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그가 돌아온다. 손석희 앵커가 9월 16일부터 JTBC의 메인뉴스 <뉴스9>을 단독 진행한다. 손석희 앵커의 복귀와 함께 종합편성채널의 뉴스에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종편의 뉴스가 미디어의 다양화에 기여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조중동 보수 언론 3사의 여론 독과점이라는 비판적 목소리도 높다. 현재 종편 3사의 메인뉴스를 이끌어가는 앵커들은 어떻게 뉴스를 보도하고 있을까. 화제와 논란 사이에 있는 종편 3사의 평일 메인뉴스 앵커들을 심층 분석해보았다. 

 

ⓒ TV조선

ⓒ 고함20 블루홀



TV조선 <뉴스판> 
최희준 앵커, “단언컨대” 웃는 얼굴만큼 뉴스 선택 신경 써야
김미선 앵커, 자기 역할 찾지 못한 모습 아쉬워

최희준 앵커는 SBS 뉴욕 특파원 및 보도본부 본부장 출신이다. 최 앵커는 메인뉴스의 엄숙함 대신 편안함을 택했다. 다른 메인뉴스에서 보기 힘든 웃는 얼굴과 자연스러운 말투로 뉴스를 이끌어갔다. “단언컨대” 등의 유행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최 앵커의 진행은 TV조선의 강한 보수적 성향 상 진행이 다소 비장할 것이라는 예상을 깼다. 이 같은 진행 방식은 대중, 특히 젊은 층에 다가가는데 적합해 보인다.

인터뷰에선 핵심 사안을 정리하는 솜씨가 돋보였다. 5일 조선일보 부국장과의 인터뷰에서 이석기 의원에 대한 자격 심사와 체포동의안을 위한 제적 수 차이, 자격 심사에 반대하는 입장, 통합진보당을 해산하는 경우 등 다양한 관점들을 대화식으로 잘 풀어갔다.

아무리 좋게 말해도 말의 방식과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대중의 신뢰를 얻기 힘들다. 5일 TV선의 보도 내용은 편파성 논란을 벗어나기 힘들었다. 이 의원의 내란 음모 논란 보도 후 ‘국가 뒤 흔든 간첩 사건’ 꼭지를 배치해 서독의 브란트 총리의 비서 권터 귀욤이 동독의 간첩이었던 사례를 소개했다. 이 의원의 발언이 극좌 성향을 띈다고 해서 간첩 논의까지 끌어올 필요는 없었다. 이 의원에 대한 수사는 아직 전개되지도 않았으며 북한의 지원이 있었는지는 더욱 알려진 바 없기 때문이다. TV조선의 취재에디터를 맡고 있기도 한 최 앵커가 기계적으로 뉴스 전달만을 하는 것을 넘어 공정한 뉴스 선택을 할 필요가 있다.  

김미선 앵커는 YTN 아나운서 출신이다. 김 앵커는 북한 내 국군포로 보도에서 오열해 화제가 된 바 있다. 감정에 충실한 탓인지 경력이 있는 아나운서임에도 말이 빠르고 억양이 어색하다.

인터뷰를 진행할 때에도 어색함이 돋보였다. 인터뷰 대상자였던 조선일보 부국장과 대화를 자연스럽게 풀어가는 최 앵커와 달리 적절한 질문을 하지 못했다. 경력이 더 오래된 최 앵커가 이끌어가는 형식이긴 하지만 질문을 하는데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다. 질문을 하지 못하다 보니 하게 되는 역할이 호응하는 것뿐이었다. 호응도 과장되어 맥을 끊는 느낌을 주었다.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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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뉴스9> 
전영기 논설위원의 험난한 앵커 적응기
황남희 앵커, 군더더기 없음이 존재감 없음이 되지 않길

JTBC의 전영기 앵커는 중앙일보 편집국장 및 논설위원 출신이다. 방송이 전직이 아니었던 만큼 뉴스 전달에서 어색한 부분이 돋보였다. 스튜디오에 어울리지 않는 큰 발성이 공격적이라는 인상을 줬다.

중앙일보 논설위원이었다는 점이 전문성을 담보하고 신뢰감을 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메인뉴스의 앵커가 된 것으로 보인다. 관점 전달이 확실한 만큼 완고한 것이 흠이었다. 5일 뉴스 마무리 멘트로 “대한민국 헌법 8조 4항에 따르면 정당은 헌법의 기본 원리 침해 시 당을 해산할 수 있다”라고 말하며 강경한 입장을 내비췄다. 이석기 의원의 국회 내 제적에 대한 논의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 해산까지 논하는 건 성급해 보였다.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태도도 문제였다. 전 앵커는 통합진보당이 이석기 의원을 위한 국민모금운동을 벌일 계획이라는 뉴스를 소개하며 “예, 무슨 국민모금도 한답니다”며 조롱 섞인 어조를 보였다. 논리적 비판만으로 충분한 보도에 감정이 섞이는 순간 신뢰성이 떨어짐을 상기했으면 한다.

