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4일, <국민TV> 사무실을 방문 취재했다. (관련기사 -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 방문기 http://goham20.com/3181)

당일 취재 중 김용민 라디오 책임 PD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는 크게 <국민TV>,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 그리고 20대에 대한 세 가지 테마로 나누어 진행했다.

김용민 PD는 국민TV의 인기요인으로 '실질적 공정성'을 꼽았다. 조합원이 3만 명 이상이 되면 영상 방송을 시작해 "주인 없는 언론의 성공모델이 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국민TV와 나꼼수의 관계에 대해서는 "물리적 연결성은 없지만 나꼼수를 통해 나타난 국민의 열망과 가능성은 공유한다"고 답했다. 나꼼수 시즌2 공약과 관련해서는 "정치적 메시지가 있는 말이었다"면서도 "십만 촛불이 모이면 화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대 관련 질문에는 '20대 개새끼론' 보다는 '상대평가 개새끼론'이 더 설득력 있는 이야기였다고 자평하며 "20대는 과제가 많다. 경쟁 패러다임 구조를 깨야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PD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김용민 PD의 트위터 프로필 사진 ⓒ 김용민 트위터


-팟캐스트 포탈 사이트인 팟빵(http://www.podbbang.com/)의 팟캐스트 순위를 보면 상위권에 국민TV 방송이 다수 랭크되어 있다. 인기의 비결이 있다면?

(웃음) 민망하다. 차트에 많이 오른다는 것이, 인기 있는 프로가 좋은 프로인지는 따로 논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라디오 피디로 생산자의 필요를 좇기보다는 소비자들의 필요에 기초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다. 그렇다고 '대중 추수주의'가 아니라 이 시점에 꼭 우리가 알아야 할 논제가 무엇인지를 지성과 대중의 중간에서 잘 간파해 그 이슈를 만들어 내는 거다. 이 프로그램들은 정치평론 중심으로 하되 남들이 안 하는 메시지 중심으로 이야기한다.

보통 공정이라고 하면 중립을 생각한다. 좌하고 우 딱 중간.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런 식의 기계적 중립이 우리나라 저널리즘을 다 망쳤다고 생각한다. 5.18 광주항쟁을 예로 들어보자 ‘시민군 의견 반, 진압군 의견 반’ 기계적 공정에 따르면 이게 공정하다. 그런 건 개나 갖다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KBS>, <MBC>가 이야기하는 중립은 이런 거다. 지금 KBS, MBC가 국정원에 의한 댓글 선거를 어떻게 중립보도를 하나. ‘야당의 문제 제기, 여당의 반박’ 이거다. ‘시시비비’ 기능이 사라진 언론은 우리 사회를 공정하게 이끌 수가 없다. (기계적 중립이 아닌)‘실질적 공정성’이 필요하다. 실질적 공정성이라는 것이 언론들이 지레 결론을 내려 그걸 대중에게 주입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가 않다. 대중은 똑똑하다. ‘국정원 선거부정’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 아무도 없을 거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기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만 자기들의 필요에 의해서 이걸 정쟁화하려는, 감추려고 하는, 국면전환을 하려는 술수만 있을 뿐이다. 옳고 그름에 대한 간별, 결론, 판단은 이미 다 내려졌다고 판단한다.


실질적 공정성은 옳고 그름과 시시비비를 이야기 하는 것


-기계적 중립이 아닌 실질적 공정성이 중요하다면 그 기준은 무엇인가?

대중의 집단지성에 기초해서 결론이 내려지면 그 결론에 맞게 이야기를 하는 거다. 옳고 그름, 시시비비를 이야기하는 것이 ‘실질적 공정’이라고 생각한다. 시시비비 없이 기계적 중립만 추구한다는 것은 시민군 의견 반, 진압군 의견 반. 이렇게 가는 거다. 옳고 그름에 대한 이야기를 분명하게 다뤄야 한다. 언론이 추구하는 ‘시시비비’의 기능을 포기한 사람이 언론인이 되면 중학생을 데려다가 대신 시켜도 된다. 

