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지난 2월 14일 현행 간호조무사 제도를 폐지하고 간호인력체계를 3단계로 재편성하는 '간호인력 개편방향'을 발표하면서 간호계와 간호조무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보건의료학생연대 '매듭'은 지난 22일 서울대학교 간호대학에서 ‘보건복지부의 간호인력 개편방안과 그 문제점에 대한 강연 및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복지부의 개편안이 2년제 간호인력제도 신설과 경력상승체계를 통한 저임금 간호 인력의 대거 양상이라며, 의료의 질을 저하시키는 악순환 이라는 데에 의견이 모아졌다.



부족한 건 '간호사'가 아니라, ‘근무 중인’ 간호사
 
제주대학교 의료관리학 박형근 교수는 최근의 중소병원 간호사 구인난에 대해 전체 간호사 면허소지자 중 취업자 비율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을 지적했다.

박 교수는 “간호사를 못 구해 병원 문 닫을 판이라는 불평까지 나오는 실정”이라며 “전체 간호사 면허소지자 중 취업자 비율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기준 면허가 있으면서 일할 수 있는 간호사 28만2천여 명 중 활동하고 있는 인원은 14만 1천여 명으로 46%만이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충분히 일을 할 수 있는 간호 인력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간호 면허 인력의 54%가 병원을 가지 않는 것이다. 간호조무사의 경우 자격자수는 50만 명 중 활동하고 있는 인원은 11만 5천여 명으로 26.8%에 그쳤다.

박 교수는 “간호 인력 부족이 갑자기 생긴 문제가 아닌 것"이라며 "병원들은 고용확충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확충된 인력을 활용한 서비스 질 향상의 책임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2004년의 복지부 통계도 지금과 큰 차이가 없다. 간호사 부족 현상은 보건의료계의 고질적 문제였다. ⓒjoinsmsn


"간호사-조무간호사 함께 근무 환경 개선 요구해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본부 김혜정 간호사위원은 높은 업무 강도 때문에 간호사들이 병원을 떠나는 것도 병원 간호사 인력 부족의 주요 원인이라며 말을 이었다. 

김 위원은 “대형병원인 서울대병원만 하더라도 하루 평균 12시간에 달하는 근무시간과 3교대의 불규칙한 생활 때문에 5급 간호사의 평균 근속년수는 고작 1.7년밖에 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병원처럼 365일 24시간 내내 불이 켜진 곳에서 간호사의 교대근무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간호사들이 3교대 근무는 육체적 피로와 생활리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koreahealthlog


간호사 인턴을 하고 있다는 김모씨(23, 간호대 4학년)는 선배 간호사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이야기 하며 병원을 나가는 간호사들이 이해된다고 했다. “간호사 한명이 환자 15명, 20명을 담당하고 있어요. 저희병원 간호사의 열에 셋은 근무시간 중에 밥을 굶는 것 같아요. 화장실을 못가는 간호사, 물도 못 마시는 건 별 것도 아니죠.”

지난 2012년 병원간호사회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간호사 사직률은 16.8% 이다. 낮게는 5%부터 높게는 30% 정도 되는 병원도 있다. 타 직장으로의 이직, 결혼, 출산 및 육아, 업무 부적응이 이직의 주요 원인이었다.

의무관으로 근무중인 조모씨(28)는 간호 인력부족의 해결책은 자격자를 더 늘리는 것이 아니라, 힘들게 면허를 딴 간호사들이 병원에서 일하지 않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의무관은 "조무사가 간호사가 됐다고 하더라도.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근무조건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간호사 면허증을 가진 사람은 늘어났지만 오래 간호사 일을 하지 않는 것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간호 인력부족은 해결되지 않을 것" 이라며 "악순환의 고리는 그대로인 셈"이라 말했다.



"간호 인력 개편 문제는 철저하게 의료 질에 기초해야"

이에 대해 김 위원은 병원 간호현장에서 2년마다 회전문으로 나가는 간호사 현실은 사실상 비정규직과 다를 바 없으며 복지부의 개편안은 이를 더욱 심화 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병원에서 간호인력은 병원인력의 35%, 혹은 40% 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간호사 인력의 인건비 절감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한 위치”에 있다며 “요즘 대병원의 간호인력 정책은 고호봉, 고임금간호사들을 내보내고 저임금간호사, 저년차 간호사로 채우면서 간호사 총인건비를 절감시키는 병원정책을 사용 합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복지부의 개편안 발표 이후, 2년제 1급 실무간호인력이 양성될 경우 중소병원은 정규 간호사를 채용하기보다 1급 실무간호인력을 채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수익성 제고를 위해 정규 간호사 채용보다 값싼 인력 채용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조 의무관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는 것에도 우려를 표했다. 간호 인력 부족현상은 두 직종이 대립하며 해결할 것이 아니라 같은 병원 근로자로써 근무 환경의 개선과 그에 맞는 대우를 얻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의무관은 “의료 업무라는 것은 지속적인 연속성을 가지기 때문에 칼로 무 자르듯이 잘라서 직능들끼리 나눠 가지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현재 법적으로 나눠진 업무도 지나친 근무 강도 때문에 필요한 교육을 충분히 받지 않은 직능에게 강제로 떠넘겨지는 상황에서 병원노동자간 갈등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갈등은 결국 전체적인 간호 인력의 근무 조건을 악화시키고 의료의 질을 떨어뜨릴 것입니다.” 

ⓒ충남대학교병원


지난해 대학병원에서 8개월간 근무를 했던 이 모씨(28, 간호대 4학년)는 “간호 인력의 개편 문제는 철저하게 환자의 필요에 기초해야 합니다. 서비스의 질 저하 문제를 발생할 수 있고, 사회적 비용만 발생할 수 있는 개편안이라 한다면 일부 이익집단 또는 이해집단의 요구 때문에 제도 개편을 시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복지부의 개편안을 반대하는 것이 간호조무사의 경력 상승 기회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단, 지금과 같이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생기는 간호인력 부족현상과 결이 다른 문제이므로 해결이 아닌 갈등을 조장한다고 설명했다.

 “충분히 간호사 자격이 있는 간호조무사에게 기회를 주자는 건 반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복지부의 개편안은 별다른 이점도 없이 직능 간 갈등을 조장시키기만 하는 경력 상승 체계입니다. 현재 병원에서 각 직능간의 역할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서 많은 문제점들을 낳는 상황에서 복지부의 개편안은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