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20대가 정치에 관심이 없고 정치혐오증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왜 20대가 정치에 무관심해졌는지 분석도 이루어진다. 하지만 한 편에는 열성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20대가 존재한다. 바로 20대 당원이다. 그 중에서도 대전에서 활동하는 20대 당원들을 차례로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여섯 번째 순서는 녹색당 당원인 이유진(23)씨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카이스트 전산학과 학부생 이유진입니다. 녹색당에서는 원래 평당원이었는데, 올해 초 대의원대회에서 추첨을 통해 운 좋게 대전 대의원이 됐습니다.




Q. 녹색당에는 어떻게 가입하게 되셨나요?

예전부터 생태 문제, 그 중에서도 동물권 문제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러다 여러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시는 고등학교 선배 한 분이 녹색당에서 활동하시는 걸 알게 됐어요. 그 선배의 활동을 보며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당원으로서 동물권에 대해 고민한다면, 제 고민을 현실에 반영시키는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생각으로 작년 총선 때 쯤 녹색당에 당원으로 가입했습니다.


Q. 그렇다면 생태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2011년 3월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원자력발전소 사고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동물에는 원래 관심이 많았어요. 워낙 동물을 좋아하다보니깐 길고양이 문제에도 관심을 가졌고요. 하지만 다른 생태 문제에는 관심이 많지 않았습니다. 후쿠시마 사고 이전에는 전기 수요가 있으니깐 원자력발전이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후쿠시마 사고를 접하며 생각이 달라진 거죠. 원자력발전이 원료 가격은 싸지만, 사고가 일어났을 때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다는 것을 실감했어요. 원자력발전이 폐기물 문제를 비롯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엄청난데 과연 저렴한 발전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생태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더라고요.


Q. 녹색당에 가입하신 후에는 주로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개나소나’라는 동물권 의제 모임에서 주로 활동했어요. ‘개나소나’에는 동물복지 인증제도, 윤리적인 축산업, 길고양이 문제 등 여러 동물권 이슈에 관심을 두시는 분들이 많아요. 제가 지역의 길고양이 문제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개나소나’에 보탤 수 있는 힘이 있지 않을까 해서 참여했어요. 수도권에 거주하는 당원이 많다보니 오프라인 모임에 참여하기는 어려워서 주로 온라인으로 활동했어요. 방학 때 한 번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해봤는데, 길고양이 문제에 관심 있으신 분들이 모여서 재밌는 자리를 가졌어요. 그리고 녹색당에 가입한 후에 채식을 시작하기도 했어요.


Q. 채식에도 종류가 많던데 어떤 채식을 하고 계신가요?

고기를 먹지 않는 페스코 채식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축산업이 동물 복지와는 거리가 멀어요. 비윤리적으로 길러진 동물의 고기를 섭취하는 게 정당할까에 대한 고민으로 페스코 채식을 하게 됐어요. 요새는 생선도 먹지 않는 채식을 해보려 하고 있어요. ‘육식의 종말’, ‘동물을 먹는 것에 대하여’ 같은 책을 읽으며 고기를 먹는 것에는 문제를 느낀 반면 상대적으로 생선에 대해선 무지했어요. 그런데 얼마 전에 참치를 잡는 과정에 대해 알게 됐어요. 생각보다 문제가 많더라고요. 대형 참치회사에서 집어 장치를 이용해서 해양 자원을 싹쓸이 하는 식이라 해양 생태가 황폐화되고 있다고 해요.


Q. 정당 안에서 나이가 어린 20대여서 겪는 불편함 같은 건 없었나요?

정당 안에서는 불편함이 전혀 없었어요. 녹색당에서는 소수자를 많이 배려해줘요. 대의원대회에서도 장애인, 청소년, 성소수자에게 따로 쿼터를 줘서 대의원을 뽑았어요. 이렇듯 소수자들을 동등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무의식적으로 소수자에게 행하는 폭력을 줄이자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한국 사회가 아직 경직되어 있다 보니깐, 정당 바깥에서는 나이가 어리고 여자라는 것에 대한 편견을 느낀 적이 있어요.


Q. 정당 활동을 하며 정치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셨나요?

정당 가입을 계기로 정치 문제에도 조금씩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예전엔 뉴스 헤드라인만 아는 정도였어요. 여전히 정치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어요.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정치가 우리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정말 많아요. 정치에 관심을 가지면 사회의 부조리한 면을 바꿀 수도 있고요. 어찌 보면 정치에 무관심한 건 무책임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관심사가 좁은 편인데 다른 당원들은 노동, 인권 등 여러 문제에 관심을 두고 계세요. 녹색당에서 올라오는 게시물이나 다른 당원들이 공감하시는 문제를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사가 넓어지고 있어요.


Q. 그러면 20대가 정치에 관심을 가지면서, 해야 하는 역할이 있다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좀 더 적극적으로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해요. 뉴스를 보면서 화를 내기 보다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서 목소리를 내야 불만스러운 환경을 바꿀 수 있어요. 아무래도 활발히 참여하는 유권자 층의 목소리가 정책에 더 빨리 반영됩니다. 20대에게 가장 화두인 문제가 일자리 문제인데요.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려면 유권자로서 참여함과 동시에 정책을 만드는데도 참여해야 합니다.


Q. 그런데 많은 20대가 정치에 별 관심이 없고 정치 혐오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무관심과 정치 혐오증은 좀 다르다고 생각해요. 정치를 혐오하고 반대하는 이유는 자기 의견이 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단순한 반대가 아닌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해요. 그런데 20대가 진지하게 의견을 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 아쉬워요. 또한 20대 스스로가 정치 현안의 주인공이라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정치는 사회 경험이 많은 사람이 하는 것이라 생각하거나, 정치를 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더라고요.


Q.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20대는 굉장히 적은데요. 그나마도 적은 수의 20대가 정당 별로 나뉘어 따로 활동을 합니다. 20대 투표 독려, 등록금 문제 등 20대와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는 정당에 상관없이 협력하면 더 효과적일 것 같은데요.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정당을 초월해서 세대의 공감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런데 상충하는 의견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것부터가 쉽지 않아요. 20대 문제에 대해 인식을 같이한다 해도, 생각하는 해결 방법은 조금씩 다르고요. 한편으로는 정당 활동을 하는 20대가 적을뿐더러, 자신이 어느 정당에 가입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적기 때문에 정당을 초월해서 모이기가 쉽지 않아요.


Q. 수도권 집중 현상은 정치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전에서 정치를 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요. 대전에서 정치 활동을 한다는 게 어떤가요?

일단 당원 수가 정말 적어요. 분위기도 아직 물이 끓는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고요. 외지인이 많은 대전의 특성이 걸림돌 같기도 해요. 저도 그렇지만 학교나 직장 때문에 대전으로 오신 분들이 많습니다. 스스로 대전 사람이라는 인식이 적다 보니깐 더 어려운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동시대를 살아가는 20대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정치에는 정말 다양한 분야가 있어요. 경제, 노동, 주거 문제도 중요하지만 생태, 소수자, 인권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 중에서도 생태 문제에 가장 관심이 많아요. 20대는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사람들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위해서, 혹은 후손들을 위해서 생태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