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8월 27일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향(시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대학별로 전형방법을 수시 4개, 정시 2개 이내로 제한 ▲1, 2차 수시모집 통합 ▲공통원서접수 시스템 구축 ▲대입전형 사전 예고 강화 ▲영어 수준별 수능 폐지 ▲문·이과 체제 개선 ▲한국사를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 등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곧바로 교육부의 대입전형 간소화 방안을 비판했다. 전교조는 보도 자료를 통해 “전형 방법의 수를 줄인다고 학생들이 내신, 수능, 논술 어느 것 하나를 소홀히 할 수 없다.”며 “대학별 논술, 면접을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대입의 근본문제 학벌중심 대학서열화 해소 대책이 전무”하다는 점을 꼬집었다.

논술, 면접을 폐지한다고 해서 학생들의 입시 부담이 전혀 줄어들지는 않는다. 대학서열화가 공고히 자리 잡고 있는 이상, 대입전형이 어떻게 바뀌든 학생들의 입시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입시 부담의 근본적인 원인은, 어느 대학을 가느냐에 따라 인생이 확연히 바뀐다는 점이다. 대입에서 내신, 수능만 본다면 학생들이 논술, 면접 등 다른 부분에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학생들은 그 시간을 오롯이 더 높은 내신과 수능 점수를 따는 데 써야 한다. 대입전형이 어떻든 대학서열이 높은 곳에 가야 하기 때문이다.

수시 모집 자료를 보고 있는 교사와 학생들. 자료의 종이 크기만 보더라도 대입전형이 얼마나 복잡한지를 알 수 있다. ⓒ뉴스1


전교조의 말처럼 대학서열화를 해소하면, 대입전형 간소화로 이루고자 하는 바도 저절로 이뤄진다. 그런데 대학서열화를 당장 해소하기란 불가능하다. 사회적인 인식부터 실제적인 제도까지 바꿔야 할 것이 너무 많다. 물론, 대학서열화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입의 자잘한 문제를 무시해선 안 된다.

기존의 대입전형은 너무 복잡했다. 각 대학별로 이름이 희한한 전형들이 넘쳐났다. 게다가 세분된 학과별로 모집하니, 어떤 전형이 있나 알아보는 것만 해도 학생과 학부모들에겐 일이었다. 대입전형의 복잡함은 각 대학의 입시 요강의 두께만 봐도 확연히 드러난다. 2014학년도 연세대 서울캠퍼스의 수시 모집 요강 자료는 117페이지에 이른다. 고려대 안암캠퍼스의 경우 97페이지다.

입시 컨설팅 비용은 어마어마하다. ⓒKBS 방송화면


복잡한 대입전형은 자신의 상황에 맞는 적당한 대입전형을 찾는 것을 입시의 일부분으로 만들었다. ‘대입 컨설팅’이란 말까지 생겼을 정도다. 전문적으로 대입 컨설팅을 해주는 업체도 성행한다. 학생들과 학부모의 힘만으로 대입전형을 파악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또한, 빈부격차가 정보의 격차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안 그래도 많은 사교육을 받는 부유한 가정의 학생이, 더 전문적인 대입 컨설팅까지 받게 된다. 복잡한 대입전형은 개천에서 용 나는 일을 더욱 어렵게 만든 것이다.

교육부의 대입전형 간소화 방안은 학생과 학부모의 고민을 덜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입시 부담도 작게나마 줄어든다. 빈부격차의 재생산도 완화할 수 있다. 하지만 대입의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대입전형이 복잡하다는 문제 하나에 접근했을 뿐이다. 교육부는 대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