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1일을 기점으로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실행되었다. 해당 조항은 1년 이하 일하는 수많은 아르바이트생에게 ‘수습 기간’을 적용하는 것이 사실상 불합리하다는 공감 속에서 개정되었으며, 이로 인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은 물론이고 각 계층의 사람들이 불합리한 ‘수습 임금’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모아졌다. 그러나 현실을 들여다보면 법 개정 전이나 개정된지 반년이나 지난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최저임금을 못 받는 것은 물론이고, 제대로 받는다고 하더라도 수습이라는 명목으로 꽤 긴 기간 동안 저임금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고함 20>에서 고용자의 입장과 사용자의 입장을 넘나들며 최저임금의 실상을 알아보았다.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사람들


“수습기간이라고 최저임금도 받지 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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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 때 약 한 달 동안 시급 3800원을 받았고요, 그 이후 근무를 2주정도 더 했는데 4300원씩 받았어요.” 지난 가을 pc방에서 일했던 J모군(21, 대학생)에게 최저임금은 다른나라 이야기였다. 수습이라는 이유로 한 달을 헐값에 일했는데, 수습이 끝나고도 최저임금은커녕 4300원이라는 시급에 만족해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일하기 전부터 편의점이나 pc방이 제대로 임금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사장이 최저임금도 안되는 시급에 대해 미안해하지는 못할망정 ‘일하게 된 것을 행운으로 생각하라’고 유세를 부렸다. 당장 억울했지만, 노동자인 그의 입장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한 달 동안 수습이라고 4300원 받았고, 그 이후 한 2달 동안은 4500원 정도 받았어요.” 한 돈까스 전문점에서 일한 L모양(22, 대학생)은 최저임금을 받지는 못했지만 크게 불만은 없다. 사장은 아르바이트 면접 때 ‘원래 이 곳이 다른 곳보다 시급이 짜지만, 수습만 끝나면 얼마나 성실하게 일하느냐에 따라 6000원까지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사장이 보기에 성실하지 않았나보다, 하고 체념할 뿐이다.

아르바이트의 주 연령층은 단연 대학생이 포함된 20대다. 그러나 학업과 함께 등록금벌이 혹은 용돈벌이를 병행하는 학생들에게 세상은 아직 녹록치 않다. 최저임금을 안주는 곳도 많을뿐더러, 수습기간이라는 명목으로 그렇지 않아도 적은 시급을 더 깎아내리기 때문이다. 어디서 수습기간이라는 게 있다는 말만 들어본 학생 입장에서는 ‘그냥 그렇구나...’ 하고 지나가는 수밖에 없거나, 알더라도 말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법은 그저 침묵할 뿐

최저임금도 제대로 주지 않으면서, 길어야 반년에서 1년 밖에 일하지 않는 아르바이트생을 1~3개월씩 ‘수습’이라는 명목 하에 '최대한 부려먹는' 사장들을 상대로 한 법은 없을까. 물론 법이 존재하고 있기는 하다. 최저임금법은 아직 살아있으며, 그 법조항은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

최저임금법 제6조(최저임금의 효력)
① 사용자는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② 사용자는 이 법에 따른 최저임금을 이유로 종전의 임금수준을 낮추어서는 아니 된다.
③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근로계약 중 최저임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임금으로 정한 부분은 무효로 하며, 이 경우 무효로 된 부분은 이 법으로 정한 최저임금액과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본다.


중요한 것은 작년 7월부터 법적 상황이 더욱 좋아졌다는 것이다. 본래 ‘수습’과 관련된 법안 때문에 많은 아르바이트생들이 수습이라는 이유로 최저임금도 못 받는 사례가 빈번했다. 그러나 작년(2012년) 7월 1일을 기준으로 ‘1년 미만의 근로계약자들에 한해서 수습 사용을 불허'하는 다음과 같은 법안이 적용되었다.

최저임금법 제5조(최저임금액)
②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제1항에 따른 최저임금액과 다른 금액으로 최저임금액을 정할 수 있다.
1. 수습 사용 중에 있는 자로서 수습 사용한 날부터 3개월 이내인 자. 다만, 1년 미만의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는 제외한다.


따라서 이 법안에 의거하면,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는 (특히 학생이 대다수인) 노동자들이 수습기간이라는 명목 하에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 이러한 법은 현실의 노동자들을 생각만큼 잘 보호해주지 못한다. 최저임금을 주는 편의점이나 PC방이
드문 현실은 최저임금법이 제정된 지 꽤 오래되었다는 사실을 무색하게 한다. 게다가 수습과 관련한 임금 깎기는 더욱 자연스럽다.

최근 대전 궁동에 위치한 한 중화요리 음식점 아르바이트 면접에서 담당 매니저는 “무급노동이라고 하루 나와서 일단 시급 없이 일 배우고, 그 다음부터 2주 동안 수습이라 좀 적게 받아요.”라고 말했다. 사장이 개정된 법을 아는지 혹은 모르는지 알 수 없지만, 아직까지 그들에게 수습기간은 인건비를 지급하지 않고도 그 아르바이트를 고용할지 말지 결정할 수 있는 기간이다. 



