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손석희 JTBC 보도담당 사장이 자사 메인뉴스인 뉴스9의 앵커로 복귀한다. 
JTBC행을 감행한 후 4개월만의 방송 복귀다. 그가 종편인 JTBC로 갔다는 것에 처음엔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도 높았지만, 최근의 여론은 대체로 “기대해봐도 되겠다”로 돌아선 듯 하다. 이제까지 쌓아온 ‘불편부당’의 언론인이라는 명성에 걸 맞는 행동을 할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는 앵커 복귀에 앞선 인터뷰에서 ‘사실, 공정, 균형, 품위’의 네 가지 원칙을 내세우며, 건강하고 합리적인 시민사회 편에 서겠다고 강조했다.

‘손석희’는 한국 사회가 가장 신뢰하는 이름이다. 손석희 사장은 시사저널에서 전문가들을 상대로 매년 실시하는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설문조사에서 9년 연속 ‘가장 영향력있는 언론인’ 부문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47.1%), 또한 시사인에서 일반인을 상대로 설문조사하는 ‘신뢰도 조사’에서도 올해를 포함 다섯 차례 ‘가장 신뢰하는 언론인’ 1위로 뽑혔다. 이념편향적인 신문, 정권의 눈치를 보는 방송사들이 대중의 신뢰를 잃고 있는 상황에서, 손석희의 등장에 거는 기대는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그와 JTBC가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한국의 언론계가 변화하는 작은 계기가 만들어 질 수도 있다.


지금 한국의 언론 상황은 총체적 난국이다. 인터넷 기사 소비가 늘어나면서 지면 매체가 전반적으로 위기인 상황이고, 대기업의 지원을 받지 않는 대부분의 매체들은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위중하게 느껴지는 것은 저널리즘의 실종이다. 언론은 정치적인 압력에 순순히 굴복하거나, 또는 정치세력과 적극적으로 협력하면서 비판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매체영향력이 강한 공중파 3사 중, MBC와 KBS는 정부의 눈치를 살피고, 정부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공영방송’으로서의 중립성을 잃은 지 오래다.

심지어 조선일보처럼 언론을 도구로 정치에 개입하는 경우도 있다. 조선일보는 국정원을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시기에,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자식 문제를 터트렸다. 확실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의혹만으로 기사를 내보냈지만, 결국 채 검찰총장이 자진사퇴를 결심하게 되는 결정적 계기를 만든다. 조선일보 기사를 통해 검찰의 국정원 수사를 못 마땅하게 여기고 있던 박근혜 정권에서 채 검찰총장을 압박할 수 있는 이유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언론으로서의 자존심을 버린 것이나 다름 없다.

MB정권의 특혜로 만들어진 종편 중 채널A와 tv조선 역시 여당을 옹호하는 보도를 이어오고 있다. 극우인사들을 불러서 그들의 조약한 의견을 ‘정론인 양’ 보여주고, 쉬도때도 없이 ‘종북’ 프레임을 펼쳐서 야당을 비난한다. 심지어 이념적 편향성에 매몰된 나머지 광주 민주화 운동을 폄하하는 방송을 하는 등, 최소한의 상식마저 잃은 보도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대기업 친화적인 보도행태도 문제다. 조·중·동이나 그 밖의 경제지들은 노사갈등이 있을 때마다 노골적으로 대기업의 편에 선다. 노조 파업이 있을 때 마다 ‘시민들이 불편해 한다’ ‘국가산업에 피해를 준다’는 논지로 노조들을 공격해왔다. 대기업 규제정책이나 부자증세 등에 대해서도 항상 일관되게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또한 언론사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기업이 문제를 일으켰을 경우 언급하기를 상당히 기피한다. 이를테면 삼성 엑스파일 사건이 일어났을 때, 삼성이 과거 모회사였던 중앙일보는 ‘도청이 문제’라고 말하든가, 축소보도를 했다. 언론사들이 대기업의 광고나 자본력에 의존하게 되면서, 대기업에게는 쉽사리 언론의 칼날을 휘두를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러한 언론계 현실에서 손석희 사장이 직접 뉴스 앵커로 방송에 복귀하기로 결정한 것은 하나의 큰 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삼성의 직·간접적 영향을 받고 있는 JTBC에서 어떤 진영에도 속하지 않고,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사실, 공정, 균형, 품위’를 지키는 보도를 할 수 있다면 언론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 나아가 이제까지 언론 본연의 자세를 잃은 채, 정권과 대기업의 입맛에 맞춘 보도를 했던 언론사·언론인들 역시 자극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금 한국 사회가 손석희 사장에게 기대하는 건 명확하다. 제대로 된 ‘언론’이 무엇인지 보여 달라는 것이다. 
JTBC 의 뉴스9 티저 영상에서 손석희 사장은 나레이션으로 “힘 없는 사람을 두려워하고, 힘 있는 사람이 두려워하는 뉴스”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의 뉴스를 삼성마저 두려워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