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의 신 돌풍, 크레용팝이 옥션 광고 모델로 발탁되면서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어떻게 ‘일베용팝’을 광고로 기용할 수 있냐며 시작된 누리꾼들의 반발이 옥션 탈퇴 운동으로까지 번진 것. 결국 옥션은 광고를 일부 중단했으며 크레용팝의 소속사는 그간의 무성한 논란에 대해 공식적으로 해명했다. 소속사의 입장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멤버들의 일베 활동은 결코 없었으며, 일베 접속을 한 적은 있지만 어떤 성격의 사이트인지는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문제의 단어도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전혀 몰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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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논란이 된 단어만으로 크레용팝 멤버들을 일게이(일베 유저)라 진단하기엔 어려운 점이 있다. 온라인 용어들은 커뮤니티와 커뮤니티를 통해 퍼져 정확한 어원을 모른 채 사용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물론 일베의 ‘민주화’와 같이 원래 의미가 변질된 용어는 예외이다). 오히려 소속사가 노이즈 마케팅의 일환으로 일베를 이용했다는 것이 더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소속사측은 공식 해명글에서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당시 정황상 신빙성이 낮아 보인다.


크레용팝의 일베 논란이 있기 불과 몇 주 전 시크릿 멤버 전효성의 일베 논란이 거셌다. 올해 초부터 주요 사회 문제로 떠오른 일베 현상과 '아이돌'의 접점은 그야말로 엄청난 이슈인지라 며칠 간 연예·사회면을 뜨겁게 달궜다. 일베를 잘 몰랐던 사람들 중 대부분이 '전효성 일베 논란'으로 일베가 어떤 곳인지 인식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연예계 종사자가 이 논란을 몰랐을 리는 더더욱 없다. 또한 크레용팝 소속사 대표가 과거에 올린 “어제 알게 된 불편한 진실. 모 멤버와 얘기 도중 하나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낄낄거렸는데... 갑자기 쏴 해지는 분위기. 그렇다 그 얘기는 일베에만 올라온 내용이라는 거”라는 트윗에서는 일베가 어떤 곳인지를 이미 알고 있음을 내포하고 있다. 일베 논란이 일기 몇 주 전 크레용팝 팬과의 트위터 대화에서도 같은 사실이 발견된다.

크레용팝 소속사 대표가 논란 전 올렸던 트위터.

일베 논란 이후 멤버가 올린 해명글. 그러나 이 글이 더 큰 논란이 되었다.


어쨌든 덕분에 크레용팝은 거의 모든 대중이 기억하는 걸그룹이 되었지만, 이제 문제는 그 다음을 어떻게 할 것이냐다. 물론 크레용팝의 인기를 확장시킨 것은 단연 ‘빠빠빠’의 중독적인 리듬과 안무, 그리고 헬멧과 츄리닝으로 대표되는 개성 있고 독특한 이미지였다. 즉, 소속사측이 일베를 노이즈 마케팅으로 사용했다 하더라도 크레용팝 인기요인의 비중을 노이즈 마케팅으로 한정할 순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크레용팝의 흥행의 문을 열어준 일베가 지금은 크레용팝의 발목을 단단히 붙잡는 족쇄가 되었다. 옥션 광고 중단 사태는 이러한 예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사실 이것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대중은 비상식과 비윤리의 온상이라 불리는 일베의 이미지를 크레용팝에 투영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논란이 불거질 때 확실한 해명이 부족했다는 것도 한 몫 했다. 오히려 해명이 논란을 부추기는 역할을 했다.


온 국민이 ‘크레용팝’을 알게 된 현 시점에서, 관건은 크레용팝과 일베를 어떻게 분리시키느냐에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일베로 인해 씌워진 부정적인 이미지를(이는 단순한 비호감을 넘어선다) 어떻게 벗겨내는가에 있다. 그리고 분명히 할 점이 있다. ‘시안견유시 불안견유불의’나 ‘마녀사냥’ 등의 감정적 대응 혹은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방식은 전혀 올바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크레용팝의 일게이 여부와는 별개의 문제이다. 대중과 이미지로 소통하는 연예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티아라가 눈물겨운 해명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던 기억을 크레용팝 소속사는 되새겨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