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자기소개 부탁한다.
 안녕하세요. 민주통합당 부대변인 정은혜입니다. 


Q. 언제 어떤 계기로 정치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까?
 우리 집은 가난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교복을 못 사고 졸업한 언니 교복을 물려 입곤 했다. 1년에 4번 내는 수업료 20만원도 낼 수 없었다. 김대중 대통령으로 바뀐 후 반에서 한 명 정도 분납금과 급식비를 면제받을 수 있는 제도가 생겨났다. 덕분에 고등학교1 ~ 3학년 까지 분납금, 급식비 모두 면제 받을 수 있었다. 나도 도움을 받았으니 다른 형편이 부족한 친구들을 어떻게 도와줄까 생각했다. 돈을 많이 벌어 도움을 주는 것이 생각났다. 그러나 난 돈 욕심도, 사업 수완도 없었다. 그 때 생각했다. 정치인이 되어서 내가 혜택을 받은 것처럼 제도를 바꾸고 정책을 만들면 되겠다. 대학교 2학년 때 선거캠프에서 일하는 것을 시작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Q. 대학생이 정치한다고 하면 진보정당에 가는 학생들이 많다. 민주당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대중정당에서 활동하고 싶었다. 당시 좌파정당으로는 민주노동당이 있었다. 정책적인 부분에선 이상적이고 좋았지만 현실적이고 당장 실현가능성이 있는 정책들이 민주당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민주당을 선택했다. 무엇보다 민주당의 역사가 자랑스러웠다. 해방 후 60년 동안 민주당은 10년 밖에 집권을 못했지만 민주화를 위해 싸워온 많은 정치인들이 있다. 내가 다른 당에 가면 이런 자부심을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고등학교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을 읽고 감동을 받은 영향도 있는 것 같다. 


Q. 20대로써 정당 내에서 생각하는 20대를 향한 시선에서 온도차를 느낀 적이 있는가?
 당 내에선 ‘너희들은 우리와 같은 성인이 아냐.’같이 20대를 얕잡아 보는 시선이 있다. 오히려 386세대들이 정치에 진출 할 때에 비해 인식이 후퇴했다. 그 때는 이해찬, 김민석 씨처럼 20대 정치인의 모습도 자연스러웠다. 물론 그 분들은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사람들이고 우리는 온실 속의 화초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시대가 다르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의 고통과 삶이 있다. 이전 세대들처럼 전쟁과 민주화를 안 겪었다 해서 삶을 모르고 정치를 모른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Q. 왜 대학생들은 민주당을 외면하고 다른 좌파정당을 통해 정치에 입문한다고 생각하나.
 구조적인 이유다. 진보정당들은 학생들의 접근성이 높다. 학생도 당의 활동과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공간, 직위, 역할이 구조적으로 마련되어있다. 반면 민주당이나 새누리당 양대 정당은 학생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정당에서도 20대에게 주도적인 역할을 기대하지 않고 자기 당에 온 자원봉사자 정도로 취급한다. 이런 구조 속에서 20대들은 정당 안에서 선거도우미나 잡무 등 비생산적인 일 밖에 할 수 없다. 


Q. 비록 당선은 못 되었지만 비례대표 후보로 나와서 많은 공약들을 냈다. 그 중에서 아직도 관심을 갖는 분야가 있는지 궁금하다.
 반값등록금 특별위원회에서 우상호 위원등과 함께 활동하고 있다. 반값등록금 특위에선 이미 고등교육재정교부금 지원법안과 등록금 상한제 두 개의 법안을 1, 2호 법안으로 국회에 제출했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은 정부가 대학에 지원하는 예산이다. 우리나라는 국가예산에서 고등교육에 투자하는 비율이 0.4%정도 된다. 법안엔 이를 OECD평균인 1.0%로 올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등록금 상한제는 정부 산하에 중앙등록금책정위원회를 두고 등록금 표준액을 설정하는 법안이다. 물론 전공별, 지역별로 차이를 감안해 등록금 표준액을 산출한다. 각 학교는 표준액의 1.2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등록금을 결정해야 한다. 이를 어기는 학교는 정부재정 제한 등의 제재조치를 받게 된다. 
 
 교육이라는 것은 약간 공공재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도 있다. 우리나라가 공교육에서 민간이 지출하는 비율이 12년 째 OECD 1위다. 교육은 국가가 부담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개인이 부담하는 비율이 1위다.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이 정도는 받아야 한다는 교육수준이 있다. 이를 위해선 국가가 어느 정도 지원을 해야 한다. 

