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렐라 【명사】 12시가 되기 전 집에 가야만 하는 신데렐라처럼, 무언가를 하다가도 정해진 시간만 되면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야하는 20대를 빗댄 신조어. 


왕자는 신데렐라가 흘린 유리구두 한 짝 덕분에 그녀와 재회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는 구두의 주인이 신데렐라였다는 것을 어떻게 안 걸까? 상상해보건대, 왕자는 신데렐라와 춤을 추면서 투명한 유리구두를 통해 그녀의 상처투성이 발을 보았을 것이다. 새어머니와 새언니들의 구박을 견디며 쉴 새 없이 집 안팎을 돌아다닌 탓에 크게 붓고 부르튼 그녀의 발을 왕자는 분명 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시즌1을 마무리하고 새로이 시작하는 알바렐라2013에서는 일터 안팎에서 험난한 하루하루를 견디는 이 시대의 알바렐라들에게 유리구두 대신 체크리스트를 건넨다. 체크리스트의 단면을 통해 그들의 상처투성이 발을 사회를 향해 적나라하게 드러내고자 한다. 알바렐라들이 행복한 결말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도록 고함20과 독자들이 그 길을 터줄 수 있지는 않을까, 조심스레 소망해본다. 


고함20이 야심차게 준비한 재밌고 우울하고 유쾌하나 서글픈 20대 알바 수난기, 다시 쓰는 그 스물일곱 번 째 이야기.
강남, 홍대, 이태원… 클럽에 가면 검은 양복에 한 덩치 하는 남자들이 입구를 지키고 서 있다. 이들은 음악에 몸을 맡긴 채 춤추는 클러버들과는 반대로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경호임무를 수행하는 클럽 경호원들이다. 클럽 안 이 남자들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187cm, 90kg의 우람한 체구에 수준급(?)외모까지 갖춘 경호학과 출신 배렐라(24)씨와 함께 클럽경호알바의 세계로 빠져 들어가 보자.
 

ⓒOCTAGON CAFE


Q. 클럽경호알바를 했다던데 어땠어요?
 
보통 주위 사람들은 클럽에 예쁘고 몸매좋은 여성들 가만히 서서 보기만 하니까 좋을 거 같다고 말해요. 전 강남 XX 클럽에서 일했는데 진짜 예쁜 분들이 많이 와서 좋긴 좋더라고요.(웃음) 근데 그것도 하루 이틀이죠. 밤새서 일을 한다는 게 정말 쉬운 게 아니더라고요. 클럽에 대한 이미지도 그렇고 가만히 서서 사람들 노는 거만 보고 있는 것도 좀 그래요. 또 클럽 같은 경우는 싸움이 자주 나다 보니 말리다 보면 위험한 경우도 실제로 많아요. 그래도 일당이 괜찮은 편이니까 용돈벌이로 하는 거죠.

Q. 클럽경호알바는 시급이 어떻게 되는데요?

경호알바같은 경우는 시급이 아니라 일당으로 줘요. 그래서 1시간을 하든 7~8시간을 하든 시급은 같아요. 보통 7만원 정도 받는데 12~15만원주면 저희가 7만원 받고 회사가 나머지를 수수료로 가져가는 거죠.

Q. 클럽에서 싸움이 많이 난다했는데 실제로 싸움이 나서 제압한 적도 많이 있었나요?

있었죠. 제가 VIP룸 쪽에 서있었는데 제 덩치의 2배쯤 되는 사람 두 명이 시비가 붙어 싸우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보자마자 중간으로 끼어들어 말렸죠. 근데 한 사람이 주먹을 뒤에서 날려 셋 다 테이블 뒤로 넘어지기도 했어요. 원래 싸움이 나면 곧바로 무전기로 팀원, 팀장에게 어느 지역에 싸움이 났다고 보고를 하거든요. 그래서 때마침 팀원들이 다 달려와서 큰 일 안 생기게 막았죠.

또 한 번은 외국인이었어요. 술이 많이 취했는지 클럽 안에서 계속 행패를 부리고 저희를 때리려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사람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서 핵꿀밤(?)을 한 대 쥐어박았죠. 그러니까 외국인이라 그런지 도망가던데요?(웃음) 그 때 도망가서 다행이긴 했는데 사실 절대 그러면 안 되죠.