-팟캐스트 청취율이 얼마나 되나?

팟캐스트 방송의 청취율은 큰 의미가 없다. 팟캐스트 방송은 어느 한 시점에 나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계속 축적되기 때문이다. 나꼼수도 처음에는 다운로드 횟수가 적었다. 오래된 에피소드부터 다운로드 수가 점점 늘어나면서 나중에는 천만 단위까지 상향평준화가 됐다. 그래서 청취율이 얼마냐는 이야기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별로 안 듣다가도 어떤 인물이 유명해진다든지, 어느 사건을 계기로 주목 받는 팟캐스트가 된다면 폭발적 성원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 예로 <나비효과>라는 팟캐스트 드라마가 있다. 내가 쓴 <한국 종교가 창피하다>라는 책이 <나비효과>의 내용을 토대로 한 것인데, 얼마 전 조희준, 차영 사건이 터지고 내가 쓴 책에 대한 관심과 함께 <나비효과>의 순위까지 팍 뛰었다. 물론, 그 사건과 책은 상관이 없다고 늘 얘기하고 있는데….(웃음) 결국,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만 확보된다면 누적 다운로드 수는 매번 바뀌기 때문에 순위로만 간접적으로 인기를 알 수 있는 것이다.
 

김용민 PD의 신간 <한국 종교가 창피하다>의 표지


-조합원이 3만 명이 되면 방송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연합뉴스>의 TV방송인 <뉴스Y>의 경우에는 납입자본만 600억이 들었다고 한다. 국민TV 방송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규모에 맞게 방송을 하면 3만 명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방송에 대해 노하우도 없고 바탕도 없고 할 때는 소요자본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과다지출이 돼도 과다한 건지 아닌지도 감별도 안 된다. 그런 상황을 피할 방법을 찾다 보면 3만 조합원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조합비에 광고비를 더해 운영비를 충당할 것이다. 공정한 보도를 한다면 충분한 광고 시장이 있다고 본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TV뉴스를 하는 채널이 15개 정도인데, 15개가 한 관점만 보도한다. 완전히 다른 관점으로 뉴스를 만들게 된다면 주목도는 높아지게 될 것이고 광고에 대한 요청도 계속 들어오게 될 것이다. 방송경험을 20년 해 본 사람으로서 되는 시장이라 판단하고 있다.

-국민TV의 최종 목표는 TV방송이다. 현재 방송을 위해 조합원 모집 외에 따로 준비하는 것이 있나?

현재는 라디오 하기 바쁘다. 개인적으로 구상하는 것들은 있다. 오프라인 매체로까지 진출하고 조합원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홈쇼핑이나 과외 형태 등의 부가 채널을 생각하고 있다. 조합원들이 그 안에서 자기들끼리 상품을 교환하고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는 형태이다. 이런 부가채널은 조합원들에게만 제공되는 채널이 될 거다. 하지만 기타 방송, 특히 뉴스의 경우에는 모두에게 공개할 생각이다. 셋톱박스를 통한 TV방송 이외에도 스마트폰, PC, 태블릿피시, 인터넷 포탈 등을 통해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뉴스의 확장성과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주인 없는 모든 언론과 연대 통해
주인 없는 언론의 대표적 성공모델이 되고 싶다.


-국민TV를 통해 이루고 싶은 최종적 목표가 무엇인가?

지금은 과도기적인 성격이 있다. 일종의 전시상태다. 언론이 완전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보니 대안언론이 시급히 응급처치를 해야 할 기능이 있고 기성언론에서 싸우다 쫓겨난 사람을 백업해 주는 기능도 해야 한다. 만약 평시상태, 모든 언론이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 활동할 수 있을 때에는 주인 없는 언론의 대표적 성공모델이 되고 싶다. 그것이 국민TV 성공의 척도가 되리라 생각한다.