 반값등록금에 대한 비판도 많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지금 우리나라에선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좋은 직장을 전혀 얻을 수 없다. 대학에 안 가도 먹고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인식을 바꾸는 일도 필요하고 같이 가야겠지만 지금 당장은 등록금 문제의 해결이 먼저라고 본다. 대학진학률이 80%가 넘는 상황에서 기형적으로 등록금이 올랐다. 당장 내리라고 할 순 없으니 국가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Q. 민주당이 20대 관련 정책은 많이 내놓지만 정작 20대들 사이에서 큰 반향이 없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20대들이 질려버린 것 같다. 새누리당에서 2006년부터 이야기한 반값등록금이 아직도 안 되고 있다. 정치한다는 사람들이 매 번 한다고는 하는데 아직도 등록금은 그대로다. 한마디로 정치권에서 뭐라 하던 신뢰가 안 된다. 국가장학금 제도와 같이 잘못된 정책 또한 큰 문제다. 등록금은 그대로 두고 장학금을 최대한 많은 학생들에게 나눠주려다 보니 정작 필요한 사람에게 혜택이 집중되지 못했다. 학생들이 정책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없다.

 다만 희망을 발견한 부분도 있다. 대학교에 다니는 친구가 “반값등록금. 민주당은 합니다”라는 플랜카드를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총선 때 민주당은 MB심판을 외쳤지만 국민들 가슴에 닿지 않았다. 이제는 심판보다 민주당이 새누리당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 반값등록금 민주당은 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진보는 무능하다는 고정관념을 깨트리고 싶다. 

 사실 지금 반값등록금 특위는 미지근한 상태다. 그러나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아도 우리는 끝까지 한다. 기사 안 써줘도 계속 브리핑 하고 우상호 의원도 계속 최고위원회에서 반값등록금 이야기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국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법이 만들어 질 수 없음을 느꼈다. 계속 이야기해서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싶다. 






Q. 20대의 사회진출 연령이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원인을 분석하자면?
 나도 아직껏 정규직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다. 학부, 대학원을 10년 째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에서 20대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너무 많다. 그 요건들을 만족한 이후 취직을 해야 하니 사회진출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어학연수도 1년 가야되고, 인턴 경험도 있어야 하고. 준비가 된 상태에서 출발하려보니 시작이 늦어진다. 

 또 하나 중요한 문제는 결혼이다. 나도 당장 결혼이 걱정된다. 가장 큰 문제는 집이다. 결혼 못 하는 이유는 집 때문이다. 주변의 친구들을 봐도 돈을 아예 못 버는 친구는 없어도 대부분 집이 없어서 결혼을 못 한다. 몇 억 짜리 아파트를 전세로 살 능력이 안 된다. 결혼할 땐 싼 원룸에서 산다 하더라도 애를 낳으면 집을 옮겨야 하는 문제가 다시 생긴다. 어른들은 단칸방부터 시작하지 무슨 욕심을 내냐고 한다. 그러나 그 당시엔 단칸방에 살아도 10년이 지나면 전세로 아파트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10년이 지나서 집을 옮길 수 있다는 보장이 전혀 없다. 출발점이 늦어지면 평생 그곳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사회가 되었다. 무리해서라도 아파트를 얻으려다 보니 결혼이 쉽지가 않다.


Q. 지난 5년 간 많은 종류의 20대 담론이 유행했다. 사회에 떠도는 20대 담론들을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이런 담론이 형성되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사람들이 문제를 인식하고 공감하는 중이라는 증거다. 문제는 공감이 젊은 세대들 사이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사회를 움직이는 권한을 가진 사람들도 20대의 문제에 공감을 해야 한다. 취업, 집 모든 문제에 있어서 어른들이 우리와 대화를 하고 서로의 고민을 이해해야 함에도 그러지 못하는 것 또한 현실이다. 


Q. 20대 정치인이 많아져야 할 당위적 이유를 말해달라.
같은 민주당이라 해도 50대가 바라보는 20대 정책과 우리가 바라보는 20대 정책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얼마 전 국가에서 대학생 전세자금대출이라는 정책을 시행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5천만원 전세를 구할 능력도, 구할 의지도 전혀 없다. 정책형성 과정에 20대가 빠지면서 20대 정책이 정작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정책을 만들기 위해선 공부도 많이 해야 한다. 그러나 공부해도 알 수 없는 것, 경험이라는 부분이 있다. 이를 청년정치인이 실행할 수 있다. 


