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지고, 한낮에 길거리를 걸어도 땀이 안 나는 가을이 왔다. 날씨도 좋으니 애인하고 데이트도 하고 싶고, 천고마비의 계절이니 먹고 싶은 것도 많은데, 우리의 20대는 여유도 없고 돈도 없다. 도서관에서 자격증 시험이나, 영어 공부에 열중하다가 배고프면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사먹는 20대에게 가을의 쾌적하고 화창한 날씨는 오히려 기분을 우울하게 만든다. 아! 우리의 20대.어찌할까나.
정여사보다 더 강하게 정치권에 따지고, 제안할 것이다.
1. 바보야! 문제는 밥이야 - 대학생 무상급식
‘밥빠라밥빠빠’ 박태환처럼 건강해지려면 밥을 잘 먹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대학생들, 밥을 영 시원찮게 먹는다. 돈도 없고, 시간도 없어서 패스트푸드나 편의점 음식, 또는 우유나 과자로 때우는 경우도 많다. 그나마 효율적으로 잘 먹는 방법은 학교 식당에 가는 건데 , 학교 식당이 싸보여도 학교에 계속 머무는 학생들이 점심, 저녁 두 끼를 먹으려면 은근 밥값이 부담 된다.
2. 삼각김밥 정량제
원래 청춘은 배고프다. 워낙 이리저리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어제도 취미생활로 골프를...훼이크고 친구랑 PC방에서 롤을 하고 오던 터였다. 갑작스럽게 엄청난 공복감이 엄습하면서 배에서 기름진 것을 넣으라는 국민의 명령, 아니 위장의 명령이 내려왔다. 하지만 주머니엔 천원뿐이었고, 주변에는 그 흔한 닭강정 집도 없었다. 결국 편의점에 들어가서 이리저리 둘러봤는데, 왠지 배도 부르면서 기름질 것 같은 삼각김밥이 눈에 띄었다.
‘훈제오리맛 삼각김밥’
훈제오리‘맛’이라고 써져있는 것이 마치 바나나맛 우유에 바나나가 없는 것처럼...그런 아찔한 불안감을 자극시켰으나 그래도 일단 샀다. 조심스럽게 비닐을 벗긴 뒤 한 입 물었다. 음... 한 입 더 물었다. 아...망했어요! 살짝 북받쳐오는 눈물을 억누르며, 그래도 샀으니까 먹어야지 하면서 훈제오리소스에 절여있는 당근을 와작와작 씹어 먹었다. 정체불명의 고기가 씹혔는데 이것이 오리인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실제로도 이렇게 속이 알찼으면 20대의 삶은 지금보다 1.12배 정도 윤택해졌을 것이다.
3. 지원서에 가족사항 기재 x, 증명사진 부착 x
가끔 보면 회사는 굉장히 구직자들을 불신하는 경향이 있다. 대체 취업 원서에 왜 가족사항을 적으라고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대부분의 구직자들이 화차에 나오는 여주인공처럼 남의 주민등록증 쓰는 것도 아닐텐데, 아버지 어머니의 직업과 학력까지 기재하는 가족사항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 은근히 ‘부모님을 보고 내 집안과 나를 판단하는건가?’ 이런 생각까지 든다. 봉건사회도 아니고아빠, 엄마가 뭘 하는지가 내가 일하는데 대체 무슨 영향을 줄까 싶다.
증명사진은 또 어떠한가. 대놓고 얼굴 보겠다는 심산이다. (아니면 사진업계를 활성화시키려는 기업들의 갸륵함일 것이다.) 서류 심사에서 떨어지면 대체 어떤 부분 때문에 떨어졌을까 생각을 해보는 20대들이 많다. 어쩔땐 전혀 이유를 찾을 수 없을 때가 있는데 ‘증명사진이 문제다’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보면 증명사진을 또 찍고 또 찍고... 증명사진을 부착하는 자체가 얼굴만으로 평가받을 수 있겠다는 불안감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4. 공영 모텔
영국 드라마 ‘스킨스’를 보면 부러운 게 있었다. ‘아 쟤네들은 2층이 독립된 공간으로 있고, 파트너랑 저기서 사랑을 나누면 되겠구나!’ 그러나 우리나라는 대부분 아파트나 1층집에 살고 있고, 복층을 쓰는 집이 가끔 있긴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이성 친구를 집 안에 들이기가 매우 힘든 분위기다.
결국 우리나라의 커플들, 또는 비공식(?)적 만남을 갖고 있는 20대들은 모텔, DVD방, 그 밖에 밀폐된 수많은 공간들을 돈 내고 찾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 사랑을 하려해도 돈이 많이 필요하다. 삼포세대의 비극은 여기서 시작된 것이다.
그래서 제안한다. 공영 모텔이다. 모텔을 국가에서 만들고 관리하는 것이다. ‘모텔공사’가 만들어져서 전국의 모텔을 관리한다면 모텔이 양질의 환경으로 유지가 될 가능성이 높고, 쾌적한 공간에서 젊은 남녀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공영모텔은 현재 대실,숙박 비용에서 20~30% 할인가 정도로 제공하되, 자가용을 가지고 오지 않은20대 커플들에게는 반값정도로 제공해주는 혜택을 줘야 한다. 모텔비만 내려가도 우리 20대들, 조금 더 열심히 사랑할 수 있다!
5. 취업 전까지 청소년 요금 쓰기
대중교통 요금과, 휴대폰 사용 요금은 식비와 더불어 20대의 생활비를 야금야금 갉아먹는다. 고등학교 때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20대는 독립을 못하고 있는데, 20살이 넘었다는 이유로 내야 하는 돈은 더 많아지는 건 너무나 부당한 일이다.
