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계가 시끄럽다. 인기 아이돌밴드 씨엔블루가 1세대 인디 밴드라 불리는 크라잉넛에 소송을 당했기 때문이다. 2월 12일, 김웅 대표(크라잉넛 소속사 드럭레코드)가 씨엔블루를 상대로 저작권, 저작인접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 어떻게 된 일일까.

2010년 6월 21일, 엠카운트다운 월드컵 응원 특별방송에서 씨엔블루가 출연해 크라잉넛의 ‘必殺offside(필살오프사이드)’를 불렀다. 같은 해 8월, 일본에서는 씨엔블루의 공연 영상을 짜깁기한 스페셜 DVD가 약 15000장 팔렸다. 문제는, 해당 방송(공연)에서 이들이 AR(all recorded)을 사용한 것. 크라잉넛의 노래를 그대로 틀어놓고 연주하는 시늉만 한 이 사건이 2년이 지난 뒤 소송으로 끝을 본 것이다.

벌어진 일만 놓고 보면 경악스럽다. 버젓한 밴드가 남의 노래를 틀고 공연을 한 뒤 수익까지 냈다니. 물론 사실 뒤에는 몇 가지 논쟁점이 있다. 씨엔블루 측은 엠넷의 해당 무대는 월드컵 특집을 위해 급하게 만들어졌고, 당시 신인이었기에 방송 제작진이 응원가를 요구했을 때 거절할 수 없었으며, 당시에는 AR인 줄 알지 못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DVD 발매(KBS미디어와 CJ E&M 공동 제작) 또한 씨엔블루 측과 사전 협의가 있었는지 유무가 명확하지 않다. 이에 대해 13일, 엠넷 관계자는 과실을 인정한다고 밝혔다(뉴스엔). 그런데 네티즌 사이에서는 “씨엔블루가 AR인 줄 몰랐다는 게 말이 되냐.”로 시작되는 비난부터 “크라잉넛 치사하네. 앨범 내야 하니 씨엔블루 이용해서 언론의 주목 받으려는 건가요? 돈이 급하신가요?” 같은 씨엔블루 옹호 발언까지, 말이 많다.


그러나 거센 논란의 핵심은 씨엔블루의 음악성도, 크라잉넛의 강자 논리여서도 안 된다. 음악성 문제는 엄밀히 말해 취향 차이이고, 강자를 운운하는 논리(어리고 경력 없는 아이돌을 볼모로 내세워 이득을 챙기려는 속셈이라 보는 것)는 음모론에 가깝다. 핵심은 바로 씨엔블루 측의 태도다. 당시 신인이었고, 무대에 오르는 것이 그들의 의지가 아니었다는 점까지 인정할 수 있다. 소속사에서 시켰을 수도, 방송사에서 강요했을 수도 있다. 그것은 분명히 고쳐져야 할 구조적인 문제다. 사건의 발단이자 최대 가해자는 거대 케이블 재벌과 소속사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씨엔블루가 무조건 피해자 행세를 할 수는 없다.

기획사의 힘에 방송과 음원유통사가 결탁한 구조에서 발생한 필연적인 결과이고, 씨엔블루는 그저 돈벌이로 놀아나는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AR을 사용한 사실을 당시에는 몰랐더라도, 김웅 대표가 엠카운트 방송 사건을 알게 된 2011년 가을부터 지금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그 동안 분명히 사태를 파악했을 텐데 이들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의지가 아니었다고 해도 벌어진 일을 ‘행한’ 주체는 씨엔블루다. 또한 엄연한 ‘인기’ 밴드가 그저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면 본인들 스스로 뮤지션이라는 자각도 없어지는 것인지 의문스러워진다. 크라잉넛 측에서 DVD 기획업체에서 보상을 받고도 씨엔블루에게 직접적인 책임을 재차 요구한 것이 그리 엉뚱해 보이지 않는다.

씨엔블루를 그저 불쌍한 피해자로 보거나, 스스로 “방송사에 책임을 묻겠다. 억울하다.”고 하는 모습에 눈살이 찌푸려진다. 시켜서 했고 고의는 아니니 억울하다는 논리는 정당한가. 본인들도 노래를 부르고 저작권을 지닌 가수의 입장에서 본다면 아무 책임 없다고 할 수 없다. 본인들의 무대가 아닌데 “비난 글 다 읽고 있을 텐데 지금 오빠들이 얼마나 상처받겠어......” 하며 감싸는 이들에게도 묻고 싶다. ‘악의적인’ 도둑질이 아니라면 그 도둑은 완전 무죄인지. 잘못은 잘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