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알바렐라’에서는 알바들의 목소리만을 담아왔다. 그러다보니 그동안 사장님들을 무작정 ‘못된 악당’으로만 몰아붙인 건 아니었나하는 의구심이 문득 들었다. 세상사가 무조건적인 선악구도로만 이루어지지는 않을 터. 그래서 이번 인터뷰에서는 알바뿐만 아니라 사장님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인터뷰 중인 김렐라씨. ⓒ고함20


비교적 손님이 없는 저녁 시간, 최신 댄스곡이 흘러나오는 밝은 가게 BGM과는 달리 고개를 떨군 채 힘든 표정으로 앉아 있는 김렐라(22)씨. 수 시간동안의 노동이 힘들었는지 인사 소리가 작다. 규모가 크지 않은 가게의 특성 상 주말 타임을 혼자 일을 해야 했다며 힘든 내색을 한다. 잠시 후, 손님이 들어오자 어둡던 표정이 펴지며 밝게 인사를 하는 그녀.

Q. 원래 얼굴 표정이 어두운 사람인 줄 알았어요. 저한테도 그렇게 밝게 인사를 해주지…(웃음)
A. (웃음) 다음엔 더 밝게 해볼게요. 원래 표정이 그렇게 밝은 편은 아닌데, 손님한테 인사할 때는 특히 표정을 밝게 하려고 신경 쓰는 편이에요. 밝게 웃으면서 인사 하라고 사장님께서 그러셨거든요.(웃음) 처음 일을 배울 때는 이렇게 표정 바꾸는 게 잘 안됐는데 지금은 잘되네요. 이러다가 성격도 바뀔 것 같네요…

Q. 이전에는 어떤 아르바이트를 하셨나요?
A.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한 적도 있었고, 며칠이지만 레스토랑 서빙도 했었어요. 카페 아르바이트를 가장 많이 했죠. 대기업 프랜차이즈도 해보고, 개인 커피숍에서도 일 했었구요. 지금 여기 아르바이트도 전에 일했었던 카페 사장님이 소개해주셔서 이리로 옮기게 된 거예요.

Q. 카페 사장님이 소개를 해주셨다고요? 동종업계에서 그게 가능한가요?
A. 아무래도 같은 동네니까 사장님들끼리 친분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이전에 일했던 카페는 프랜차이즈카페가 아닌 개인카페였는데 7개월 쯤 일했나? 사장님께서 다른 카페로 옮겨보지 않겠느냐고 말씀하셨어요. 사장님과 얘기를 더 나눠보니, 장사가 잘 안 돼 인건비를 줄이려고 그렇게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Q. 동종업의 여러 가게에서 일을 하셨는데, 일했었던 가게의 사장님들은 어땠나요?
A. 개인 가게에서 일했을 때는 아무래도 사장님과 가깝게 지냈어요. 사장님도 절 딸처럼 생각하셨고, 선물 이런 것들도 챙겨주셨어요. 저 생일이라고 했을 때 화장품을 사주셨는데 정말 감동이었어요. 대형 프랜차이즈에서는 매니저라는 직책의 분들이 계시는데 그 분들과도 굉장히 잘 지냈어요. 거긴 선물 같은 건 없었네요.(웃음)

Q. 굉장히 좋은 사장님, 매니저들을 만났네요. 일을 하다보면, 같은 알바생들과 같이 일을 할 때도 있었을 것이고 사장님(혹은 매니저)과 함께 일을 할 때도 있을 텐데, 아무래도 일 할 때 마음가짐이 다를 것 같아요.
A. 하하하. 아무래도 그렇죠. 아무리 사장님이 잘해준다고 해도, 약간의 긴장? 뭐 그런 느낌이 들긴 해요. 알바생이랑 같이 일을 할 경우에는 또래니까 서로 대화도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고 이런 저런 얘기도 하는편인데, 사장님이나 매니저님과 일을 할 때는 손님 대할 때 더 밝게 웃는다든지 목소리도 더 명랑하게 내는 편이죠. 청소나 설거지는 말할 것도 없이 깨끗하게 하고요.

Q. 명랑한 목소리는 뭐죠?
A. 사장님께서 그러시더라고요. 손님을 대할 때는 2옥타브 솔 음으로 내지르라고.(웃음)

Q. 같이 일했던 아르바이트생이나 사장님 사이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A.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아니고 두 달 전엔가 있었던 일인데. 제가 일할 때 자주 오셔서 얼굴이 낯익은 손님이 계셨어요. 그 분이 어느 날은 오시더니 음료와 빵 열 다섯 개를 주문하시더라고요. 그러더니 지갑을 안 가져왔다고, 한 시간 뒤에 와서 드리겠다는 거예요. 원래 이런 일이 있으면 사장님께 말씀 드리고 일을 해야 했는데, 손님이 보채니까 얼른 만들어서 드렸죠. 그렇게 가게 밖을 나갔던 손님이 다시는 안 오시더라고요. 그제야 사장님께 말씀드려서 크게 혼났죠. 그 때 마음 졸인걸 생각하면…