우리는 알아도 몰라도 똑같다.

최저임금법은 분명 최저임금을 정확하게 지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임에도 불구하고 사장이 은근슬쩍 넘어가면 노동자들은 그저 조용히 주는 대로 받아야 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불합리에는 크게 세 가지 원인이 있는데, 첫 번째는 사장의 절대적인 권리인 ‘고용권’이다. 사용자 즉 사장은 면접에서 예비 노동자들에게 모종의 거래를 제안, 아니 요구한다. 실제로 사용자가 “(처음에는 최저임금이 아니지만) 잘 하면 그만큼 올려준다”고 말하거나 혹은 “너희 쓰지 않아도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은 많으니까 싫으면 말라”며 배짱을 부렸다는 증언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그러나 사실 학생 입장에서 그들의 요구를 무시하기는 쉽지 않다. 거리나 직종, 시간 등 이런 저런 것들을 고려해서 찾아 왔는데 결국 면접에서 떨어지면 수포가 되는 것이 아닌가. 이 때가 바로 ‘다른 아르바이트 구하느니 차라리 몇 백 원 덜 받고 하겠다.’는 학생들의 심리와 ‘몇 백 원 덜 주고 쓰겠다.’는 사장들의 심리가 교묘하게 일치하는 순간이다. 즉 사용자가 고용권한을 가지는 한, 그 앞에서 대놓고 최저임금을 달라고 소리치라는 말은 아르바이트를 구하려고 애쓰는 학생의 입장에서 배부른 소리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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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원인은 ‘권리의식의 부재’에 있다. 많은 학생들이 용돈벌이로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렇기 때문인지 최저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거나, 이제는 거의 적용할 수 없는 수습기간을 핑계로 임금을 덜 받았다는 것을 안다고 할지라도 “그냥 용돈벌인데 뭘 그렇게까지…”라거나 “pc방이나 편의점 등은 자기 시간도 많아서 굳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분명 최저임금을 법적으로 규정해야한다는 것에는 동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그것이 자신의 권리와 직결될 때에는 그 기준이 느슨해지는 것이다. 덕분에 노동자를 상대로 최저임금보다 적게 주거나 수습기간의 불법적 사용이 더욱 빈번하고 쉽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세 번째 원인은 ‘현실적 한계’에 있다. 절실하게 돈이 필요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경우라면, 불법 상황을 더욱 고발하기 힘들어진다. 첫 번째 요인으로 말한 고용권의 경우 면접에서 떨어뜨리는 것이기 때문에 고용된다면 크게 상관이 없다, 고용 이후라면 노동자가 고용노동부에 최저임금 미지급으로 신고를 한다고 하더라도 당연히 이를 근거로 해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실제로 신고를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항상 사장과 함께 일을 할 수도 있고, 간간히 나오더라도 눈총을 받을 수밖에 없는 불편한 상황에서 일을 함께하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닌 것이다.


현재 법규를 현실적으로 보완해야

최저임금이란 것은 말 그대로 일정 시간동안 일한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대가다. 법규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최저임금의 개념을 널리 알리고, 알면서 보장받지 못하거나 심지어는 원치 않는 사람에게도 이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이고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많은 학생들은 벌써 반년 전에 자신들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법이 개정되었음에도 불과하고 알지 못하거나 관심이 없는 실정이다.

ⓒ지식채널e '그 나라의 교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먼저 국가적 혹은 시민사회적으로 나서서 해야하는 일은 노동 및 최저임금과 관련된 법에 대한 홍보다. 예상과는 달리 법은 꽤나 노동자에게 유리하게 제정되어있다. 법만 제대로 알게 되더라도 신고를 통해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는 이러한 상황에서, 더욱 더 많은 고용인과 사용자가 해당 법규를 알게 해야하는 것은 기본이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과 임금에 대한 기초지식을 학교에서 교육시켜야한다. 학교는 사회로 나서기에 앞서 많은 것을 ‘예비 사회화’시키는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먹고살기 위해 필수적인 노동과 임금에 대해 그것을 어떻게 보장받아야하는지를 교육하지 않는다.

프랑스의 경우 ‘시민교육’이라는 교과서를 통해 어렸을 때부터 실제로 노사 간의 쟁점을 가지고 토론하고 수업을 받기 때문에, 실제로 사회에서 노동자로써 필요한 것들을 익히고 나올 수 있다. 물론 현 시점에서 빠르게 실행되어야 할 것은 노동과 임금문제에 대한 많은 홍보겠지만, 근본적으로 교육적 개편이 선행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 그것이 현재의 최저임금법이 말하는 바다. 그러나 그 권리가 정말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알지 못하고 보장받지 못한다면 권리를 직접 ‘알려주고 찾아 주는 것’ 또한 국가의 의무일 것이다. 보장 받는 자와 보장해주는 자의 협력이 필요한 때다.

 
* 2013년 1월부터 최저임금은 4580원에서 4860원으로 상승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