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TV업다운은 고함20 기자들의 날카로운 눈으로 지난 한 주간 방영된 TV프로그램을 비평하는 연재입니다. 재밌고, 참신하고, 감각 있는 프로그램에겐 UP을, 재미없고, 지루하고, 편향적인 프로그램에겐 DOWN을 날립니다. 공중파부터 케이블까지, 예능부터 다큐멘터리까지 장르와 채널에 구애받지 않는 무자비한 칭찬과 비판을 하겠습니다.

[이번주 UP] tvN 감자별 2013QR3 (9월 29일 방송분)
 



김병욱이 돌아왔다. 그리고 그의 시트콤에서 맹활약 했던 배우들도 같이 돌아왔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의 노주현, <하이킥> 시리즈의 터줏대감 이순재, 역시 <하이킥> 시리즈에서 감초 역할을 톡톡히 소화했던 줄리엔 강 까지. 더불어 여진구, 하연수 등 근래 상한가를 치고 있는 신예 배우들까지 합세한 시트콤 ‘감자별 2013QR3(이하 ’감자별‘)’은, 앞으로 그들이 만들어 낼 앙상블의 기대치를 높이기에 충분한 캐스팅이다.

김병욱 표 시트콤에는 한 가지 특징이 있다. 그의 시트콤엔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이상한 인물들이 자주 등장한다. 물론 이는 장르적 특성에 기인하는 의도적 과장화가 분명할 것이다. 하지만 독특한 점은, 이런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기묘한 상황에서도 우리는 어쩐지 우리내 ‘삶’의 모습과 오버랩 되는 순간을 꽤나 자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결국 외국인(줄리엔 강)이든, 반어법을 쓰는 반항심 강한 청년(여진구)이든, 연유를 불문하고 메인 스트림에서 타자화 된 인물의 궤적을 통해 그와 다를 바 없는 ‘나’의 삶 역시 한 편의 시트콤과 같다는 자기 성찰을 가능케 한다. 그래서 그는 자주 그의 작품이 결국 ‘희극’을 가장한 ‘비극’이 아니냐는 소리를 듣곤 한다.

물론 그 역시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냉소적 성격으로 인한 비극적 요소를 부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탁월함은 그럼에도 ‘코미디’라는 장르의 가벼움을 잃지 않는 뛰어난 균형감각에 있다. ‘희극’이든 ‘비극’이든 그의 시트콤은 결국 사람들을 ‘웃프게' 만들기 때문이다.

젊은 배우들을 기용할 때 마다 으레 터져 나오는 연기력 논란도 무난히 지나칠 수 있을 것 같다. 비결은 바로 ‘기본기’가 탄탄한 배우들의 캐스팅 덕분이다. 이런 극적인 상황들의 연속에서, 기어이 실존적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이유에는 배우들의 연기력 또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제 불과 4회 밖에 방송되지 않은 시트콤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다음 편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는 ‘김병욱’이라는 브랜드가 확인시켜 주는 일종의 자신감이라 봐도 무방할 것이다. 과연 ‘노씨’ 가족과 ‘노씨’ 이웃들은 지구를 멸망시키려는 소행성 ‘감자별’에 대항해서 무사히 지구를 지켜낼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관전포인트 : 여전한 ‘하이킥’ 실력의 ‘이순재’와 허당 100단 ‘노주현’. 그리고 ‘김정민’의 다이빙 씬은 웃음이 터지지 않을 수 없는 명장면.


[이번주 DOWN] JTBC 소리의 신 (9월 29일 방송분)


서바이벌 오디션 장르의 생명 연장은 채택하는 주제의 다양한 변용으로써 가능해진다. 그런 점에서 JTBC의 새로운 프로그램인 ‘21세기 신세대 국악스타 발굴 오디션’ <소리의 신>(이하 <소리의 신>)은 그 신선함이나 창의성에선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고작 1회 밖에 방송되지 않았음에도, 프로그램의 만듦새에 관해선 몇 가지 쓴 소리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지나치게 단조로운 패턴의 편집이다. 노래, 심사, 탈락여부 결정. 노래, 심사, 탈락여부 결정……. 사실 이 패턴은 대다수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적용하고 있는 그것이기도 하다. <소리의 신>만 유독 클리셰적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소리의 신> 제작진은 국악이라는 장르가 가지는 특수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슈퍼스타 K5(이하 <슈스케5>)를 한 번 살펴보자. 노래도 노래지만, 이 프로그램을 끝끝내 볼 수밖에 없게 만드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참가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독특한 스토리텔링 및 백그라운드, 심사위원의 특색이 잘 드러나는 심사평, 염통이 쫄깃해지는 진행, 시청자의 궁금증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적확한 편집 포인트 등등. <슈스케5>에는 이와 같은 여러 가지의 흥미 요소가 존재한다.

하지만 ‘소리의 신’은 어떨까. 가끔은 지루하다고 느껴질 만큼 장면의 단선적 나열이 우선 제일 큰 문제로 보인다. 사실 일반 대중음악과 달리 판소리는 대중들의 이해도, 관심도가 높은 분야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 더 흥미를 끌 수 있는 요소들이 프로그램 곳곳에 배치되어야 한다. 일반인 참가자들의 노래만 잘 살려줘도 충분한 <슈스케5>만 봐도, 위와 같이 다양한 흥미 유발 장치를 설정해 놓고 있다.

둘째로는 시간대다. <소리의 신>의 방영 시간은 매주 일요일 아침 8시 20분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주요 시청층인 20~30대는 한창 꿈나라에서 헤매고 있을 시간이다. 아마 휴일이기 때문에 다른 세대 역시 크게 차이가 없을 것이다. 이런 이상한 편성의 이유엔 어차피 ‘볼’사람만 볼 거라는 경영진의 판단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가장 큰 목적인 ‘판소리의 대중화’를 퇴색시키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위치가 좋지 않아도 역세권이라면 ‘최소한’의 금액은 보장된다. 진정 판소리의 ‘대중화’를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이라면 이런 이상한 편성은 서둘러 시정되야 할 것이다.

관전포인트 : 순박한 미소 뒤에 숨겨둔 날카로운 심사평의 최종민 前 국립창극단 단장. 반전 있는 그의 모습은 프로그램 속의 소소한 웃음 포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