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낱같이 부여잡은 목표가 너무 벅차거든, 자신있게 줄을 놓아라. 바닥은 생각보다 깊지 않다."
“늘 ‘지금의 나’를뛰어넘을 것을 생각하라”
이렇듯 긍정의 말들이 가득담긴 김난도 교수의 책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100만부가 팔리면서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힘들어하는 20대에게 건네는 위로의 말들은, 사회적으로 많은 공감을 얻었고, 멘토 열풍을 불러일으키는데도 일조했다.이런 열풍에 힘입어 김 교수는 사회초년생들을 격려하는 내용을 담은<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라는 새 책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구조적인 청년문제를 단순히 ‘자신감’을 갖고 극복하자는 뜻으로 비춰져서 많은 비판에 휩싸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화차의 변영주 감독이 프레시안 인터뷰에서 “기본적으로 <아프니까 청춘이다>류의 책을 써서 먹고 사는 사람들은 정말 x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아프니까 청춘이다>비판이 뒤늦게나마 공론화 됐다. 욕을 쓴 것에 대한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통쾌하다는 의견이 상당히 많았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김 교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는 일이다. 선의로, 따뜻한 마음으로 청춘에게 위로와 조언을 건넸는데 도리어 비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교수의 책이 많이 팔려나가면서 기성세대들이 청춘을 대하는 태도를 규정하는 담론을 만들어냈다면, 그 영향력에 대해서도 충분히 인지하고 책임을 져야 했다. 아직까지도 주류 사회가 청년들을 보는 시선은, ‘열심히 하면 될 수 있다’ ‘눈을 낮춰라’ 등, 개인적인 변화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기업의 광고 역시 ‘청춘 위로’ 코드를 사용하면서, ‘착한 기업’ 이미지를 만들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한 김 교수의 청춘론은 기성세대들이 만들어놓은 착취 구조를 숨기고, 그 착취 구조에 자연스럽게 청년들이 순응하게 하는 보수적 담론으로 발전했다. 김 교수가 마냥 억울해하기엔, 이미 사회에 끼친 그의 영향력이 너무 크다.
물론 항상 청년들의 잘못만 지적했던 기성세대들의 모습을 생각하면, 김 교수의 청춘론은 전향적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꼰대’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인상을 받는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로 대표되는 그의 청춘론은 청년들이 처해있는 부조리를 극복할 해법이 되긴 커녕, 오히려 청년문제의 본질을 가리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모든 청년들의 문제를 개인적 문제, 마음의 문제로 치환시키는 담론이 사회적으로 힘을 얻고 있다는 것은, 사회가 청년들의 고통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무심하다는 증거일 것이다.
청춘이 아픈 이유는, 단순히 나이가 청춘이기 때문이 아니라, 사회가 청춘을 억압하는 환경을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이제 청년들은 개인적인 변화를 통해 성공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과 긍정의 말들을 단호하게 거부해야 한다. 청년들을 옥죄고 있는 사회구조적인 모순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극소수의 성공은 있을지언정 대다수의 삶은 계속 불안할 수밖에 없다. 청년들 스스로 지금의 현실에 문제의식을 갖고, ‘아프지 않은 청춘’ ‘불안하지 않은 청춘’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의 환경을 바꿔나가기 위해 다양한 길을 모색해야 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로 촉발된 사회 주류의 청춘담론에 반기를 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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