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아시아 하청 공장에서 여성 노동자에 대한 착취가 이루어지고 있다. 8월 7일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삼성전자 사례로 본 전자산업 하청 노동권 실태” 토론회에서 삼성의 아시아 하청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 인권 실태에 대한 조명이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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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 공장, 여성 차별 지역에 선택적 진출

노동자운동연구소의 이유미 연구원은 “하청 공장의 해외 진출 과정에서 여성 차별 이데올로기가 적극적으로 활용 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폭스콘과 같은 EMS 업체들은 여성에 대한 차별이 심한 지역에 선택적으로 진출한다”고 설명했다. 여성 노동자에게 저임금을 정당화하기 쉽고 이에 대한 해당 국가의 법적 제재가 약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제민주연대의 나현필 사무차장의 “삼성의 아시아 지역 공장 실태”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베트남의 Yen Phong 지역에 위치한 삼성 하청 공장은 18000명의 노동자의 80%가 15~25세 여성 노동자이다. 인도네시아 삼성 공장의 경우 2800명의 노동자 중 약 80%가 20~25세의 여성이다. 중국 톈진 소재의 Tianjin Samsung Electronics 외 4개 공장에선 16~24세의 여성만 지원을 할 수 있다.

삼성의 아시아 하청 공장의 여성 차별 이데올로기 하에서 여성 노동자는 건강권을 침해받고 있다. 나 사무차장은 삼성의 베트남 하청 공장의 여성 노동자 중 5000여 명이 일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간 사례를 언급했다. 2012년 초 삼성 하청 공장에서 집단 유산한 사례가 있어 삼성에서 일하면 아이를 못 낳는다는 소문이 퍼졌기 때문이다.

여성 노동자의 저임금 노동 착취 역시 문제이다. 나 사무차장은 여성 노동자가 대다수를 이루는 아시아 삼성 하청 공장들의 임금 지급 실태를 설명했다. 중국 톈진 소재 삼성 공장의 노동시간은 주간조의 경우 오전 8시부터 밤 8시까지이다. 이 중 휴식 시간은 식사 시간을 포함해 2시간인데 임금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핸드폰을 조립하는 베트남 삼성 공장 역시 여성 노동자의 월급은 월 175 동 수준이나 물가 상승 속도에 미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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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태 조사, 책임 소재 입증,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실정

아시아 여성 하청 노동자의 인권 실태를 조사하기엔 현실적 어려움이 따른다. 나 사무차장은 연구를 통해 "직업병 유무에 대한 조사를 시도하지만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2년이 안 되어 직장을 옮기며 핸드폰 번호를 바꿔 추적이 어렵다. 또한 해당 국가가 정보를 드러내지 않아 접근이 쉽지 않다. "고 밝혔다. 베트남 하청 공장에서 발생한 집단 유산 사건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곳을 알려달라는 요청에도 “아직 내부 조사가 진행 중이다”라고 답해 문제 제기가 쉽지 않음을 드러냈다. 

토론회는 삼성의 책임 소재 입증이 분명하지 않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하청 업체를 둔다는 것 자체가 생산뿐만 아니라 내부 리스크 자체를 외주화 하는 것이다. 삼성 입장에선 여성 노동자의 인권 문제를 자신들의 책임이 아닌 아시아 하청 업체의 책임이라고 말하면 문제를 쉽게 마무리할 수 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공유정옥 연구원은 “삼성의 직접적 책임을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이 없냐”는 질문에 “사람이 일을 하다가 희생당하면 안 된다는 보편의 가치에 대한 답을 진지하게 묻는데서 출발해야 한다”라는 다소 원론적인 대답을 들려주었다. 이어 “누가 몇 번을 위반했느냐를 따지고 양적으로 접근하기보다 질문을 먼저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책임을 물을 대상이 명확하지 않다면 하청 노동자의 인권 현실은 그들의 고통 호소에도 불구하고 미결 상태로 남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들었다. 

삼성의 아시아 하청 공장의 여성 노동자 문제가 공론화는 미진한 상태이다. 나 사무차장은 “여성 노동자 문제는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곳에서나 발생하는 문제이다”라고 말하며 “현상만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는 힘들다”라고 말했다. “별도의 증거들을 모아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반적으로 소송을 준비해 나가는 것이 핵심이다“라고 말하며 토론회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