최근에 <한국일보>가 사주 없는 신문이 됐다. 고무적인 일이다. 98년에는 <경향신문>이 사주 없는 신문이 됐다. 사주가 있고 없음의 차이는 확연하다. 참여정부 때 KBS, MBC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인이길 포기했다. 그때 당시 언론이 가장 빛났다. 하지만 MB와 박근혜라는 사주가 등장하면서 신문방송이 망가졌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주인 없는 언론의 모델이긴 한데, 시장에서 1등을 못해서 그런지 성공모델로 보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이 한계다. 주인 없는 언론이 가장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국민TV의 최종목표라고 생각한다. 사실 국민TV의 경우에는 주인이 없다 라기 보다는 모두가 주인인 신문방송이어야 할 거다. 그런 시도가 언론사 쪽으로는 필요하지 않겠나. 주인 없는 모든 언론과의 연대를 통해 이루겠다. 

이런 언론이 건강하다는 건 모두가 다 안다. 건강한 정도가 아니라 오래도록 유지될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된다. 주인 없는 회사가 주는 지속성에 대한 회의가 많은 것 같다. 여러 문제가 많음에도 종편에 취직을 원하는 20대가 많고 손석희 씨도 종편으로 가는 걸 보면…, 안타까운 일이다. 성공모델을 보여줄 필요가 있겠다.
 
-대안언론의 틀로 협동조합을 택했다. 협동조합이기에 생기는 차별적 장단점이 있다면?

장점은 망하기 쉽지 않다는 것. 단점은 잘 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의사결정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에 뭘 하려고 해도 효율성이 떨어진다. 여러 사람이 뜻을 모아서 가기 때문에 돌다리를 두드려보고 가다 보니 무리한 짓을 못한다. 망하긴 쉽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히트를 치기 보다는 "오래 지속하는 것이 필요하다." "오래 지속하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이야기하는데 꼭 그렇게 말할 수만도 없다고 본다. 건강성을 유지하고 지속해야 좋은 것이지 그냥 유지만 해서는 소용없다. 사실 계속 유지하는 신문은 굉장히 많다. <국민일보>, <세계일보> 등. 하지만 그게 성공하는 건 아니다. 우리 방송 신문들이 유지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존재 가치를 위해서 존재해야 한다. 존재 가치가 있으면서, 건강하면서, 성공하는, 그런 매체가 되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한다.


나꼼수 현상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
국민TV는 자발적 운동


-나꼼수가 유명한 탓에 국민TV와 나꼼수가 무슨 관계인지 묻는 사람들이 많다.

말로 해명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국민TV 프로그램의 성격으로 나꼼수를 잊게 해야 할 것 같다. (나꼼수와의 관계를) 부정한다든지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꼼수의 동력으로 뭘 한다.’는 생각은 기본적으로 나꼼수 현상 자체를 너무 팬덤으로 보는 사람들의 시각이라고 생각한다. 나꼼수 현상이라는 것은 언론의 부재, 야당의 부재에서 시작된 것이고 그런 역할들을 나꼼수에서 한다고 생각을 하니 사람들이 나꼼수를 지지해준 거다. 그런데 그걸 팬덤으로 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야 ‘프레임웍’을 짜서 외연 확대를 못하게 하는, 이것이 바로 김어준 총수가 말한 국공합작이었다. 보수 대 진보의 프레임이다. 나꼼수 출연에 불편해하는 사람들은 이것을 ‘팬덤현상’, ‘광기 어린’, ‘자기들만의’, ‘저질’, ‘선동’ 등 이런 걸로 몰고 싶었던 것들이 있다. 하지만 나꼼수 지지자들의 수준과 관심이 그런 수준의 것이었다고는 생각 않는다. 물론 이분들이 과할 정도로 지지를 해주시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동전의 양면으로 봐야 한다. 현 정치에 대한 불만의 강도가 나꼼수에 대한 지지의 강도와 같은 것으로 표출된 것이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팬덤이 아니다. 국민TV 운동도 제가 참여함으로 나꼼수의 인기로 이어가려고 한다 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대선 직후에 국민TV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그때 국민TV라는 이름도 정해졌다. 자발적으로 물밑에서 이루어진 운동이다. 그 운동에 나도 지지를 하고 참여했을 따름이다. 
 
