절약 정책 탓에 무척이나 후끈한 온도 속에서 진행되었지만, 청년 문제에 대한 청년들의 진짜 ‘후끈한’ 열기는 그 속에서도 죽지 않았다. 서울시 청년정담회는 앞으로도 총 5회에 걸쳐 계속될 예정이다. 먹거리 문제에 이어 오는 4일에는 ‘주거와 자립’ 문제를 고민한다. 마지막 회에 박원순 시장과의 만남이 예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