Q. 20대가 정치적 주체로 설 수 있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다음세상을 준비하는 다른 연구소, 줄여서 다준다 연구소를 만들어서 부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민주당 청년비례로 들어온 의원들도 참여하고 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전국에 2030세대 후보 50명을 출마시킨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잡았다. 내가 청년비례라는 혜택을 보고 정치권에 들어왔으니 후배들도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활동하고 있다. 


Q.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은 누구입니까?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그분이 대학을 못 나온 점도 내 자신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느꼈다. 나도 지방대를 나왔다는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고, 눈에 보이는 학벌이나 스펙보다도 자신의 실력이나 정책, 정치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그분은 정치인이자 학자, 평화의 상징이기도 했다. 남북관계, 복지, 여성을 존중하는 모습을 존경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금 30대가 되어서 정치를 해도 잘 할 것 같다. 한마디로 시대를 앞서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Q. 자신의 정치성향과 맞지 않는 친구들과의 갈등은 없습니까?
친구들이 정치에 별 관심이 없다. 갈등하고 싶어도 갈등이 없다. 오히려 무관심이 더 무서운 것 같다. 


Q. 이제 서른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결혼 계획은 있습니까?
아직 남친은 없지만..(웃음) 좋은 남자친구를 만나서 꼭 결혼 하고 싶다. 다만 지금 생활이 너무 바빠서 시간이 나지 않는다는 점이 안타깝다. 


Q. 부대변인에 있으면서 느끼는 보람과 한계점은 무엇입니까?
국회는 모든 사람들이 뱃찌와 뱃찌가 아닌 사람으로 나뉜다. 모든 시스템은 의원이 일을 잘 하게끔 설계되어 있다. 내가 부대변인이긴 하지만 나의 영향력이 별로 크지 않다는 점이 아쉬웠다. 그래도 나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법안 발의는 못해도 작은 부분의 변화는 유도할 수 있다. 얼마 전 KBS 교향악단 법인화문제를 논평했다. 곧 KBS측에서 유감이다라는 메일을 받았다. 대변인 이름으로 논평이 나가면 신경을 안 쓸 수 없다. 이어 KBS에서 교향악단 단원들의 고용승계를 약속했다. 사회적으로 관심을 못 받고 주목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세상에서 필요한 곳에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고 당의 이름으로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이 좋다. 


Q. 5년 후, 10년 후, 20년 후의 정은혜는 어떤 사람이 될 것 같은가?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선배가 되고 싶다. 롤모델이 되고 싶다. 정치인이라는 것은 그 사람이 살아온 삶으로 평가받는다. 2012년에 국회에 들어오고 정치를 하게 되었으니 지금으로부터 10년 후, 20년 후를 위해 또 다른 스토리를 만들고 싶다. 지금까진 정치를 하고 싶은 꿈 많은 소녀였다면 이제부턴 다른 이야기를 만들고 사람들에게 감동이 되고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나가고 싶다. 


Q. 스스로도 정치인이지만, 역으로 정치권에 제안하고 싶은 정책은 없습니까?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술자리는 잘 안하고 약속도 꼭 점심으로 잡는다. 저녁엔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 책을 보거나 영화를 보거나 집에서 뒹굴뒹굴하기도 하고 가족과 맛있는 것도 먹고 싶다. 이래서 성공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포기는 못하겠다. 내가 행복하려고 일을 하는 것인데 내가 일 때문에 내 행복을 포기할 순 없다. 

그래서 그런지 손학규 후보를 개인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문구가 마음에 든다. 국민들에게 여유가 있는 삶이 있었으면 좋겠다. 근로시간 단축, 여가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조성 등 여러 정책이 여기에 포함된다. 사람들이 여유롭게 살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만들었으면 한다. 


Q. 어떤 사람이 되든지간에, 차기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
주변에 좋은 참모를 두라고 말하고 싶다. 사람을 볼 수 있는 눈이 있었으면 좋겠다. 리더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어떤 이야기를 듣느냐에 따라 그 리더의 방향, 철학, 가치관이 형성된다. 같이 어울리는 사람들에 따라 자신의 가치관이 형성되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많이 먹는 모임에 가면 나도 많이 먹고, 조금 먹으면 오히려 이상한 취급을 받는다. 정책도 가치관도 마찬가지다. 인간이 중심이 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하는데 주위에 경제적 논리만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정책도 자본, 경제적 논리가 중심이 되고, 소수가 중심이 되는 정책이 된다. 대통령이 모든것을 다 잘할 순 없다. 5년 간 필요한 사람을 필요한 곳에 임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