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버스 안 여기저기에 언제부턴가 노란색 안내문이 붙기 시작했다. 내용은 ‘버스가 정차한 후에 일어나세요. 정차 전 일어나 생긴 사고는 책임지지 않습니다’란 문구다. 같은 말이라도 어떤 버스에서는 문장 끝에 느낌표를 붙이거나 말 사이사이에 온점을 넣어 강조해 놓기도 한다. 무섭게 느껴질 정도다.

버스에 붙여진 안내문



이런 안내문은 정류장에 버스가 멈추기 전 일어난 손님들이 사고를 당하며 붙기 시작했다. 하지만 안내문이 암시하는 것처럼 
버스에서 미리 일어나지 않아도, 버스에서 잘 내릴 수 있을까?

최근 인천에 사는 박진경(가명·22)씨는 등굣길에 어이없는 장면을 목격했다. 아이를 업은 한 아이엄마가 벨을 눌렀지만 기사는 버스 정류장을 지나쳐버렸다. 아이엄마가 벨을 눌렀는데 정류장을 지나쳤다며 내려달라 기사에게 말했다. 기사에게서 돌아온 답변은 “벨을 누르고, 일어나지 않아서 지나쳤다”였다. 그 버스에서도 버스가 멈춘 후 일어나라는 안내문이 버젓이 붙어 있었다. 안내문과 상반되는 말이다. 미리 일어서지 않으면 내릴 수도 없다.

사람들이 버스에서 미리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차할 때도 버스카드를 찍어야하는 승객들에게 버스기사들이 주는 시간은 너무나 짧기 때문이다. 버스에서 내리기 위해서는 일어나서 문까지 가는 시간과 카드를 찍고 내리는 시간까지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버스는 정류장에서 문이 열리자마자 ‘삐-’소리를 내며 내리는 승객들의 발걸음을 재촉한다. 특히 일어나 걷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 노인들과 아이와 함께한 엄마들에게는 터무니없이 짧은 시간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승객들은 미리 일어나 뒷문에 모여서서 버스카드를 미리 찍고, 서서 기다린다.


이에 대해서 버스회사인 선진여객의 측은, “기본적으로 회사에서는 기사들에게 출발, 정지 할 때 모두 손님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줄 수 있게 정지하도록 교육한다. 그렇지 못한 기사들은 민원이 들어오면 개별교육을 시키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사들이 서둘러 버스를 출발시키는 이유는 “배차간격이 이유는 아니다. 그렇게 서두를 만큼 배차간격을 짠 회사는 없다. 빨리 들어와야 휴식을 더 많이 할 수 있기 때문에 생긴 기사들의 습관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붙어있는 안내문에 대해서는 “사고의 책임을 피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손님들에게도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한 용도로 인천버스조합에서 붙였다. 실제로도 버스가 멈추기도 전에 일어나는 손님들도 있다”라고 말했다.

버스 속 붙어있는 안내문은 버스가 멈추기 전 일어나지 말라고 말한다. 막상 버스기사들은 승객들에게는 그럴만한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는다. 안내문과 모순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버스에 탄 승객들은 안내문과 기사 둘 중 어느 장단에 맞춰야하는지 모르겠다. 일부 승객들도 안내문을 무시하고, 자신의 사정에 따라 급하게 일어난다. 그래서 사고가 일어나 다치게 되고, 자신과 함께 버스를 탄 승객들에게도 피해를 입힌다. 기사들에게는 자신이 모는 버스에 탄 승객들의 안전을 생각하는 태도가 요구된다. 승객들은 자신의 안전과, 함께 탄 사람들을 위해서 자신의 사소한 행동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TVN의 개그프로그램 <코미디 빅리그>의 유행어가 생각난다. "버스가 완전히 정차한 후에 일어나세요?" 진짜로?"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