Q. 끝으로, 여러가지 일을 하면서 느꼈던 점이 있다면?
A. 일을 할 때, 어떤 사람과 함께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개인 커피나 소규모 커피전문점은 사장님들이 아무래도 어머니뻘이 되니까, 저희 나이 또래가 일하면 아들 딸 같이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일도 즐겁게 할 수 있고요. 저희 또래에서 유행하는 이것 저것 알려드리면 해맑게 웃으시면서 다른데 써먹는다고 말씀하시기도 하고요. 저는 뭐랄까, 가족같이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르바이트생은 가족과 같이 생각을 한다는 사장님. 그렇다면 사장님은 아르바이트생과 함께 일을 할 때 어떤 생각을 할까? 밝은 BGM이 흘러나오는 카페의 분위기와 걸맞게 연신 즐거운 표정을 짓는 사장님과 대화를 나누어보았다.

Q. 같이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이 딸, 아들 뻘인데 같이 일하면서 재밌었던 에피소드가 있나요?
A. 알바생이랑 오래 같이 일하다 보면 자식 같은 생각이 많이 들어서 이것 저것 얘기하는 편이죠. 저는 자식놈이 어쩌고 저쩌고 알바 애들한테 얘기하면 여자애들은 “어머어머”하면서 맞장구 쳐주는게 재밌기도 하고, 알바 애들은 요즘은 뭐가 유행이라고 알려주기도 하고요. 아들들밖에 없어서 대화하기가 힘든데, 여자애들이랑 일 할 때면 서로 대화가 되는 것 같아서 좋더라고요.

Q. 하하. 기억에 남는 아르바이트생들이 있을 것 같아요.
A. 많죠. 별로 좋은 기억은 아니에요. 보통 처음에 일을 3일 정도 알려주는데, 3일 배우고 잠수타고 연락 안 되는 애들 하며, 아침 9시 오픈인데 9시 다 돼서 몸이 아프다는 애들도 있고. 주말 아르바이트 인데 주말에 일이 있다고 2주나 못 나온다는 애들도 있고요. 

Q. 주로 시간약속을 잘 안 지킨 아르바이트생들이네요. 그렇게 펑크가 나면 어떻게 매꾸죠?
A. 뭘 어떻게 매꿔요. 제가 다 하는 거지. 다른 카페도 그래요. 우리도 그 시간에 아르바이트 세우는 이유가 있잖아요. 스케줄도 있고. 근데 그렇게 갑작스럽게 못하겠다고 연락이 오면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거죠. 물론 며칠 전부터 얘기한 거면 몰라도 갑작스럽게 연락이 안되거나 하면 정말 화가 나죠. 뭐 빠지는 거야 자기가 일한 만큼 버는 거니까 그럴 수 있다 쳐도 일하기 몇 분 전에 얘기하거나 연락도 안하고 빠지는 경우는 참 이해하기가 힘들어요. 책임감이 그렇게 없나 싶기도 하고.

Q. 또 다른 에피소드는 없나요?
A. 전에 가게에서 1년 가까이 일 했던 애가 있어요. 그 친구가 그만 뒀는데, 며칠 전에 저 없고 다른 알바생이 가게에 있는 시간에 와서 자기가 전에 여기서 일 했던 사람이라고 안에 들어오더니 커피를 두 잔 만들어서 가지고 나갔다는 거예요. 

Q. 안에 들어와서요?
A. 네. 남자친구랑 왔었대나? 안에 들어와서 아이스초코 두 잔 만들어서 나갔다는 얘기 전화로 들으니까 황당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애한테 전화해서 뭐라고 할 수는 없고. 뭐 다른 에피소드라면 알바 중에 저 몰래 맨날 차 뒤에서 담배 피고 들어오던 애가 있었는데, 담배 피고 들어와서 손님에게 만들어줬던 음료에서 담배냄새가 난다고 손님이 그랬었던 적도 있고요.

Q. 별 일이 다 있네요. 같이 일하다 보면, 어떤 아르바이트생이 제일 예쁜가요?
A. 손님들한테 잘하고 일도 잘하는 애들이 예쁘죠. 손님들한테 불친절한 애들은 좀 그래요. 잘 웃고 친절하게 하는 애들한테는 뭐라도 더 주고 싶죠. 재밌는 게, 누가 일하는지에 따라서 매출액도 달라져요. 분명 다른 애가 일 했을 때는 그 시간 매출액이 반 토막인데, 어떤 애가 일 할 때면 항상 손님이 많아서 매출액이 두 배가 되기도 하고요. 손님을 끄는애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요즘 한다니까요.

Q. 끝으로, 아르바이트를 지원하려고 하는 수많은 예비 아르바이트생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A. 제가 일을 하면서 보니까, 성실하고 열심히 하는 애들한테 뭐라도 더 해주고 싶더라고요. 비단 카페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에 종사하는 모든 사장님들이 그럴거예요. 오래 일 할 수 있는 사람? 물론 좋지만, 책임감 있게 정시에 꼬박꼬박 나오고 청소도 열심히 하고. 이런게 기본 업무인데도 잘 안 지키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각각의 업종에서 해야 하는 기본적인 일들만 제대로 해도 재미있게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