작년 12월 16일 밤 경찰 발표 이후, 다음날 모든 언론이 경찰의 ‘워딩’을 깔았다. 3차 토론에서 박근혜가 죽 쑨 것은 사라졌다. 유일하게 경찰 발표가 잘못됐다고 한 건 경향신문 인터넷판이 유일했다. 언론의 시시비비 기능이 상실되고 권력의 요구대로, 집권당의 요구대로 장악된 구조에서는 답이 없다. 그런 판단 하에 시작된 것이 국민TV 운동이다. 국민들이 나꼼수를 지지했던 것이 규모가 있고 사옥이 있고 취재인력이 있고 그런 것이 아니다. 단 4명이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 언론의 한 축을 이룰 수 있었다면, 공정뉴스를 통해 이루어진 국민TV라면 케이블, IPTV, 지상파가 아니더라도 강력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나꼼수와의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나꼼수가 가능성을 보여줬기에 시작할 수 있었다는 말인가?

그렇다. 가능성이 기반이고 나꼼수를 지지했던 민심의 소재가 국민TV 운동을 만들어냈던 거고 나는 그 운동에 동의해서 동참하는 거다. 내가 참여했다고 다 나꼼수의 잔재라면 그건 말이 안 된다. 그야말로 음험한 의도로 국민TV 운동을 폄훼하려는 거라고 본다. 솔직히 말해 난 국민TV의 일개 피디다. 협동조합은 경영진과 직원이 확 갈려있다. 난 경영진이 아니다. 직원이다. 노동자다. 내가 세운 회사다? 내 지분이 있다? 내가 주도한다? 이런 말 없애려고 협동조합 형태를 채택했던 거다. 2만 명의 조합원이 명실상부한 주인이다.

국민TV는 나꼼수를 지지했던 국민의 여망과 그 국민의 여망을 힘입어 언론의 한 축으로 자리할 수 있었던 나꼼수의 가능성, 그 토대 위에 섰을 뿐이다. 그런 차원에서 연관이 있을 뿐, 나꼼수와 국민TV는 물리적 관계가 없다.


나꼼수 시즌2 공약은 정치적 메시지
하지만 십만 모이면 화답할 것


-촛불집회에 10만 명이 모이면 나꼼수 시즌2를 하겠다고 했다. 다른 멤버와 협의는 된 것인가?

협의 안 됐다.(웃음) 하지만 거짓말은 아니고 과장도 아니다. 다만, 정치적 메시지가 있는 것이다. 저쪽 정권에서 나꼼수를 두려워하는 것은 아니지만 귀찮아는 한다. 나꼼수가 그 ‘귀찮음을 더 해주겠다.’ 그래서 ‘정권에게 위협이 되도록 하겠다.’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첫 번째로는 저쪽에 들으라고 한 얘기다. 국정조사에 성의 안 보이면 거국적 운동이 일어난다는 메시지다. 고깝게 보시는 분들은 “그냥 방송하면 되지 공약을 하고 그러냐. 너희가 그렇게 대단하냐.”하는데 이건 일종의 미션의 의미도 있다. ‘우리는 대선과 함께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계속 지속되고 있다.’ ‘우리가 여기에 쫄지 않고 있다.’라는 의미다. 요즘 촛불집회 가면 작년 대선 국면에서 목소리 내던 사람들이 다 사라졌다. 표창원 교수 같은 새로운 얼굴만 보인다. 그래서 더 대선 기점으로 나꼼수가 사라졌다고, 도망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게 사람들이 나꼼수가 쫄아서 그런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쫄 건 졸지 않건 그게 중요하진 않다. 하지만 누군가가 쫄았다고 하면 나도 쫄게 되는 요인이 된다. '우리는 안 쫄았습니다. 여러분. 십만을 만들어 위협을 더해줍시다. 그럼 우리가 같이 역할을 하겠습니다.'는 의미다. 물론 십만 명이 모이는데 이 공약이 기여 하게 된다면 우리도 화답할 것이다.