가끔은 부담스럽기만 한 성인의 권리 조금은 포기하고, 생활비라도 좀 줄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도 1318 요금제 쓰고 싶다. 파란색이 아닌, 분홍색 티머니 카드 쓰고 싶다. 기성세대들은 20대들은 많이 경험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라고 조언한다. 그런데 휴대폰 요금과 대중교통 요금이 이렇게 비싸서야 뭘 할 수 있겠나. 100만원 이상의 일정한 소득이 없는 경우에 남자는 만26살, 여자는 만24살까지 휴대폰 요금과 대중교통 요금을 청소년 요금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6. 개인 휴일 지정제 (생일)
1년에 한번씩, 삶에서 가장 기념할만한 날이 있을 것이다. 생일이라든가, 결혼기념일, 가족의 생일 등. 그러나 우리는 바쁜 알바 또는 수업에 치여서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단 하루조차 즐겁게 보내지 못하고 있다.
군인은 생일날 아침부터 불침번을 서야하고, 야간수업이 있는 공대생은 애인과의 1주년을 맞이해서도, 수업에 빠질 수 없어서 제대로 된 데이트를 하지 못한다. 하물며 알바들은 오죽할까. 생일날 다른 사람이 먹을 생일 케이크를 팔고 있는 제과점 알바의 심정은 또 어떠하리.
7. 프리라이더 실명제
‘공산주의가 망한 이유는 조모임을 해 보면 알수 있다“는 유명한 말이 있는 것처럼, 대학교 학생의 조모임은 결코 조원들이 평등하게 일하는 구조가 아니다.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죽었다 깨어나도 안하는 사람도 있다. 여기서 조모임 과제를 열심히 안하고, 오히려 피해만 주는 사람들을 일컬어 프리라이더라고 부른다. 즉, 무임승차 한다는 뜻이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이 공들여 한 결과물에 숟가락을 대는 것도 아닌, 거의 떠먹여주기 바라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조별과제기 때문에, 점수는 열심히 한 사람이든, 프리라이더든 똑같이 나가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이처럼 억울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8. 전공서적 무료, 토익 시험 반값
공부를 하려면 책값을 아끼지 말라는 어른들의 말씀이 있으나, 실상은 학교 수업에서 쓰는 교재 값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용돈이나 알바 한 돈으로 수업 교재를 사려면 피눈물을 흘려야만 한다. 등록금도 비싼데, 교재까지 비싸면 대체 공부는 어떻게 하란 말인가?
우리는 전공서적만큼은 무료로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것을 제안한다. 교양 교재가 아닌, 전공서적 같은 경우에는 과 차원에서 공동구매로 싸게 살 수 있으며, 학교의 1년 예산에도 충분히 넣을 수 있는 목록이다. 이것은 제본을 통한 불법복제를 줄이며, 학생들이 제대로 된 책으로 공부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가치 있는 일이 될 수 있다.
9. 저녁이 있는 삶 - 야간 수업 금지
공대 친구들을 보면 가끔 10시쯤 수업이 끝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실험이나 실습 수업 때문이라고 한다. 수업에 지쳐 피폐한 몰골을 하고, 매연 때문에 잘 보이지도 않는 별을 보면서 집으로 가는 그들의 뒷모습이 처량해 보인다.
손학규는 갔지만, 그의 구호는 최고였다.
10. 대학교 내 찜질방 설치
남학생은 피곤해도 잘 곳도 없고, 여학생 역시 여학생휴게실 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학생들의 피로는 날로 늘어만 가는데, 편하게 쉴 공간은 거의 전무하다. 과 생활이나 동아리 생활 하는 사람들이야 과방, 동방이 있다지만, 갈 데도 없는 복학생이나 아싸들은 대체 어디서 쉴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우리는 대학교 내 찜질방 설립을 주장한다. 으리으리한 찜질방을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간단히 학생들이 씻을 수 있고, 사우나도 하면서 피로를 풀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된다. 먼저 씻을 공간이 마땅치 않은 자취 학생, 고시원 사는 학생, 그리고 축구경기에서 실컷 뛰고 난 학생들 모두에게 샤워시설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기존의 휴게실 개념을 넘어서, 아예 수면실이 만들어지니 학생들이 마음 놓고 잘 수 있다. 게다가 시간을 지정해놓고 학교 주변의 주민들도 이용하게 하면서, 지역 사회에 대학교가 큰 복지시설을 제공하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도 있다.
게다가 이곳을 솔로들의 미팅, 소개팅 장소로 이용하게 하면 어떨까. 아니면 적어도 매주 금요일 밤마다 이벤트를 벌여서 불금에 패션왕 파티, 사랑의 스튜디오, 노래왕 대회 등을 열면서 학교 내에 양질의 놀이공간을 만들어 봐도 좋을 것이다. 대학교 내 찜질방이 식혜먹고 말춤 추면서 오늘 하루의 피로를 푸는 공간으로 만들어졌으면 한다.
'뉴스 > 청년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MB정부의 청년 정책을 되돌아보다 (下) (1) | 2012.09.27 |
---|---|
MB 정부의 청년정책을 되돌아보다 (上) (0) | 2012.09.26 |
'결혼불능세대' 토크콘서트, "결혼, 이젠 사회문제로 접근해야" (0) | 2012.09.24 |
88만원 세대가 직접 만드는 일자리 정책, ‘우리에게 일을 달라’ (0) | 2012.09.21 |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첫번째 대학 특강 뒷이야기 (4) | 2012.09.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