황남희 앵커는 YTN 아나운서 출신이다. 아나운서 출신인 만큼 전 앵커에 비해 안정된 발성과 깔끔한 진행 능력을 가지고 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인 이석기 의원 관련 보도에서 편파성의 여지를 주는 단어 선택은 거의 하지 않았다. 황 앵커의 치우침 없는 진행은 메인뉴스에 손석희 아나운서를 도입해 좌우를 모두 끌어안으려는 현 JTBC의 노선에 기여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군더더기 없는 진행은 큰 장점이지만 군더더기 없음이 존재감 없음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황 앵커는 아직 여성 앵커의 고전적 역할인 사실 전달에만 충실하다. 김주하 아나운서가 엄기영 MBC 전 사장과 뉴스데스크를 진행했을 때에도 뼈 있는 멘트로 주목받던 것과 사뭇 대조적이다. 사실만을 전달하는 앵커를 넘어 의미 있는 시선을 담을 수 있는 언론인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 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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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종합뉴스>
박상규 앵커의 소신 발언 “오!” 혹은 “읭?”
김설혜 앵커, 경력 짧으나 적극성이라는 무기

박상규 앵커는 SBS 아나운서 출신으로 현재 채널A 부본부장을 맡고 있다. 오래된 아나운서 경력으로 가장 안정적인 발성을 보여줬다. 아나운싱의 기본에 충실한, 간결한 멘트를 하는 편이었다. 단, 멘트가 너무 짧아 설명이 불충분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었다.

전반적으로 깔끔한 진행을 유지하지만 소신 발언을 하기도 했다. 10일 전두완 대통령의 추징금 완납을 다루는 보도에서 “전 대통령의 자녀들은 ‘죽음의 묘지로 가는 기분’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게 누구 돈인 데 하는 국민들 속마음은 과연 어떨까요?”라고 강한 비판의식을 드러냈다. 같은 날 TV조선의 최희준 앵커가 “이제 이쯤에서 전두환, 노태우 두 전 대통령을 놔줘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말한 것과 차별화된다. 그러나 교학사 역사 교과서 논란을 소개하며 “어제 한 반미 단체가 맥아더 장군의 동상을 철거하자는 시위를 했는데요”라고 운을 뗀 점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역사 교과서 논쟁을 반미 단체 시위와 연관 짓는 것이 야당 측의 주장을 부정적으로 여기는 듯 한 뉘앙스를 주기 때문이다.

김설혜 앵커는 2011년 채널A에 입사했다. 현재 27세의 어린 나이와 짧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메인뉴스의 앵커를 맡고 있다. 짧은 경력 탓인지 박상규 앵커에 비해 단독 샷을 받는 순간이 적었다.  

화면에 나오는 순간은 짧지만 그 사이에 적극성을 보여주었다. 김 앵커는 전두환 대통령 추징금 완납 보도에서 “그나마도 사돈이 내는 것”이라고 말하며 강한 논조를 보였다. 인터뷰 진행에서도 적극적이었다. 채널A 정치부 이남희 기자를 인터뷰하면서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장외 집회에서 우연히 만난 사건을 다루었다. 김 대표와 황 대표가 어색한 악수를 나눈 데 이어 이재오, 정몽준 의원이 나타난 것에 대해 “이들도 우연히 만난 것이냐”며 물었다. 박상규 앵커가 기본적인 사항을 짚었다면 김설혜 앵커는 사안에 구체적으로 파고드는 모습을 보였다. 연차가 더 쌓이게 되면 적극성을 기반으로 관점이 있는 뉴스를 전할 수 있는 아나운서가 될 수 있으리라고 기대된다.
 
전반적으로 과거 유명 앵커들의 영향력을 생각했을 때 그만한 파워를 지닐 만한 앵커는 아직 보이지 않았다. 종편 3사 앵커들은 전반적으로 편파성을 극복하지 못했으며 조롱 섞인 멘트를 하는 등 불필요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는 대중이 종편 앵커의 보도에 신뢰감을 갖기 힘들게 한다. 16일 JTBC는 손석희 앵커를 메인뉴스에 도입해 공정방송의 이미지를 구축하려고 한다. ‘집토끼’였던 보수층을 넘어 ‘산토끼’인 대중을 잡으려는 흐름 속에서 종편 3사의 앵커들이 어떤 출구전략을 보여줄지 그 추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