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홍대 걷고싶은 거리에서 가수 안영석씨의 ‘이씨, 니가 시키는 대로 다할 줄 아나’가 들려왔다. 노래의 가사처럼 “(회사 사장은) 지 살돈 챙겨갖고 도망치고” 남겨진 콜트악기․콜텍 기타노동자들의 노래였다. 이날 홍대 걷고싶은 거리에서는 2007년 4월 부당하게 정리해고를 당한 후 7년째 복직투쟁을 하고 있는 콜트악기·콜트 노동자들과 인디뮤지션들이 개최한 음악 페스티벌 ‘콜트불바다’가 열렸다.

「니 맘대로 다 시키고 니 맘대로 일 끝내도 참았는데
월급날을 기다리며 하루하루 다져가며 버텼는데
회사 사정 어렵다고 임금체불 밥 먹듯이 해대더니
지 살돈 챙겨 갖고 도망치고 어딜 갔냐 씨발놈아”
이씨 니가 시키는 대로 내가 다 할 줄 아나
이씨 니가 시키는 대로 내가 당할 줄 아나
(중략)
내 몸으로 일을 하고 남들처럼 살려는 게 욕심인가
치사하게 세금 걷고 대책 없다 말하는 게 대책인가
힘 있으면 보호받고 힘 없으면 무시해도 되는 건가
더러워서 못 살겠다 치사해서 못 살겠다 못 참겠다」

연영석 <이씨, 니가 시키는 대로 내가 다 할 줄 아나>

콜트악기·콜텍 노동자들은 7년째 지난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1996년부터 10년간 순이익 누적액이 170억원을 기록했던 콜트악기·콜텍은 2007년 4월 대전 콜텍 공장 노동자 89명과 콜트악기 노동자 39명을 정리해고 했다. 2006년 한 해 8억5천만원의 당기순손실을 봤다는 것이 사측의 정리해고 사유였다. 부당한 정리해고에 노동자들은 천막 농성에 돌입했고 한강 송전탑에서 고공단식농성을 벌였다. 하지만 사측은 2008년 8월 공장을 폐쇄하고 중국과 인도네시아로 공장을 이전했다. 지난해 2월 대법원은 "해고를 해야 할 정도로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없었다"는 원심을 확정, 노동자들의 부당해고를 인정했다. 기타를 다시 만들기 위한 노동자들의 투쟁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사측은 대법원 판결에 따른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했고 "국내에 공장이 없어 복직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노동자들에게 다시 한 번 정리해고 통보를 했다. 올해 2월 콜트·콜텍악기 노동자들의 점거농성장으로 수년째 사용되고 있는 부평공장에 대해 강제집행을 단행했다. 이에 굴하지 않고 노동자들은 천막농성, 매주 목요일 등촌동 콜트콜텍 앞, 매주 금요일 유랑문화제를 통해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점겅농성장에서 강제 연행되는 해고노동자 ⓒ연합뉴스


해고노동자들과 뮤지션들은 시민들과 함께 ‘콜트불바다’라는 공연을 통해 홍대를 연대의 불바다로 만들었다. ‘콜트불바다’는 노동과 음악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는 콜트에 대한 분노를 표현하고 있다. ‘우리가 진짜 콜트다’라는 슬로건을 걸고 페스티벌을 개최한 콜트콜텍 공동행동 박선영씨는 “나쁜기업 콜트악기 불매운동을 시민들께 제안하기 위해 콜트불바다를 기획했다. 노동자들을 부당하게 공장에서 밀어내고 해외에서 생산이 되고 있는 질 낮은 콜트악기가 진짜 콜트가 아니라 여기에서 노동과 음악의 가치를 존중하며 기타를 사랑하는 콜트해고노동자들과 여기 모인 사람들이 ‘진짜 콜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후원으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락페스티벌 입장료가 10만원을 호가하는 가운데 ‘콜트불바다’는 콜트악기·콜텍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텀블벅을 통해 십시일반 마련한 기금으로 직접 개최했고 모든 사람들이 공연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또한 기존의 락페스티벌들이 유흥에 목적을 두고있는 것과는 다르게 ‘콜트불바다’는 시민들에게 노동과 음악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박 씨는 “음악페스티벌이 많이 상업화 된 것이 사실이다.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에 관계된 사람으로서 기존 락페스티벌에서는 악기를 만드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노동하는 노동자들이 배제되는 현실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뮤지션들과 악기노동자들의 삶은 같은 선상에 있다. 뮤지션들은 홍대가 상업화되며 지대가 높아지면서 길거리로 나왔고고 노동자들은 공장에서 자본의 논리에 의해 쫓겨난 것이다. 우리는 콜트악기·콜텍 문제에서 나아가 이러한 자본의 논리에 저항하고 있다”고 말했다.

'콜트불바다' 빅베이비드라이버 공연중 ⓒ고함20 기로기


이 날 공연은 새마을 식당 앞 무대와 나루수산 무대에서 진행됐다. 콜트콜텍 기타노동자 밴드, 얄개들, 곽푸른하늘, 회기동단편선, 씨없는 수박 김대중 등이 공연에 참여했다. 공연에 참여한 인디 뮤지션 빅베이비드라이버씨는 “콜트악기·콜텍 해고노동자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흔쾌히 공연에 참여했다. 해고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한다. 이러한 현실을 모르는 시민들에게 좀 더 알리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SNS로 오늘 행사를 홍보했다”고 말했다.

공연을 관람한 김미연씨는 “일반 락페스티벌같은 경우는 자본이 많이 투입되서 일반 시민이 접근하기 어려웠는데 콜트불바다같은 경우는 거대 자본의 도움없이 텀블벅을 통해 개최한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하고 일반 시민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어서 좋다. 콜트악기·콜텍 노동자들의 투쟁 과정에 대해서는 잘 몰랐는데 ‘콜트불바다’를 통해 알 수 있게 됐고 오랫동안 싸움이 이어져왔는데도 이렇게 연대할 수 있는 힘이 있는게 놀랍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