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하늘이 드높았던 1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 본관에서 제7회 서울 국제 미디어아트 비엔날레가 개막되었다. '너에게 주문을 건다'를 주제로 11월 4일까지 진행될 예정인 미디어 아트 비엔날레는 서울시립미술관 뿐만 아니라 상암DMC(디지털미디어시티)에서도 동시에 진행이 된다. 20개국 49개팀이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작품으로 관객들에게 주문을 걸고 있는 이번 전시회는 모두 무료로 진행된다. 





 




고함20이 추천하는 작품 BEST 3



 


디폴트 투 퍼블릭(default to public) 2008-2011 by.옌스 분덜링

벽에 투사되는 이 작품은 트위터를 둘러싼 여러 쟁점을 건드리는 프로젝트이다. 이 작품은 SNS혁명을 일으킨 트위터의 '프라이버시'의 노출이라는 이슈를 관객들에게 내보이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공의 장소에서 누군가가 올리는 트윗 메시지를 보여주는 이 전시는 사적인 영역에 남긴다고 생각한 누군가의 트윗 혹은 인터넷의 댓글이나 페이스북의 좋아요가 가지고 있는 개방성을 적나라하게 들춰낸다. 만약 내가 아는 누군가의 글이 수십 수백명에게 보여진다면? 혹은 나의 사적인(그러나 사실 모두에게 공개된) 글이 서울광장에서 비춰진다면 우리는 태연할 수 있을까? 촬영당시에는 11일 트위터를 뜨겁게 달군 인혁당사건에 관한 글을 RT한 트윗이 보여지고 있었다.  
 



눈을 감는 영혼들(Spirits Closing Their Eyes) 2012 by.니나 피셔&마로안 엘사니
이 작품은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후 일어난 일들을 다뤘다. 3개의 스크린을 통해 보이는 일본은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온 그리고 그들이 지금까지 살아온 일본과는 전혀 다른 공간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방사능 오염으로 인한 비정상적인 생물체의 발견과 같이 겉으로 드러나는 후쿠시마의 현재 상황이 아니라 그 곳에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일상에 미친 변화에 집중한다. 일본 사람들의 진솔한 고백과 영상을 통해서 우리는 3월 11일 대지진이 일본 사회에서 균열을 일으켰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균열이 일본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작품은 우리에게 넌지시 보여준다.








데스크탑밤(DesktopBAM), 2010 by.엑소네모
커다란 벽에 컴퓨터 모니터만 덩그라니 비친다. 갑자기 마우스 커서가 카운트다운을 세더니 지구를 떠나 우주로 날라갔다. 그리고 마우스커서는 음악을 연주한다. 그것도 아주 멋지게.

2010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라이브 퍼포먼스의 형태다. 다만 퍼포머(performer)가 사람도 동물도 아닌 마우스커서다. 마우스커서를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설계된 소프트웨어가 마우스커서를 자유롭게 즉 랜덤하게 어떤 음악 파일을 재생 혹은 되감기 버튼을 누르도록 했다. 또한 커서는 단순한 클릭을 하는 것에서 벗어나 필요한 음악파일(대체로 1초 내외로 삐융! 빵! 퐁! 등의 알림음과 흡사한)을 고르고 선택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아티스트 혹은 누군가는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만든 소프트웨어에 의한 것이지만 직접적으로 개입은 하지 않기 때문에 이 작품은 반복되지 않은 음악을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따라서 관객들은 마우스커서의 모험을 함께 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마우스커서를 움직이는 건 과연 누구라고 해야 할까? 프로그래머? 아니면 마우스커서?   




전시회 뒷 이야기




서울시립미술관으로 올라가다 보면 입구 쪽에서 누워서 움직이는 사자들을 발견할 수 있다. 미디어아트비엔날레라는 이름에 걸 맞게 '아, 안에서 기계가 무규칙적으로 움직이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진짜 사람이 들어가서 일일이 움직이고 있다. '에이 설마, 진짜 사람이 하겠어?'라고 생각하고 살짝 사자옷을 들춰보면 아이폰을 들고 있는 손이나 뽀로로 양말을 신은 누군가의 발이 보일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한번씩 들춰보고 한번은 놀라면서 전시회 관람을 시작하고 있었다. 늦더위에 두꺼운 털옷(?)을 입고 있으면 힘들지 않을까? 괜찮냐고 질문하자 잠시 나와서 숨을 고르고 있던 이는 곧 쓰러질 것 같은 표정으로 "어우, 아주 죽겠어요"라고 말하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예술은... 참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