공연 같은 데 가서도 경호 할 때 팬들이 바리케이트 선을 넘고 와도 손끝 하나 건드리면 안돼요. 그 사람이 신고하면 처벌 받거든요. 그래서 선배들도 상황이 안 되면 빠지라고 말해요. 물론 청와대같은 곳서 일하는 특수경비원들의 경우는 고위공직자들을 지키다 보니 일반경호원들과 다르게 경호를 위해 모든 게 허용되죠.

Q. 클럽에서 보면 주로 입구를 지키는 분들이 무섭게 생겼던데 경호 위치는 어떻게 정해지나요?

클럽마다 다 다른데 중간급인 팀장 이상은 돼야 젤 앞에 서요. 괜히 뭣도 모르는 애 세웠다가 말도 못하고 해서 사람들이 별거 아니구나 생각하면 안 되잖아요. 포스가 느껴져야죠. 그래야 사람들도 압박감을 좀 받고 안에 들어가서도 경호원들 말 잘 듣잖아요. 그러니 포스 있는 팀장급사람들이 주로 맨 앞에 서는 거죠.

Q. 클럽경호 할 때 여성들이 접근하기도 하나요?

가끔 있죠. 한번은 한 여성분이 제가 경호원인거 뻔히 알면서도 저에게 와서 춤추면서 부비부비를 하는 거예요. 그래서 두리번두리번하다가 빨리 자리를 피했죠.

Q. 거기서 같이 춤추면 어떻게 되나요?

에이~당연히 안 되죠. 일하는 중인데요.(웃음) 가끔 선배 후배들 중에 일 끝나고 술 한 잔 하는 경우는 있었어요.

ⓒ고함20


Q. 클럽 안에서 경호하다보면 별에 별일이 다 있을 거 같아요.

남자고 여자고 다 술에 취해서 별에 별짓을 다하죠. 남자들이 여자 꼬시는 것도 많이 보고 그럼 여자들은 저한테 와서 저기 남자들 집적댄다고 어떻게 해달라고 그러기도 해요. 그럼 저는 남자들에게 경고를 하고 두 번 이상 경고 받으면 퇴장 당하는 거죠. 또 한 번은 남자가 술 취한 여자를 엎고 나가는데 여자가 남자 등에 다 토하기도 하고… 정신 못 차린 사람들 많아요.

Q. 클럽경호 말고 색다른 경호경험이 있나요?

불륜녀를 경호한 적이 있어요. 한 여자가 자식 있는 유부남과 눈 맞은걸 부인에게 걸려서 사과하러 갈 때 저희를 고용한거에요. 전에도 바람피다 걸려서 사과를 한 번 하러 갔었거든요. 그 땐 어떻게 어떻게 잘 해결이 됐는데 또 바람나서 걸린 거죠.

두 번째 사과하러 갈 때 저희가 따라갔어요. 저희는 2명이 팀이 되어 30분 전에 미리 가서 주의사항을 전해 듣고 기다렸죠. 그런데 사람들이 오자마자 저기 양복 입은 사람들 밖에 보내라고 해서 저흰 그냥 밖에서 대기만했죠. 그리고 한 시간 정도 기다리니까 이야기가 끝나더라고요. 그래서 총 한 시간 반 정도 일하고 8만원 받았죠.

또 한 번은 어떤 남자가 6개월 동안 여자에게 엄청 착하게 잘하고 여자 가족들에게도 엄청 잘해줘서 결혼까지 했는데 남편이 사기꾼이었어요. 여자가 부자여서 9억을 뜯어먹었다 하더라고요. 그 후에 결국 남자가 이혼서류 냈다고 했는데 그 동안 남자가 차도 훔쳐 가고 강간하고 그랬대요. 그래서 여자가 신고 하려했는데 알고 보니 이혼서류도 내지 않아서 부부관계라 처벌도 안 됐다더라고요.

저희가 고용된 건 남녀가 진짜 이혼하고 남자가 여자 집에 애들 물건 가지러 오는데 그 사람은 못 들어오게 막는 거였어요. 그 사기꾼이 돈 더 받으려고 들어가려 하는 거 저희가 계속 막으니 경찰에 신고를 하더라고요. 근데 알고 보니 자기 형한테 경찰인척 전화한거였어요. 그래서 3시간 만에 일 끝내고 7만원 받았죠.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덕분에 몰랐던 클럽경호알바의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다음번에 경호원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배렐라씨께 연락드릴게요. 물론 위의 이야기 같은 경우로는 말고요.(웃음)

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