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을극장에서 3월 26일, 27일 이틀간에 걸쳐 어마어마한 연극이 펼쳐졌다.

바로 성미산 마을극장에서 열린, ‘누가 대한민국 20대를 구원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연극이다. 극단 ‘드림플레이’가 펼친 이 연극은 연극 제목 그대로 대한민국 20대에 관한 연극이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20대에 관한 연극이라고 해서, 대한민국 20대만을 위한 연극인 것은 아니었다. 20대 뿐만 아니라 10대, 30대, 40대 등 다양한 세대들이 이 연극을 보기 위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 연극은 옴니버스 연극이어서 단 하나의 스토리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는 없지만 잠시 연극의 단면들을 엿보기로 하자.




  잔액이 부족합니다.

  ‘잔액이 부족합니다.’라는 소리와 함께 시작된 연극은 가장 먼저 등록금으로 인해 겪는 대학생들의 경제적 고통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선거철에 등록금을 해결하겠다고 뜨겁게 논의되었던 공약도 한때였다는 것을 보여주듯이 연극 속 20대들은 기성세대들의 무관심 혹은 냉소어린 시선을 온몸으로 받고 있었다. 등록금을 벌기 위해 각종 알바를 하는 20대들이 겪는 고난은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알바생들은 손님이 적은 시간의 임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강제로 휴식을 주고 그 시간에 대한 임금은 주지 않는 ‘꺾기’를 당하기 일쑤였다. 또 주유소에서는 알바생들을 한시도 앉지 못하게 하는 등 알바를 하는 이들의 건강은 뒤로 한 채 고용주에게 그저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 연극이 펼쳐진 무대


취업하고 싶어요.

20대들의 또 다른 고민이 ‘취업’이란 것을 반영하듯이 연극에서는 20대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허덕이는 현실을 집중 조명하였다. 연극 초반에 등장하는 대학생들은 전태일 평전을 읽기 보다는 영어 문제집을 붙잡고 있는 대학생으로 그려진다. 그 다음 장면에서는 한 술 더 떠 입사 면접에서 일어나는 각종 상황을 보여주었는데, 요즘 20대들이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학벌, 학점, 공인어학성적(혹은 어학연수), 성형, 인턴, 집안(부모님의 학력, 동산과 부동산의 규모)를 모두 완벽하게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른바 ‘취업 6종 세트’)을 신랄하게 꼬집고 있었다. 또한 간신히 비정규직으로 취업한 이들이 받는 시급은 카페에서 서빙을 하며 받는 시급보다 더 적은 시급이다. 이처럼 불안한 하루를 살아가는 20대들의 모습이 연극 안에서 여과 없이 표현되었다.

 


우린 대학생이잖아!

  현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20대들만 연극으로 그린 것이 아니라 현 20대들의 모습과 유신 세대, 386 세대들의 20대 시절을 비교한 장면도 연극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했다. 독재정권을 타도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학교 안에서까지 경찰들이 시퍼런 눈을 뜨고 학생들을 감시하는 상황 속이었지만 ‘우린 대학생이잖아!’라는 이 한 마디로 수업을 거부하고 취업을 걱정하지 않던 유신 세대와 386 세대들의 모습은 더 이상 현 시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연극의 마지막 장면은 배우들이 자신들이 타야 할 ‘20대 비정규직 지옥행’ 열차를 타지 않고 대신 그 열차의 입장 티켓을 찢는 것으로 끝이 난다. 티켓을 찢기 전 배우들이 촛불을 들며 20대 비례대표제나 20대들을 위한 시민단체를 만들자는 등의 20대 스스로가 행동하자는 사회적 대안을 제시한 점이 무엇보다 인상 깊다.
 


20대에 대한 생각들

  20대들이 겪는 고통이 더 이상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라는 의견에 따라 연극이 끝난 후에는 20대에 대한 토론이 벌어졌다. 20대에 대한 토론으로 규정지어서 그런지 처음 토론이 시작될 때 참여한 패널들은 20대들뿐이었지만, 점차 토론의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다양한 세대들이 토론에 참여하여 자신들의 생각을 표출하였다. ‘반드시 대학을 가야만 20대인 것인가’라고 반문하는 어느 고등학생의 목소리, ‘지금의 20대들을 대표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요?’라고 궁금해 하셨던 어느 아주머니의 목소리는 여전히 귀에 생생하다. 20대에 관한 이러한 의문점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우리로 하여금 더 많은 생각에 빠지게 하였다.

긴 연극의 제목만큼 여운도 길게 남는 연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