우린 쫄지 않았다. 여러분도 쫄지 마시고 다들 ‘멘붕’에서 깨어나시라는 의미다. 카드를 쥐고 있을 때와 꺼냈을 때의 위력은 다르다. 쥐고 있을 때는 위력이지만 꺼내는 순간 위력은 사라진다. 일종의 전략이지 우리가 잘난 척하는 건 아니다.


20대 개새끼론 보다는 상대평가 개새끼론 


-20대 개새끼론의 창시자시다. 아직도 그 일의 여파로 김용민 PD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사과도 하고 책도 내고 20대 활동가를 위해서 이래저래 활동도 했다. 정보부족으로 그런 건 나도 어쩔 수 없다. 물론 내가 과거에 사과했으니 나한테 생각을 달리해라 그럴 순 없다.
 
그때 그 발언들이 20대들에게 자존감을 갖게 했다면, 자존감을 부여했다기보다는 ‘우리 욕을 해?’ ‘네가 뭔데?’ 이런 마음으로 자존감을 깨웠다면 의미 있는 일 아니었나 생각한다. 사실 의도 했던 건 아니다. 학교 강의 다니면서 정말 한심해서 마음속으로 한 이야기다. 다만 그것이 너무 절망적 어조로 표현한 것이 적절한가…. 순간의 감정에 의해서 쓴 측면도 있고 표현상으로 썩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건 구조적인 문제지 20대들의 품성에 관해서 지적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맞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는 또 하고 싶다. 물론 그렇지 않은 친구들이 대부분이지만 내 얘기에 딱 맞아떨어지는 친구들도 또 있다. 그런 친구들이 날 특히 싫어할 것 같다. 아픈 델 찔렀으니까.

새누리당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 다 훌륭하단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 그 당을 지지할 수가 있나. 무슨 역사적, 대의적 정당성이 있다고 그 당을 지지하나. 20대 스스로 20대가 처한 안타까운 현실. 무한경쟁 속에 내던져지고 경쟁의 노예로 만들어 버린 사회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다면 그 당에 저항을 해야지 거기에 동조하고 한뜻을 가진다? 이건 언어도단이다.

-20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20대들은 과제가 많다. 모자라다는 것이 아니라 참 싸워야 할 대상들이 많다는 말이다. 경쟁패러다임 구조를 깨야 한다. 이 부분은 상대평가, 절대평가 제도가 굉장히 크다고 생각한다. 지금 대학이 대부분 상대평가 제도를 취하고 있다.

개인적 일화가 있다. 마지막 강의를 2011년 2학기 때 했다. 그 대학은 등록금 융자를 제한하는 학교였다. 학교가 점수를 더 따려고 모든 과목을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바꿨다. 그래서 내가 이거 약속이 다르지 않느냐? 나는 들어올 때 절대 평가로 듣고 왔는데 상대평가를 강요하면 안 한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학교 방침에 따르라는 거다. 따를 수가 있나. 70%를 A+를 주고 나왔다. 

상대평가가 학생들의 연대와 협동을 못 하게 만들었고 모두를 상시적 경쟁자로 만들어 버린, 청춘을 파괴한 개새끼 중의 개새끼다. 이걸 계속 강요, 강조한 것이 조선일보, 중앙일보다. 이게 먹혔다. 20대 보수화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어느 시대든 구조학이라는 게 있다. 여기에 저항하고 맞서 싸우고 깨부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상대평가. 상대평가를 없애는 부분에 대해 20대와 이야기하면 내가 만난 20대는 더 싫어하더라. 어떻게 변별력을 가질 수 있느냐는 거다. 개인주의다. 연대, 협동 보다는 개인의 성취와 이익에 더 관심이 있다는 건데 이건 깨야 한다. 박살을 내야 한다. 이제와서 돌이켜 보면 20대 개새끼론 보다는 상대평가 개새끼론이 훨씬 더 설득력 있는 이야기였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